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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열며

1장 마주하다
난지도를 걷다
‘위해식물’과 마주하다

2장 숲을 꿈꾸다
생명을 받아 생명을 이어 가다
도움이 되도록 돕다
정직하게 나와 마주하다
본질을 기억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3장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 숲 만들기
정말 나무를 심어도 될까?
우리가 숲을 만들 수 있을까?
숲이 될 나무가 자라는 ‘나무자람터’
씨앗부터 키우다
숲을 만들다
흙을 보태다
풀과 살다
동물이 마실 물그릇을 준비하다
빗물을 모으다

4장 다시, 마주하다
어떻게 볼 것인가
다시, 난지도를 걷다
다시, 숲을 꿈꾸다

5장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
인간 다람쥐가 되다
‘집씨통’으로 내 마음에 나무를 심다
씨앗을 모으다
이 땅이 1002(遷移)숲이 되기를 바라며

6장 도시에서 천이숲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 (글_오충현)

부록 :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에 참여해 보세요!
저자 소개
저자 : 김성란
학술박사 인식문화, 마음을 다듬는 ‘평화의 씨앗’ 활동가, 《평화의 산책》 저자

저자 : 노을공원시민모임
옛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에서 시민들과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를 하는 비영리사단법인

저자 : 오충현
노을공원시민모임 운영위원장·이사,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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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쓰레기산에 숲을 만들어 보자!”

이름에 난초(蘭草)와 지초(芝草)를 품고 있는 ‘난지도’는 아이러니하게도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시의 쓰레기를 매립한 곳이다. 이후 난지도는 산책도 하고 한강도 조망할 수 있는 네 개의 공원으로 이루어진 월드컵공원으로 변신했다. 멋진 공원으로 바뀌었지만 15년 만에 100여 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을 이룬 쓰레기더미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사라지지 않았다.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매립지 안정화 공사와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매립 가스와 오염수 처리 시설을 갖추고, 쓰레기 속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고밀도폴리에틸렌 필름을 깐 후, 그 위에 흙을 덮었을 뿐이다.
네 개 공원 중 노을공원은 처음에 골프장이었다. 하지만 골프장보다 시민을 위한 녹색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44개 시민단체가 손을 잡고 2000년부터 골프장을 공원으로 바꾸어 달라는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2008년 노을공원도 공원이 되었고, 노을공원만이라도 생태적인 공간으로 지켜 가기 위해 ‘노을공원시민모임’이라는 비영리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2011년 8월, 쓰레기산에 나무를 심는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쓰레기산 난지도에서 어떻게 숲을 꿈꾸게 되었는지, 풀 한 포기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척박한 땅에 숲을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배움은 무엇인지, 노을공원시민모임이 걸어 온 10여 년간의 발자취를 좇으며 ‘숲’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이들에게 숲은 “모두가 존중받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곳, 존재 간 힘의 조화가 이루어진 건강한 생명 공동체”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썩지 않는 쓰레기를 껴안고 있는 땅이 단순히 나무만 많은 곳이 아니라 동물, 식물, 미생물, 무생물, 그리고 인간까지 존재하는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우리가 사는 곳이 건강한 ‘숲’이 되는 순간을 꿈꾸게 된다.

“우리가 숲을 만들 수 있을까?”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쓰레기 매립지 사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나무 심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슨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삽도 잘 들어가지 않는 험한 땅인데다가 물 대기도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쓸 수 있는 돈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나무 심기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런 땅에서 나무가 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공원 사면은 매우 다양한 종의 나무와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제법 숲다운 모습이 되었다. 2011년부터 많은 기업과 자원봉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해 162개의 크고 작은 숲이 생겨났고, 숲과 숲이 연결되어 46개 권역으로 묶였다.
이 책에는 10년 넘게 노을공원시민모임이 현장에서 실행해 보고 정착시킨 척박한 땅에 나무 심는 방법이 소개된다. 이들이 숲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직접 도토리 같은 씨앗을 심는 노천 파종, 흙과 씨앗을 넣은 천연 소재 식생 마대를 나무를 심고 싶은 곳에 깔아 주는 시드뱅크, 주로 직접 키운 나무와 어린나무를 이용하는 묘목 심기, 그리고 집에서 씨앗부터 숲이 될 나무를 키워 노을공원으로 보내는 비대면 숲 만들기 방식인 ‘집씨통’이다. 모두 나무를 심으며 그때그때 필요와 상황에 따라 고안하고 실행에 옮긴 방법이다. 물을 편하게 대기 어려운 곳이라 빗물을 모으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을 위해 ‘동물물그릇’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도 자세히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숲을 만드는 일이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심은 일이 아니며, 인간이 시작했지만 결국 숲을 만드는 건 ‘조화와 균형’을 향해 가려는 자연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할 수 있을까요?”

