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적 경쟁 속에서 서점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오늘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자본주의적 소비가 서점이라는 공간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가? 답을 간결하게 적자면, 아니다. 도서산업의 상업성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문화 생산물인 ‘책’과 상업 판매물인 ‘책’ 사이의 긴장은 한국과 미국을 구분하지 않는다. 책은 단순히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사회의 교육·문화·역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도서산업의 한 축을 지지하는 서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정리하고 의미를 설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서점과 서점의 대결을 통해 보는 도서산업의 변천과 소비문화
이 책은 미국 도서산업의 초기부터 현대의 대형 체인서점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점의 변천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서점의 상업화 과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 간 갈등, 서점 직원의 노동과 독자의 서점 이용 등 폭넓은 범위의 쟁점을 다루며, 서점의 역할과 의미를 비롯한 도서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미국 서점의 사례이지만 기업화된 체인서점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서점의 갈등과 긴장은 할인, 대형서점에 대한 특혜, 독립서점(동네서점)의 쇠퇴 등 오늘날 한국 서점이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부분이 많기에 이 책을 통해 도서산업의 미래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신간 출간의의
디지털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도서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종이’책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게 여겨진다(다만 문화콘텐츠의 원천으로서 책은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주장이 의미 있음은 분명하다). 줄어든 수요뿐만 아니라 온라인서점의 영향으로 인해 쇠퇴하는 동네서점에 대한 논의 역시 도서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춰 볼 때 미국 서점의 역사와 소비문화를 다룬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저자 로라 J. 밀러는 수많은 참고문헌을 비롯해 도서산업 종사자와 서점 방문 독자를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도서산업, 특히 서점이 변화해온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서점의 합리화·표준화 과정, 대기업으로 성장한 체인서점과 지역 독립서점 간 긴장―이 긴장을 발생시키는 요소는 할인·광고·작가이벤트 외 다양하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서점의 영향과 역할,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가 서점을 대하는 방식 등 서점과 관련한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서점을 이용해본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만큼 우리의 경험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은 서점에 대한 단순한 논의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문화와 상업 간 긴장이 분명히 나타나는 서점과 관련한 소비와 행동 양상을 보여주며, 개인적인 소비를 넘어 일상적인 정치가 벌어지는 과정 역시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서점의 우려와 걱정이 독자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2006년 이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현재 강력하게만 보이던 보더스는 파산해 사라진 지 오래이며 반스앤드노블은 매출 감소로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오로지 온라인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아마존닷컴만이 강력한 존재로 남아 있다. 물론 대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의 긴장 구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의 긴장 구도로 전환되었다 해도 서점의 역할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참고할 책으로서 이 책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