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어려우니까 고전이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에서 《역사》,《갈리아 전기》에 이르기까지, 제목이나 책 속 몇몇 문구만 들어도 우리는 “아아, 그거” 하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배경에서 쓰였으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알기 위해 책을 손에 잡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작가나 저술가가 어떤 얘기를 전달하기 위해 썼는지,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곱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너무나 바쁘다. 하지만 고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이 얻기...
어려우니까 고전이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에서 《역사》,《갈리아 전기》에 이르기까지, 제목이나 책 속 몇몇 문구만 들어도 우리는 “아아, 그거” 하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배경에서 쓰였으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알기 위해 책을 손에 잡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작가나 저술가가 어떤 얘기를 전달하기 위해 썼는지,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곱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너무나 바쁘다. 하지만 고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이 얻기 힘든 기회에 다가가 지혜의 샘물로 목을 축이는 순간이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노발리스는 이렇게 적고 있다. “고대는 우리에게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니며, 쉽게 손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고대를 불러낼 줄 알아야 한다.” (살바도레 세티스,《고전의 미래》에서 재인용)
원전 통해 본 인간 군상
지중해 세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갔을까? ‘그리스 로마 신화’ 또는 ‘로마인 이야기’ 같은 책이 큰 인기를 끌지만, 고대인의 생각과 삶을 이런 형식과 내용으로 나온 책은 드물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양 고전학자가 30권이 넘는 원전을 완전히 소화한 뒤 대중을 위해 ‘재미있지만 엄밀하게’ 풀어 썼다. 지난 2002년 최고의 방송 강좌라는 평가를 받으며 30회에 걸쳐 일본 전국에 방송된 NHK 라디오 문화강좌 텍스트를 바탕으로 이와나미 현대문고로 다시 출간된 책이다. 지은이의 이야기 문체를 읽어내려 가다 보면 할아버지 둘레에 옹기종기 모여 옛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먼 옛날 지중해 세계는 영웅호걸, 절세미녀, 현자와 시인 등 온갖 인간 군상들이 붉게 또는 푸르게 물들여 간 한 폭의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중해 세계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 고대 지중해 주변 지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다. ‘지중해 세계’는 서양 고대사의 무대였을 뿐 아니라, 페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문명과 전쟁 또는 교류를 통해 꽃피운 인류 보편의 경험으로서 고대사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디세우스, 페리클레스에서 카이사르, 세네카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들의 탁월한 재능과 영광이 펼쳐지는가 하면, 그 이면에 나타나는 사적인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는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리디아의 기게스 왕,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와 알렉산드로스, 이집트의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같은 인물은 ‘그리스?로마’ 인물은 아니지만 틀림없는 지중해의 주인공들이었다. 한편 목숨을 걸고 체험한 이야기를 담은 크세노폰의 불후의 명작《아나바시스》에는 전쟁의 참혹함과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등 떠밀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지휘관으로 참전한 뒤 그리스 패잔병을 이끌고 죽을 고생을 다해 행군하던 크세노폰이 에게 해에 이르러 “바다다, 바다다!” 하고 외치는 장면은 눈물겹다.
고전은 오늘을 비춰 주는 거울!
전쟁과 평화, 독재와 민주주의, 사랑과 증오, 절망과 희망이 그대로 나타나는 지중해 세계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가 갈등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오늘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오이디푸스 이야기. 아버지를 죽이고 아내로 삼은 어머니도 스스로 목을 매 죽자, 마침내 “보고 있되 보고 있지 않은 내 눈에 저주 있으라!” 울부짖으며 자신의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운명을 마주한 치열한 자기 탐구의 결과였다. 솔론에 관한 에피소드는 뜻밖이다. 노예 해방과 ‘세아사크테이아’라는 빚 탕감 정책을 단행한 그리스 7현인 가운데 한 사람인 솔론은 장가를 못 든 노총각 철학자 탈레스를 걱정해 이야기를 꾸며 냈지만, 오히려 탈레스의 재치에 한방 먹고 만다. 그런가 하면 솔론의 쓴리를 듣고 언짢아하며 ‘이 놈은 분명 바보일 거야’ 하고 생각한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 군에 붙잡혀 화형당할 처지에서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에게 “솔론은 세상의 모든 왕들이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반드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할 인물이다”라고 외쳐 목숨을 얻는 장면은 극적이다.