노을공원시민모임은 나무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어린나무를 구해 심기도 하고 꺾꽂이 같은 번식법도 사용하지만, 주로 ‘씨앗부터 키워서’ 나무를 심는다. 숲의 ‘다양성’을 위해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우리 나무의 씨앗을 구해 직접 키워서 심어 보겠다는 의미도 있고, 상대적으로 비싼 묘목 구입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2022년 여름 기준 100여 종의 토종 나무를 나무자람터에서 키우고 있고, 절반 정도는 씨앗부터 키운 나무다. 씨앗부터 나무를 키우려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그렇게 자란 나무가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씨앗이나 어린나무는 큰 나무에 비해 육묘나 운반 등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어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씨앗부터 키워서’라는 말에는 “필요한 과정을 거르거나 소홀히 하지 말고 차근차근 정성을 다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숲을 만드는 일은 서두른다고 해서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0년 노을공원시민모임 총회에서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라는 활동명이 소개되었다. 도심 속에 고립된 쓰레기산 노을공원의 아까시나무숲은 모두 입을 모아 자연스러운 천이가 힘들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 아까시나무숲에 사람이 심지 않은 나무도 자라고 있었고, 동물들이 옮긴 씨앗에서 자란 나무들도 많았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이곳도 ‘천이가 가능한 숲’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옮기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도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들은 배낭에 도토리를 채워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사면 구석구석을 오르내리며 ‘인간 다람쥐’가 되어 도토리 등 나무의 씨앗을 심었고, 숲이 될 나무를 품고 있는 씨앗을 심고 나무로 키우는 활동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책에는 지금까지 조성된 46개 권역의 숲이 어떤 이들의 참여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쓰레기가 드러나 있고 매립가스가 여전히 나오는 쓰레기산 사면에서 어떤 방법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지, 그 방법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척박한 환경에 나무를 심는 방법과 도시숲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영감을 제공한다. 6장에는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가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식물의 힘, 생태계와 물질 순환과 천이, 위해식물 등 숲 만들기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이해해야 할 기본 개념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노을공원시민모임의 숲 만들기 활동의 의미를 생태학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해 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씨앗부터 키워서 1002(遷移)숲 만들기’ 참여 방법도 책 뒤에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책 속에서

