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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5

1부 갈망, 자유를 향한 8
2부 고독한 독주(獨奏) 28
3부 또 하나의 선물 100
4부 문밖의 행복 158

에필로그 206
저자 소개
저자 : 박선형
시인 박선형
본명은 박소연.

예비역 육군 대위인 저자는 25사단 신병교육대 화생방 교관과 교육사령부 번역장교로 근무했고, 전역 후 육군 전투병과 여군으로서는 최초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제분쟁 및 협력연구소(IGCC),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핵무기 전략을 연구했다. 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글을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shpark.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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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길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리고 수십억 갈래의 그 길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의 길이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삶을 담고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길로 이어지는 모두의 이야기이다.
태아라는 작은 물방울이 세상이라는 바다에 떨어져 무한한 그 존재의 근원을 마주하는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열광하는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신화적 요소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폭력으로 점철된 눈물과 나 자신을 기만했던 날들에 대한 수치스러운 기록이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세상에 나를 벌거벗겨 놓는 일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써야만 했다. 더 이상 거짓된 나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더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모두가 어린아이와 같은 이 이야기를 함께 키우며 서로가 위로받고 서로가 성장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불명확한 어느 나이대부터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 아닌 ‘나이 든다’는 표현을 쓴다. 나로서는 여간 못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은 죽음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는 불멸의 의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연과 하나였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생각이란 칼날이 자연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베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일부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채 평생을 살아간다.
우리 삶의 목적은 나 자신을 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머지는 인연에 의해 잠시 만나고 사라지는 꿈 같은 것들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를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때까지 우리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같은 문장도 물음표와 느낌표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된다. 하나는 의문이고 하나는 확신이다. 선 하나가 전혀 다른 뜻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는 늘 이런 사소한 점 하나 혹은 굴곡 하나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삶을 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삶의 무수한 점들에 이끌려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고, 낯선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 이끌림에 의해 참 멀고도 먼 길을 많이 돌았다. 나는 우물 밖의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한 마리 개구리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왔지만, 그 원점은 이전의 원점과는 다르다. 이제는 우물 안에서 닫힌 하늘이 아닌 활짝 열린 하늘을 마음껏 본다.
우리 삶의 완성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변해가는 과정의 모든 순간이 이미 성공이고 완성이다.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성공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중이다.
_(프롤로그)중에서


우리 집 다용도실은 말 그대로 다용도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쓰임은 아마도 나를 가두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집이 내게 감옥이었다면, 다용도실은 감옥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차디찬 독방이었다. 어린 나는 그곳에 갇혀 학대받는 땅에서 자라나는 절망을 뜯어 먹으며 매일 불안한 꿈속에 살았다.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목이 졸렸던 여섯 살 그날 이후, 폭력은 지독하리만큼 성실하게 나를 찾아왔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두 번째로 맞이한 방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늦은 저녁까지 집에 아버지와 나 둘뿐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또 다용도실에 갇혀 아버지에게 한참 동안 매를 맞았다.
기억이란 흘러가는 강물 위에 쓴 글자 같아서, 나는 어느새 목을 졸릴 때 느꼈던 그 공포는 잊고 늘 그렇듯 악을 쓰며 저항했다. 아버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밖에서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 아버지는 다녀와서 보자고 소리치고는 다용도실을 나간 뒤 문을 잠갔다.
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불행한 내 삶을 응시했다. 돌아갈 수 없는 영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랐다. 내 안의 자유는 지쳐 쓰러졌고, 나는 기어가는 그 자유를 붙잡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잔인했고, 운명은 차가웠다.
공기 중에 단단히 굳어버린 적막을 깨뜨린 것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다. 한 방울이 떨어지자 또 한 방울이 곧바로 뒤따랐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나약한 내 심장 소리처럼 희미했지만 계속 이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서서히 내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의 이름은 용기였다. 해방은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투쟁으로 얻어야 한다는 어떤 자각이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머뭇거림은 뒤로 물러섰고, 의지가 일어섰다.
‘그래, 탈출하자!’
다용도실에는 바로 옆의 작은 옷방과 이어져 있는 조그마한 창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에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하늘처럼 멀기만 했다. 주위를 재빠르게 훑었다. 바가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들을 뒤집어 하나씩 아슬아슬하게 겹쳐서 쌓은 뒤, 그 위태로운 발판을 딛고 간신히 창문 옆 세탁기 위로 올라섰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온몸에 힘을 주어 겨우 균형을 유지한 채 한 손으로 세탁기 가장자리를 붙잡고 다른 손을 뻗어 창문을 밀었다. 다행히 잠겨 있지 않았다. 말 없는 창문은 순순히 나를 받아들였다. 창턱 위로 조심스레 몸을 옮긴 나는 아래에 쌓여있는 옷더미 위로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나는 살며시 옷방 문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는 여전히 서재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아버지의 발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로 걸을 때 살짝 절뚝거렸다. 그래서 아버지 발소리에는 특이한 강약의 리듬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존이 키워낸 후천적 능력으로 아버지의 독특한 발소리를 정확하게 구별할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운 채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그 발소리의 울림에 집중했다. 배부른 짐승처럼 느릿하면서 묵직했다. 방심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미친 듯이 현관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문을 밀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가 그대로 길게 뻗은 복도를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아버지에게 잡힐까 봐 두려웠지만, 탈출을 향한 의지가 두려움을 앞섰다. 그러나 두려움은 어느새 나를 바짝 쫓아와 내 무릎에 달라붙고 내 뒤꿈치를 잡아당겼다. 다리가 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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