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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제1부 _ 봄이 이다지도 아픈 건 어인 까닭입니까
꽃송이 같은 첫눈 ㆍ 강경애|봄! 봄! 봄! ㆍ 최서해|살구꽃 ㆍ 현덕|오동 ㆍ 이광수|나팔꽃 ㆍ 김동석|애저찜 ㆍ 채만식|명태 ㆍ 채만식|?냉면 ㆍ 김남천|유경 식보 ㆍ 이효석|별 ㆍ 김동인|청란몽 ㆍ 이육사|그믐달 ㆍ 나도향|늪의 신비 ㆍ 이효석|춘원의 편지 ㆍ 김동인|나와 귀뚜라미 ㆍ 김유정|나비 ㆍ 노천명|고양이 ㆍ 김동석|돌베개 ㆍ 이광수|문방잡기 ㆍ 이태준|벽 ㆍ 이태준|책 ㆍ 이태준|가장 시원한 이야기 ㆍ 정지용|목련 ㆍ 노천명
제2부 _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내다보며 웃는다
단념 ㆍ 김기림|천렵 ㆍ 계용묵|인욕 ㆍ 이광수|참회 ㆍ 이광수|방서한 ㆍ 계용묵|죽음 ㆍ 이태준|값없는 생명 ㆍ 최서해|연주창과 독사 ㆍ 최서해|생활의 향락 ㆍ 김진섭|약수 ㆍ 이상|공허증 ㆍ 김석송|여인 독거기 ㆍ 나혜석|공연한 실망 ㆍ 김일엽|눈 오던 그날 밤 ㆍ 백신애|설천야의 대동강반 ㆍ 임화|내 애인의 면영 ㆍ 임화|겨울이 가거들랑 ㆍ 지하련|머리카락 ㆍ 이원조|심부름 ㆍ 이선희|화초 ㆍ 이효석|꾀꼬리와 국화 ㆍ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ㆍ 정지용|기억에 남은 몽금포 ㆍ 강경애|해협병 ㆍ 정지용|선 ㆍ 한용운|신념 있는 생활 ㆍ 김기림
제3부 _ 수상한 시간, 알 수 없는 시대
조선 정조 ㆍ 최독견|모던 걸 ㆍ 안석영|진실한 의미의 모던이 되자 ㆍ 박팔양|거리에서 만난 여자 ㆍ 현진건|축견무용의 변 ㆍ 박태원|세태 ㆍ 박영희|여백을 위한 잡담 ㆍ 박태원|이발과 괵수 ㆍ 안회남|의복미 ㆍ 안회남|머리 ㆍ 김용준|육체 ㆍ 정지용|사망 통고서 ㆍ 박계주|개가 ㆍ 계용묵|오천 원의 꿈 ㆍ 노자영|땅 ㆍ 김사량|이동 음식점 ㆍ 김용준|고전 ㆍ 이태준|동양화 ㆍ 이태준|글루미 이맨시페이션 ㆍ 채만식|삼단논법 ㆍ 오장환|소나무 송 ㆍ 김기림|원고 첫 낭독 ㆍ 강경애
제4부 _ 겨울이 오면 봄은 머지않았어라
문필과 가책 ㆍ 나도향|지충 ㆍ 채만식|탈모주의자 ㆍ 엄흥섭|손 ㆍ 계용묵|길 ㆍ 김유정|이역의 달밤 ㆍ 강경애|나의 무궁화 반도 ㆍ 노자영|최서해와 나 ㆍ 이광수|유정의 면모 편편 ㆍ 이석훈|꿈 ㆍ 정인택|고 이상의 추억 ㆍ 김기림|효석과 나 ㆍ 김남천|예술에 대한 소감 ㆍ 김용준|시의 위의 ㆍ 정지용|동양의 미덕 ㆍ 김기림|민족과 언어 ㆍ 김기림|춘래불사춘 ㆍ 임화|소인국 ㆍ 김억|바다 ㆍ 길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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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큰 별들이 그린
근대의 풍경, 시대의 자화상
삶이 고통스럽고 마음이 공허할 때
그 ‘낡은 지면’은 내게 한 가닥 위안이었다.
한 편의 글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언제 읽어도 가치 있는 문장으로 다가섬을 의미한다. 단지 과거에 씌어졌다는 것만으로 역사적 의미를 고정하면 그만인 글이 있는가 하면 그처럼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오늘을 살기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는 글이 있다. 그러한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고 영원히 젊은 글이다.
이 산문 선집을 펴내고 글을 고른 기준을 들라면 바로 이 ...
한국문학의 큰 별들이 그린
근대의 풍경, 시대의 자화상
삶이 고통스럽고 마음이 공허할 때
그 ‘낡은 지면’은 내게 한 가닥 위안이었다.
한 편의 글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언제 읽어도 가치 있는 문장으로 다가섬을 의미한다. 단지 과거에 씌어졌다는 것만으로 역사적 의미를 고정하면 그만인 글이 있는가 하면 그처럼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오늘을 살기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는 글이 있다. 그러한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고 영원히 젊은 글이다.
이 산문 선집을 펴내고 글을 고른 기준을 들라면 바로 이 영원한 현재성을 꼽고자 한다. 오늘의 우리가 읽을 때 그 글이 우리 선배들의 글이라는 점 말고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막막한 심정을 위로해 주고 스스로 자기의 삶을 구성할 여유와 지혜를 준다면 훌륭한 글이 아니겠는지.
