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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검은 집
나를 봐 / 비가 와도 젖지 않는 / 범인 / 신이 된 남자 / 수련 / 꽃을 꺾는 소녀 / 시들지 못하는 것들 /

2부 우리를 봐
인간이 된 신 / 머물지 않는 곳 / 햇살 / 굿모닝, 달빛 / 나와 닮은 / 그런데 왜 젖어 있지? / 비로소
저자 소개
저자 : 이원정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고등학교 입학 시점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뉴욕주립 스토니브룩 대학(SUNY Stony Brook University)을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생화학(Biochemistry)을 전공하고 미술사(Art History)를 부전공했다. 한 학기 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국문학 관련 강의들을 수강한 것을 계기로 작가의 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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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국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젊은 신예 작가의 첫 소설로, 과학적 상상력과 우화적 세계를 겹쳐 놓으며 사랑과 슬픔, 상실과 인간다움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본다. 작품 속 비와 달빛, 수련과 호수, 증류기는 인간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은유가 되어 독자를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이끈다.

아름다운 것들은 시든다. 꽃도, 사랑도, 슬픔도 언젠가는 변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시듦은 소멸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때 살아 있었고, 사랑했고, 잃었다는 흔적이다. 그래서 슬픔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가장 깊은 증거이기도 하다. 슬픔을 없애려는 남자와 비로소 슬픔을 알아 가는 아이의 여정은 서로를 비추며, 인간에게 고통 없는 삶이 정말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을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 부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서

“삶은 예술에 헌납하고, 예술은 언제쯤 나를 받아 줄까.”
“나는 더없이 아름답고, 그대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지.”
둘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말했다.
“나를 봐.”
---p.33

그날 밤 이후 수련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 호수 가득히 피어 있던 수련들이 밤만 되면 모두 오므라드는 거야. 낮에는 알록달록 휘황찬란 피었다가도 밤만 되면 다들 얼굴을 묻고 어둠 속에 숨어버렸지.
그날 이후로 그 누구도 밤에 피어 있는 수련은 볼 수 없게 되었어.
---p.70

“당신의 슬픔이 당신을 시들게 하고 있어.”
“나는 시들지 않아.”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시들어. 꽃도, 당신의 슬픔도.”
“아름다운 것들은 시들지. 꽃이 시드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나의 슬픔은 아름답지 않아서 시들지도 못 한 채 썩어갈 거야.”
---p.75

“당신과 함께 비를 맞고 흠뻑 젖는 꿈을 꾸었어.”
“그 무엇도 당신을 적실 수 없어. 빗물도, 눈물도.”
“빗속의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경이로워했어. 세상의 모든 슬픔을.”
---p.75

“우리를 봐. 전혀 슬프지 않아.”
유리구슬이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다시 묻는다.
“대답해봐. 정말 슬프지 않아?
아이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유리구슬들도 말이 없다. 세 아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가여워한다.
---p.89

“사실, 누구나 외톨이란다. 웃기지 않니?”
너도 크면 알게 될 거야, 라고 조사관은 덧붙이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p.109

“그런데 여기 이 난폭하고 미련한 외톨이를 봐. 밤하늘 속 지독히 외로운 달빛은 호수를 찾아와. 물에 비친 자신을 보려고. 그 모습은 너무 눈부셔서 하늘도 수평선도 사라지고 아름다움만 남게 되지. 그러면 나는 할 말이 없어지고 마는 거야. 매일 밤 말이야.”
---p.120

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달빛으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아이는 말없이 빗소리를 듣던 유리구슬과, 호수에 비친 자신을 밤새도록 들여다보는 달빛과, 신의 미움을 받아 시인이 된 누군가와,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사람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한다. 그러다 결국, 이토록 우아하고 묵직하게 가슴을 할퀴는 통증의 정체를 깨닫는다.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아이는 그것의 이름을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가르쳐준다.
“나는 슬프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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