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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테하차피의 달
통문당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
‘그린파파야 향기’를 보는 부부
아내를 두고
오어사(五魚寺) 가는 길
섣달그믐날
작가의 말
개정판에 부쳐
저자 소개
저자 : 조갑상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병산읍지편찬약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을 냈다. 일반 저서로는 『이야기를 걷다』 『소설로 읽는 부산』 등이 있다. 요산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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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망각과 회상의 굴레 속에서 겨우 움켜쥐는‘나’

「통문당」과 「오어사(五魚寺) 가는 길」은 ‘회상’의 문법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각 대학 때 사귀었던 여인의 부고를 듣는다. 하지만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빈소를 찾는 대신 병원 주차장 한 구석에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거나, 병원이 있는 도시를 빙빙 도는 것으로 조문을 대신한다.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에 대해 「통문당」의 주인공은 “차라리 들은 이야기나 지어낸 이야기라고, 누군가 딱 한 사람에게만 말하는 게 그때 그 시간을 위한 일이 되지는 않을지.”(73쪽)라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끝내 자신을 누르는 하중을 벗어날 수 없음을 느낀다. 「오어사(五魚寺) 가는 길」의 주인공 역시 낯선 사내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두 작품에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자아를 통합하는 데 있어 ‘회상’이 중요한 양식임을 말한다.

▶ 먹빛에서 잿빛을 아우르는 부부의 눈빛을 담다

「아내를 두고」, 「‘그린파파야 향기’를 보는 부부」는 예기치 않은 삶의 균열을 겪는 노년 부부와 젊은 부부의 심리를 담담하고 차분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내를 두고」는 노후에 접어든 부부가 종교문제로 갈등을 빚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리라던 주인공의 생각은 아내의 입교(入敎)와 사고사를 맞아 여지없이 깨어진다. 「‘그린파파야 향기’를 보는 부부」는 살아가는데 그리 중요하지는 않으나 진지하게 이야기되는 부부의 대화를 먹먹하게 풀어냈다.

“왠지 기분이 안 좋아.”
문득 아내가 말한다. 걸음을 멈출 정도의 문득은 아니다.
“왜 통금 때문에?”
“그것도 조금은.”
“싸울 일은 아니야.”
“싸울 일도 그냥 지나가는데 영화 보고 왜 싸워요.”
부부의 걸음이 정상을 되찾고 지하철 입구에 다다른다.
-「‘그린파파야 향기’를 보는 부부」(143쪽) 중에서

▶ 골목마다 새겨진 이름 없는 목소리, 소설로 되살아난 부산

『소설로 읽는 부산』(1998),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2000), 『이야기를 걷다』(2006) 등 부산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온 조갑상 소설가는 문학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부산의 색(色)을 내며 ‘부산의 문화지리지’를 부지런히 그려나가고 있다.

일인칭 독백체로 헤어진 남녀의 사랑을 술회하는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에서는 남선창고가 주 배경이다. 실제 있었던 ‘조선인 오모니 살인 사건’을 토대로 하며 1930년대 중반 부산의 모습을 복원한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살아간 조선인 오모니에게는 순간의 사랑, 멈추고 싶은 시간이 있다. 입은 있지만 열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이들의 목소리가 소설을 마무리한다.

표제작 「테하차피의 달」의 배경 미국 모하비 사막에 온갖 모양의 인물들이 모여들듯 소설집을 읽으면 부산 또한 온갖 모양의 인물들이 켜켜이 침전되어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야기’로 지역의 문화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조갑상은 지역문학에 여전히 발화되지 않은 목소리를 묻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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