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
대한민국은 패권 충돌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세계가 다시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관세와 무역을 넘어 반도체,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망, 제조업과 국방까지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을 발판 삼아 성장해 온 한국에는 시급히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마련해야 하는 변화다. 여기에 한국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생·고령화, 정치적 진영 갈등과 민주주의의 위기, AI혁명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의 근간이 흔들리는 ‘복합위기’의 한복판이다.
『패권 충돌의 대변혁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는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한국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경제와 법, 과학기술, 국제정치, 산업, 언론, 사회학을 대표하는 아홉 명의 전문가가 저성장과 불평등에서 AI혁명, 민주주의와 사법개혁, 미·중 패권 경쟁과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를 진단한다. AI혁명과 국제질서의 재편, 민주주의의 위기가 ‘대변혁의 삼각파도’처럼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 국가 운영의 기본 틀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안보는 자강하고 기술은 자립하며 시장은 넓혀라”
패권국 사이에서 ‘대체불가 중견국’이 되는 법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들이 내놓는 해법은 어느 한 강대국을 선택하거나 현실과 거리를 둔 중립을 선언하는 데 있지 않다. 국방에서는 자강과 동맹을 함께 강화하고, 외교에서는 중견국 네트워크를 넓혀 전략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AI와 첨단산업에서는 미국과 연동하되 반도체, 피지컬 AI, 산업 데이터, 국방 AI, 전력 인프라 등 핵심 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갖춰야 한다. 안보는 연동하고 기술은 자립하며 시장은 다변화하는 ‘선택적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를 가능하게 할 자산이 있다. HBM과 반도체, 조선, 배터리, 자동차, 방산, 통신, 원전 등 세계 산업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실물 기반이다. 패권을 행사할 힘은 없더라도 패권국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과 산업을 가진 나라는 될 수 있다. 세계 1위의 기업과 기술, 산업을 얼마나 확보하고 그것을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들 것인가가 한국의 생존을 좌우한다. 미·중 사이에서 끌려다니는 국가가 아니라 양쪽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전략적 중추 국가, 이것이 책이 그리는 중견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좌표다.
“경제·민주주의·과학기술체제를 다시 설계하라”
아홉 명의 지성이 제안하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성장 전략
이 책은 대외전략만을 말하지 않는다. 패권 충돌의 파고를 넘으려면 먼저 안에서부터 국가의 역량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운찬은 저성장과 양극화를 넘어설 원리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제시하고, 2048년 정부 수립 100주년을 향한 선진강국의 비전을 그린다. 차진아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속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균형을 묻는다. 이근은 외환위기 이후 변화한 한국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소유·산업·복지의 ‘국내 완결형 3대 생태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제안한다.
윤국진은 AI를 하나의 신기술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인재정책을 모두 바꾸는 체제 전환으로 바라보며 AI시대의 과학기술체제 재설계를 촉구한다. 윤영관은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자강·동맹·글로벌 외교를 결합한 외교전략을 제안하고, 염재호는 AI혁명·국제질서 재편·민주주의 위기라는 ‘삼각파도’를 넘어설 20~30년의 국가 그랜드 디자인을 요구한다. 이경일은 미·중의 ‘초지능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AI 컴퓨팅 주권과 산업형 AI 강국 전략을, 손현덕은 세계가 대체할 수 없는 기업·기술·산업이라는 대한민국의 ‘필살기’를 강조한다. 박준식은 패권 경쟁의 시대에 국가이성과 사회 통합을 결합한 ‘강한 민주주의’를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제시한다.
패권 경쟁의 승패는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과 산업, 민주주의와 사회 통합, 국가가 장기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패권 충돌의 대변혁기』는 세계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 묻는 집단적 응답이다.
책 속으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는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정책적 대안 중 하나가 아니다. 이는 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자, 21세기를 관통하는 절대적 시대정신(Zeitgeist)이다.
--- p.55
대한민국의 역사는 물론, 인류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정치와 사법,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양자택일이 아닌 상호 존중 속의 균형과 조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
--- p.63
한국 자본주의는 3대 생태계, 즉 소유생태계·산업생태계·복지생태계 면에서 최대한 국내 완결형 체제를 지향하여야 한다.(이근, 3장
--- p.146
더 근본적인 질문은 AI시대에 어떤 사람을 길러야 하는가, 과학기술 교육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연구자는 AI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 p.150
세기적 위기의 시대에 더욱 절실한 것은 국론의 통합이고 이를 위한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의 노력이다. [...] 국민이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결속할 때, 비로소 주변 강대국들이 한국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p.222
21세기 AI로 변화하는 새로운 문명사가 구축되는 이때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향후 20~30년의 미래를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야 한다.
--- p.236
한국은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AI 컴퓨팅 주권, 피지컬 AI, 국방 AI, 산업 데이터, 전력 인프라, 표준 외교를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지 못하면, 반도체 강국의 지위도 AI 제국들의 하청 인프라로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이 전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끌려다니는 국가가 아니라 양쪽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전략적 중추 국가가 될 것이다.
--- p.256
패권국에 필요한 것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 국가가 되는 게 바로 파고를 넘는 길이다. [...]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1위 기업, 기술, 산업을 얼마나 확보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다른 나라가 대체 불가능한 영역인가가 관건이다.
--- pp.265-266
강한 민주주의와 국가이성이 있으면 국민이 공감하는 장기적 국가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국가전략은 한 번밖에 추진할 수 없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다.
--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