심은 나무가 죽으면 또 심고 살아남은 나무는 돌보며 걸어온 지 3년이었다. 작고 어린나무는 키가 자라고 줄기가 굵어졌다. 기세등등하게 땅을 뒤덮고 있던 환삼덩굴과 단풍잎돼지풀은 어느 순간부터 세가 약해져 다른 식물들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료가 되어 갔다. 그리고 나무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떨어진 씨앗에서 어린나무가 자라고 길게 뻗은 뿌리에서도 어린나무가 자랐다. 더 이상 사람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되는 곳이 되어 갔다. 전문적인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한 곳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모습이 ‘숲’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민과 함께 만든 첫 번째 숲 ‘튼튼숲’이 선물로 주어졌다.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 숲 만들기’ 활동은 그 땅에 맞는 어린나무를 최대한 다양하게 심되 한 번 심고 끝내지 않는다. 사람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되는 숲의 기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심고 돌본다. 최소 3년은 나무를 꾸준히 심고,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꾸준히 풀을 관리한다. 이런 방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자신의 실천으로 쓰레기산을 숲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람들 덕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심어 본 나무 중 많은 도움을 받은 나무가 우리가 ‘고마운 나무’라 부르는 꾸지나무다. 원래 구하려던 닥나무가 잘못 전해져 우연히 인연이 닿은 나무다. 꾸지나무를 심어 보니 쓰레기 속에서도, 거침없이 땅을 독점하는 기세등등한 풀 속에서도, 메마른 가뭄과 더위에도 잘 자랐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 등으로 뒤덮여 나무 대부분이 살지 못하는 거친 땅에서도 자리를 잡은 고마운 나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크고 억센 풀에 막히거나, 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갇혀도 마치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구부러지며 제 길을 찾아 자라는 모습이었다. 다 자라도 10여 미터 정도여서 바람에 쓰러질 염려도 적지만, 쓰러져도 그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간다. 쓰레기산 사면에는 보통 3년 이상 키운 나무를 심지만 꾸지나무는 1년생 나무를 심어도 살아남는다. 심지어 가시박 속에서도 가시박과 함께 땅을 기어가듯 살다 하늘이 보이면 하늘을 향해 자라 살아남는다. 그런 유연한 속성 때문인지 아까시나무조차 자라기 힘든 곳에서도 꾸지나무는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씨앗부터 키워서’라는 표현을 쓰지만 모든 나무를 씨앗부터 키운다는 뜻은 아니다. 나무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씨앗으로도 키우고 꺾꽂이 같은 번식법도 쓴다. 큰 나무 아래서 자라기 어려운 어린나무를 옮겨 심어 키우기도 하고, 필요한 어린나무를 구입해 키우기도 한다. ‘씨앗부터 키운다’는 말에는 ‘필요한 과정을 거르거나 소홀히 하지 말고 차근차근 정성을 다해 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와 더불어 구하기 어렵지만 심으면 이 땅에 도움이 되는 나무나 지킬 필요가 있는 나무는 나무 시장에서 구할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씨앗을 모아 키우고 심어 보자는 다짐이자 바람을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씨앗부터 직접 키운 어린나무로 숲을 만들어 보려는 이유는 이곳처럼 심하게 훼손된 땅인 경우 어릴 때부터 이 땅에 적응하며 자란 나무가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남는 걸 보아 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나무를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땅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나무를 최대한 다양하게 심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만나기 어려운 우리 나무를 지키고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씨앗이나 묘목부터 키워서 숲을 만들면 같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고 흙, 빗물, 씨앗 등 숲에 필요한 다른 곳에도 비용을 쓸 수 있다. 씨앗이나 어린나무는 큰 나무에 비해 육묘나 운반 등에 필요한 에너지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시드뱅크가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되려면 어린나무를 대하듯 대해야 한다. 우선 나무를 심듯 최소한 뿌리를 뻗을 수 있을 만큼은 흙이 있는 곳에 깔아 주는 것이 좋다. 2016년 가스가 새어 나오거나 쓰레기가 많이 드러나 흙이 거의 없는 곳에 시드뱅크를 깔아 보았지만 싹은 나와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졌다. 바탕이 되는 땅의 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지나치게 척박한 곳은 그 구역 전체를 덮듯 넓게 깔고 한동안 어린나무를 돌보듯 풀을 정리하며 돌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나무를 심고 돌보듯 시드뱅크를 깔면서부터 시드뱅크는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드는 또 하나의 유용한 방법이 되었다. 시드뱅크를 ‘또 다른 나무 심기 시드뱅크’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무리 ‘위해식물’이라 해도 지나치게 깨끗하게 풀을 정리하는 것은 적어도 흙과 물이 부족하고 쓰레기가 드러난 이 땅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느껴질 때가 많다. 각자 마주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도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땅의 경우 풀을 제거하듯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존중을 논하기 전에 실효성도 적어 보인다. 우리가 보기에 조건이 열악한 이곳에서 ‘위해식물’은 사면의 부족한 흙을 잡아 주고, 습기를 보존해 주며, 강한 빛을 가려 줄 뿐 아니라, 대부분 1년생이기 때문에 가을이면 스러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품이 많이 들더라도 어린나무를 잘 돌보며 몇 해 잘 넘기면 나무 스스로 풀과 함께 살아갈 힘을 갖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큰 나무보다 작은 나무를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나무는 자라면서 대상 지역의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 가기 때문이다. 아예 생육조건이 맞지 않아서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아니라면 작은 나무를 심어서 환경에 맞게 적응하도록 키우는 것이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한’ 나무란 해당 환경에 잘 적응하는 나무를 의미한다. 척박한 토양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곳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서 토양을 개선하고 다른 나무들이 들어와 살 수 있게 해 주는 나무가 환경에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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