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자본주의, 버리지 않고 고친다
소유 구조 개혁이라는 현실적 대안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급진적인 체제 전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시장경제와 사기업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누가 회사를 소유하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바꿈으로써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업원소유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통제하면서도 생산성과 효율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논거다. 부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사회를 튼튼하게 만들면서도 시장의 경쟁력과 혁신을 잃지 않는 ‘사람을 위한 자본주의’를 향한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정책서에 가깝다.
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가 포옹하는 자리
레이건에서 버니 샌더스까지 좌우가 함께 공감하는 개혁 방안
종업원소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념의 경계를 넘어선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추천사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 레이건은 종업원소유를 “자유로운 국민에게 걸맞은 길”이라 불렀고, 샌더스는 “노동자가 자기 회사를 소유하면 모두가 승리한다”고 말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빌 캐시디는 종업원소유 제도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가 서로를 얼싸안는 자리”에 비유했으며, 사모펀드 KKR의 공동대표 피트 스타브로스 역시 이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길로 꼽았다. 좌파는 노동자 권익과 경제적 평등의 관점에서, 우파는 소유권 확산과 시장 효율의 관점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종업원소유가 특정 진영의 구호가 아니라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드문 개혁 의제임을 보여준다.
홈플러스의 몰락과 한국종합기술의 반란이 보여주는 숨은 길
지금 한국이 ‘종업원소유’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책이 그려내는 문제의식은 대서양 건너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소유 구조가 기업과 노동자의 운명을 어떻게 갈라놓는지 보여주는 대조적인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차입매수로 인수했던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단기 수익 회수에 치중한 경영과 우량 점포 매각이 반복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했고, 점포 수는 한때 140여 개에서 60여 개까지 줄어들었다. 외부 자본이 회사를 소유했을 때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위험을 떠안는다는 사실을 홈플러스는 아프게 보여주었다.
반대편에는 한국종합기술이 있다. 2017년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매각 시장에 나왔을 때,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친 직원들은 “다른 곳에 팔려가느니 우리가 주인이 되자”며 직접 회사를 인수했다. 국내 상장사 최초의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한 이 회사는 초반의 적자를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이후 매출 4천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장과 주주대표를 직원 투표로 뽑는 이 회사의 실험은 ‘경영을 모르는 직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편견을 성적표로 반박해왔다.
같은 시기 한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진 두 회사의 상반된 궤적은 『소유의 전환』이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되비춘다. 회사를 단기 수익의 대상으로 보는 외부 자본과, 회사의 미래를 자신의 미래로 여기는 내부 구성원 가운데 누가 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가. 저성장과 양극화, 그리고 반복되는 사모펀드발 기업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려 한다면 종업원소유라는 세 번째 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천사
“종업원소유 제도(ESOP)는 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가 서로를 따뜻하게 얼싸안는 자리입니다. 노동자가 [마르크스의 말처럼] 생산수단을 통제하면서도, [애덤 스미스가 말한 대로] 생산 능력은 오히려 커지는 방식입니다. 참으로 혁신적인 발상이지요.”
―빌 캐시디(Bill Cassidy), 상원의원·공화당(2025)
“우리는 AI로 높아진 노동생산성의 혜택이 월가의 부유한 주주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우리는 요구해야 합니다.”
“급진적인 발상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노동자가 자기 회사를 소유하면 모두가 승리합니다. 생산성이 오르고, 사기가 높아지며, 지역사회가 튼튼해지고, 경제적 불평등은 줄어듭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무소속(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