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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라앉는 산업의 풍경

[진단편] 금융은 어떻게 글로벌 게임판이 되었는가? - 서울시장 선거가 폴리마켓에서 거래되던 밤

1부 경제가 된 게임, 게임이 된 금융
1. 게임은 어떻게 경제가 되었는가
2. 어느 투자은행이 한국 증권회사에 판 상품
3. 역외에서 만들어진 원화, KRWQ

2부 글로벌 게임판을 움직이는 장치들
4. 인터넷 위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5. 코드가 법이 되는 세계: 스마트 컨트랙트
6. 운영자 없는 시장: 유니스왑
7. 스스로 지갑을 여는 기계: AI 결제
8. 사건이 가격이 되는 곳: 예측시장, 파라메트릭 보험, 영구선물 시장
9. 인보이스와 사건이 거래되는 공급망 금융

3부 게임판 앞에 선 국가
10. 금지해도 사라지지 않는 시장
11. 금지 대신 흡수를 택한 미국
12. 미국이 온체인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이유
13. 한국 결제·금융산업 잠식 시나리오

[전략편] 한국은 어떻게 게임판의 설계자가 될 것인가 - 금융 게임판의 다섯 권력과 한국의 패

4부 무엇을 만들 것인가
14. 원화 스테이블코인(K-SC) 설계
15. 한국형 예측시장(K-PM) 설계
16. 갤럭시폰 글로벌 노드 설계

5부 어떻게 굴리고 넓히고 지킬 것인가
17. 게이트키핑: 누구의 거래를 허용하고 무엇을 상장할 것인가
18. 보험 밖의 리스크와 글로벌 자본의 연결
19. 글로벌 전초기지와 제도권 귀환
* 예상되는 반론과 응답

에필로그 금융은 아직 결말에 도달하지 않았다
주석
저자 소개
저자 : 오태민
한양대학교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크립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비트코인을 발견한 이후, 깊은 사유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을 해석하고 알려 왔다. 유튜브 채널 ‘지혜의 족보(@wisdom_of_bitcoin)’를 통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주제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에 ‘비트코인A to Z’를 연재했으며, 2022년에는 EBS에서 공영방송 최초로 비트코인을 주제로 한 강연 「오태민의 나만 모르는 비트코인」이 12부작으로 방영되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이해하려는 이라면 한 번쯤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이름이다. 대표 저서로 《달러 역설》,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 《비트코인 없는 미래는 없다》, 《자산 토큰 없는 미래는 없다》, 《이더리움 없는 미래는 없다》, 《비트코인 무작정 따라하기》 등이 있다.

저자 : 손혜민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2021년 9월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던 중 유튜브 ‘지혜의 족보’ 채널을 통해 비트코인의 세계에 들어섰다. 이후 오태민 교수의 강연과 저작을 따라가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철학·경제·기술의 논의에 빠져들었고, 그 세계의 넓이 앞에서 이전의 공부가 하찮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질문에 매료됐다. 현재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비트코인화폐철학과 석사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사상적 계보와 디지털 자산이 바꾸는 금융 질서를 공부하고 있다. 크립토 싱크탱크 메타노미아(www.metanomia.org)의 총괄 매니저·편집위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보험연수원 크립토스쿨 교무총괄을 맡고 있다. 저서로 《비트코인 없는 미래는 없다》, 《자산 토큰 없는 미래는 없다》, 《비트코인, 그리고 비트모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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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도박, 보험, 파생상품의 경계가 흐려지는 온체인 금융
디지털 금융의 권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정치인의 운명이 거래되는 플랫폼

2026년 6월, 서울시장 선거가 있던 날 미국의 블록체인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한국 정치인들의 운명이 실시간으로 값이 매겨져 거래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었으나 이 거래는 한국 제도 바깥에 있었다. 한국 금융당국의 허가도 없었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받아줄 창구도 없었다. 한국 당국이 멈추라고 하고 싶어도 그 명령을 전할 집행기구나 국내 운영자도 없었다. 한국의 사건이었지만 한국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 법은 이 참여자를 처벌할 수 있다. 형법상 법이 허가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베팅은 도박이다. 한국인이 폴리마켓에서 돈을 걸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이 책 전체의 긴장이 응축돼 있다.