지은이는 원전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라 고전을 ‘재해석’하고 ‘재평가’함으로써 시대와 인물의 성격을 또렷하게 형상화한다. 이를테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빠짐없이 줄줄이 써내려간 낙천적인 헤로도토스에 견주어 객관적인 사실만 쓰고 역사를 뭔가 무겁고 정확하게 기록한 투키디데스를 역사가로서 더 높이 평가한다. 특히 “인간의 본성이 같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라며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쓰고 있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6~7권 ‘시칠리아 정복기’ 부분을 언급하고는 지은이 자신이 소년 시절 겪은 군국주의 일본과 태평양전쟁의 소회를 피력한다. 그럼에도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분명히 ‘역사학의 아버지’입니다”라며 헤로도토스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역사의 평가가 가혹하다 싶은 인물에 대해서는 좀 더 입체적으로 살피고 그 인물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여 변호하거나 동정심을 표하기도 한다. 가령 ‘폭군’의 전형인 네로의 성장기를 보여 주며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치맛바람을 한탄하고는 “남들 못지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그리하여 그 능력을 스스로 발휘할 줄 모르는 젊은이가 어떤 인간이 된다는 본보기를 가잘 처절하게 보여준 예가 바로 네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글을 맺고 있다. 그런가 하면, 클레오파트라를 “대화로 상대방을 설득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자 이집트 여왕의 품격을 지닌 여인”으로 평가하며, 고정관념이 된 “당대 그리스의 최고 권력자 안토니우스를 미인계로 꼬드겨 꼭두각시처럼 부렸다”는 플루타르코스의 이야기를 뒤집는다.
역사 앞에 겸허할 수밖에 없는 인간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위인’으로 확고부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테미스토클레스, 키케로, 세네카 같은 인물은 뜻밖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이자 아테네의 영광을 가져다준 ‘백퍼센트 완벽한’ 테미스토클레스의 두상을 들이밀면서 “감자 포대 같은 얼굴형에, 좁은 이마 아래로 심술 사납게 생긴 옴팡진 두 눈, 그 밑에 약간 큰 코가 넓적하게 퍼져 있고, 두터운 입술과 큰 입을 시무룩하게 다물고 있다”고 놀리며 독자들을 설득하는 위트를 보인다. 어쩌면 도시국가 아테네의 국부라고 할 수도 있는 테미스토클레스 도편추방을 받아 나라 밖으로 쫓겨나게 되는 운명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지은이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쾌거와 함께 전사한 스파르타 병사들의 묘비명에도 눈길을 잠시 멈춘다.
“지나가는 이여!
라케다이몬(스파르타의 다른 이름) 사람들에게 가서 전해 다오.
우리는 명을 받들다가 여기 쓰러져 누웠노라고.”
로마 최고의 변론가인 키케로나《인생의 ?음에 관하여》 같은 도덕적 에세이를 지은 스토아 철학의 대가인 세네카도 여지없이 부끄러운 면을 내보이고 만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논리와 말솜씨, 추론 방식으로 이름을 날린 키케로이지만 폼페이우스와 함께하며 카이사르를 공격했지만 카이사르의 힘이 커지자 결국에는 둘 사이에서 우유부단함을 보이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뒤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낸다. 이런 면모는 역사서 같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서간〉을 인용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좀 더 섬세하게 잡아내고 있다.《변론가에 대하여》,《국가에 대하여》 같은 책이 ‘슬럼프’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