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국회를 이해하는 것은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수행하는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중요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각 정당이 입장을 표명하고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해 법률을 제·개정하는 절차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수정 없이 가결되는 사례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예산안도 국회 심사 단계에서 감액과 증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가 실시될 때는 언론의 관심이 국회로 집중되고, 인사청문회를 전후해서는 고위공직 후보자가 낙마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며 국정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일반 국민들에게 국회는 그저 갈등과 비효율을 상징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회를 자주 출입하는 행정부 공직자나 언론인들조차도 국회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이 국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국회의 조직과 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안내서로, 국회에서 다년간 근무한 입법고시 출신의 저자들이 집필한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학문적이거나 조문·제도를 중심으로 한 서술은 피하고, 실제 회의록, 문서, 통계에서 자료를 발췌해 국회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국회 설명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입법이다. 이 책은 입법 활동과 관련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실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떠한지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특히 국회의 내부 조직과 회의 운영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국회의 조직과 회의 운영, 법률안 심사, 예산 심사, 국정감사, 국정조사, 인사청문회 과정 등 입법과정 전반에 대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관련 국회 회의록을 찾아 다수 수록했고 각종 엄선된 사례들을 발췌해 곳곳에 예시했다.
이 책은 2019년 출간된 『국회의 이해』를 대폭 수정·보완한 개정판으로, 기존 자료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보완하고 2025년 3월까지 발간된 국회 자료집을 반영해 국회의 각종 통계수치를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했다. 국회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자 한 저자들의 시도는 입법과정을 이해하고 국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국회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뿐만 아니라 입법 관련 연구자와 대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입법과정을 규율하는 헌법 이하 규범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입법과정을 운영하는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는 입법과정 자체를 둘러싼 보다 정치적이고 거시적인 요인들이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별 행위자들의 행태가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구조적 요인과 참여자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_26쪽
정부형태는 입법과정과 의회 운영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원내각제(parliamentary system)를 채택한 영국과 일본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입법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면, 미국의 대통령제(presidential system)는 엄격한 권력분립을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분담하는 복잡한 정치 구조를 이루고 있다. _39~40쪽
각각의 국회의원은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 기구로서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권한은 전체 국회의원이 모인 회의체의 의사결정으로 행사한다. 따라서 개별 국회의원의 선출부터, 국회의원이 모여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회의 운영, 이러한 국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국회 내부 기관의 조직 구성 역시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인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 「국회법」 등 국회관계법의 내용은 이러한 원리를 한국의 정치 현실과 필요성에 맞게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운영해 온 결과물이다. _90쪽
우리 국회는 제도적인 의미에서만 위원회 중심주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소관 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해 독점적인 심사권을 행사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관련 위원회 제도와 연석회의 제도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한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안건 심사에서 복수위원회 회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회에서는 본회의가 일부 법안을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심사결과를 확정하는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_210쪽
예산법률주의는 국회의 재정 권한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현재 우리 국회는 항목별 금액이 정리된 통계표 형식의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부대의견만 덧붙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면 예산법률을 심의한 결과에 따라 국회의 의견이 구체적인 법률 조문으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어 예산집행에 대한 통제도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예산 운용이 경직화될 수 있고 예산안을 심의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더 필요해진다. _243~244쪽
입법권과 재정권은 입법부인 국회가 지닌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권한이다. 그러나 국가기능과 사회가 복잡화·전문화되고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국회의 권한 중 국정통제권 또는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성낙인, 2024: 502). 국정통제권의 범위를 넓게 보면 정부를 대상으로 국회의 의사를 표명하는 결의안, 정부가 제출하는 동의안 및 승인안 등에 대한 처리를 비롯해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국회의 각종 활동까지 포괄한다. _315쪽
헌법상 국회의 인사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헌법기관의 구성원을 국회가 직접 구성하는 권한을 갖는 경우와 대통령 등의 인사권한을 국회가 견제하는 경우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전자의 경우는 국회가 ‘선출’하는 것으로, 후자의 경우는 국회가 ‘임명동의’하거나 ‘해임건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헌법이 아닌 법률에서 주요 국가기관·공공기관의 구성에 국회가 관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인사청문 대상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_3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