그러한 체험을 귀하게 여겨 이제 내가 읽고 힘을 얻었던 글에 새로 찾아낸 글을 더하여 식민지 시대 문학인들이 남긴 산문을 가려 뽑은 선집을 내게 되었다. 이 산문 선집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_[들어가는 글], 엮은이
책 소개
1910~1940년대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들이 쓴
영원한 현재성을 지닌 90편의 산문
『모단 에쎄이Modern Essay』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 후반,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쳐 한국전쟁 사이에 발표된 수필 중 90편을 가려 엮은 책이다. 외세에 의해 급격하게 근대로 편입된 혼돈의 시대에, ‘조선 근대문학의 수립’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작가들은 근대의 풍경과 시대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른바 ‘필독’이라는 명찰을 단 ‘간판작가’에서 시각을 달리하여, 엮은이가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의 심미적 기준을 부여했다. 팍팍한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 ‘영원한 현재성’을 지닌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냉전의 그늘 속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김기림, 임화, 김남천, 김동석 등의 월북 작가와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김일엽, 이선희, 지하련 등의 여성작 가들을 두루 조명했다. 이로써 문학사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책의 미덕이다.
근대를 복원하다, 근대의 향기를 품은 낡은 지면
엮은이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길게는 한 세기 전, 짧게는 칠십여 년 전의 문학잡지와 수필집, 신문의 낡은 지면을 뒤져 90편의 수필을 발굴했다. 아마도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방민호 교수는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과 더욱 가까이 지냈을 법하다. 이렇게 찾아낸 글들은 문장 한 줄, 단어 하나에 천착하면서 낯선 문장을 새롭게 해석하고 단어들을 현대의 형식에 맞게 다듬었다.
이 책이 다소 복고풍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은 엮은이의 노고 때문이다. 그가 건져 올려 출판사 편집진에게 건넨 원고에는 근대의 맛과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편집진은 이 글들에 어울리는 옷을 찾아야 했고, 숱한 재단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독자들이 책을 펼친 동안이나마 근대의 공간에 머물기를 바랐다.
대접받지 못한 문학 장르, 그 속에서 찾아낸 ‘오늘’
겨울날 살에 와 닿는 눈송이처럼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독하게 아름다운 글들
수필은 문학의 말석(末席)에 있었다. 전문적인 훈련 없이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필은 ‘잡문(雜文)’으로 여겨졌고, 그만큼 홀대를 받았다.『모단 에쎄이』에 수록된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르의 속성 탓에 문학잡지나 신문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을 겨우 차지한 경우가 많았고, 편집 면에서도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르의 성격과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위치로 인해 작가들은 글 속에 크고 작은 생각들을 보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담아냈다.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이러한 솔직함으로, 당시 대접받지 못한 글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생생한 느낌과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과거의 산물에 그치지 않고 언제 읽어도 좋을 ‘영원한 현재성’을 획득한 것이다.
『모단 에쎄이』에 실린 글들은 여러 가지 빛깔을 띠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우울함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신변잡기로 딴청을 부리며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우울한 시대를 돌파하고자 하는 생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최서해는 가치 없이 스러지는 한 생명 앞에서 생의 비극을 체험하고, 중병을 앓는 아들을 품에 안은 이광수는 피눈물을 삼키며 참회한다. 엄흥섭은 동료 문인들과 벌인 한바탕 촌극을 장문의 필치로 그려내고, 김사량은 땅 투기로 몸살을 앓는 평양을 탄식한다. 김유정은 썩어 문드러진 폐로 좁쌀만큼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곁에 놓인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다짐한다. 이육사는 자신의 시를 수필로 풀어쓴 듯 지사적 풍모를 잃지 않는다. 끝내 시대와 화해하지 못했던 천재 시인 이상은 많은 작가들에게 번득이는 예지를 심어놓고는 멀리 미래로 줄달음쳤다.
오늘 우리의 가슴에 ‘삶’을 속삭이는 죽은 자의 육성
이 책을 대하면서 일제강점기와 근대의 수필이라 하여 저항 의식이나 시대정신의 색조가 강하리라 예상한다면, 독자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갈 것이다. 엮은이의 의도일 수 있겠으나,『모단 에쎄이』의 작가들은 오히려 시대에 무감한 태도를 보인다. 마당의 살구나무, 평양의 냉면, 중고 서적에서 나온 머리카락 한 올, 신문에 난 기사 한 줄 등 사소한 소재와 소소한 일상이 주된 글감이다. 나날이 ‘조선’이 지워져가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을 드러내면서도 그들 역시 모던 보이, 모던 걸로 살아가고 있다. 이토록이나 시대에 둔감했던 이들의 태도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들의 무관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록 작가 45인의 글에서 느껴지는 정조는 비장함이다. 시대에 무감하지 않고는,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도 부여잡고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의 비애가 깊게 묻어난다. 그들은 그믐달을 올려다보며, 흰 눈송이를 바라보며, 바늘에 찔린 상처를 들여다보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고, 살아가라고 죽은 자의 음성으로 속삭인다.『모단 에쎄이』는 한 시대를 견뎌낸 문인들의 글이자, 우리보다 삶을 먼저 살아낸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식민지 시대로부터 오늘에까지 이어져온, 삶을 향한 독하게 아름다운 가치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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