도박과 보험, 파생상품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장

국가의 강제력은 영토 안의 개인에게는 또렷이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개인이 접속한 시장, 영토 밖의 코드 위에서 자생한 금융 질서에는 손끝 하나 댈 수 없다. 베팅한 사람은 붙잡아도 베팅이 이뤄진 판은 붙잡을 수 없다. 그리고 그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폴리마켓은 정치만 다루지 않는다. 주가도, 환율도, 금리도, 폭염일수도 호가창에 오른다. 도박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파생상품 거래소이자 환헤지 수단이고 보험이다. 한국의 농산물 가공업체가 여름 폭염일수에 돈을 건다면, 그것은 한국 형법상 도박일지 몰라도 경제적 본질은 보험이다.
온체인 금융 안에서 도박과 보험, 파생상품의 경계는 흐려진다. 세 영역은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제도이고, 목적과 규제 체계도 다르다. 그러나 온체인 플랫폼 화면 위에서는 모두 불확실한 사건에 자본을 배치하고 결과에 따라 정산되는 계약으로 나타난다. 환율 변동에 돈을 거는 행위는 어떤 개인에게는 도박이지만,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기업에는 헤지가 될 수 있다. 같은 사건이 베팅이자 헤지, 파생상품이 되는 세계에서 도박과 보험, 파생상품, 외환을 구분하는 기존의 문법으로는 온체인 금융의 작동 방식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 밖에서 만들어진 원화

누군가에게는 온체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제도권에서 벗어난 일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인 통화까지 이 문제에 얽혀든다면 무게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지금, 원화를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도 원화의 등락에 베팅하고 헤지하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할 수 있는 시장이 한국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원화도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게임판에 올라온 것이다. 시타델증권, 찰스슈왑과 같은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투자하거나 지원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 EDX 산하 국제 파생상품 거래소에는 한국 밖에서 만들어진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의 영구선물이 출시된 상태다. 엄밀히 말하면 KRWQ는 원화 그 자체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법정통화도 아니고, 국내 은행 예금에 대한 직접 청구권도 아니다. 원화 가치에 1대 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일 뿐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법적 본질만이 아니다. 원화가 오르내릴 때 그 움직임에 돈을 걸 수 있는가, 그렇게 만든 포지션을 다른 원화 노출의 위험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거래가 가능해지는 순간, 원화에 대한 노출은 글로벌 게임판 위에서 사고팔리는 금처럼 다루어진다.

가격을 결정하고 정산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시장은 가격을 표시하는 장치이자 판단을 단련하는 장소이다. 어떤 사건이 실제 헤지 수요를 갖는지, 어떤 정산 기준이 분쟁을 줄이는지, 어떤 참여자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언제 빠져나가는지는 설계도 위에서는 알 수 없다. 거래가 반복되고, 작은 실패가 처리되고, 정산이 검증되는 과정에서 학습되는 것이다. 그 학습이 한국 밖에서 이루어지면 한국은 결괏값만 받아 보게 된다. 한국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다루는 기술을 잃고, 감독당국은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을 경험을 잃으며, 기업은 자기 리스크의 가격을 남의 시장에서 받아 오게 된다. 금융에서 장부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록을 잃는 일이 아니다. 다음 시장을 설계할 학습 능력을 잃는 일이다.

이대로 망할 것인가,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인가

《금융의 종말》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부고가 아니다. 이미 끝난 산업에 붙인 사망진단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때 도달할 상태를 앞당겨 부른 경고다. 한국 금융은 아직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작동한다는 것과 권력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르다. 실패는 어느 날 갑자기 선언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바깥의 화면에 익숙해지고, 가격이 바깥에서 먼저 만들어지며, 데이터가 바깥에 쌓이는 동안 실패는 구조가 된다. 지금의 한국 금융은 실패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실패가 구조로 굳어지기 직전의 상태에 있다. 늦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한국은 남이 설계한 판의 참여자로 남을 것인가, 스스로 판을 설계할 것인가.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설계자의 길이다. 그리고 한국이, 한국의 금융이, 그리고 한국에 살아가는 한 개인이 어떤 자세로 변화를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그 주인공은 KRWQ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특정 자산의 가치에 1대 1로 연동돼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을 말한다. 달러에 연동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원화에 연동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KRWQ는 원화에 1대 1로 연동되도록 만들어진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여기서 ‘역외’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한국 안에서 한국 기관이 발행한 것이 아니라, 한국 바깥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_ 역외에서 만들어진 원화, KRWQ
---p.54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 위에 코드로 작성된 자동판매기다. 정해진 입력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정해진 출력이 발생한다. 사용자가 토큰을 맡기면 예치 기록이 생기고, 담보 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청산이 실행되며, 만기가 오면 정산이 이루어진다. 사람이 그때그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가 조건을 확인하고 약속된 결과를 실행한다. 이 점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는 전통적인 계약과 다르다. 종이 계약은 약속을 적어 둔 문서다. 약속이 깨지면 법원이 해석하고 판사가 판단하며 집행기관이 강제력을 동원한다. 반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약속과 실행이 붙어 있다. 계약을 적어 놓은 코드가 곧 실행 장치다.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은 해석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인다. _ 코드가 법이 되는 세계: 스마트 컨트랙트
---p.78

이 변화는 공급자에게도 새로운 판매 기회를 연다. 기존 결제 시스템에서는 건별 처리 비용과 이용자의 판단ㆍ절차 부담 때문에 가격이 낮은 정보나 연산 자원을 작은 단위로 판매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공급자는 여러 기능과 콘텐츠를 월 구독이나 묶음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그러나 기계 결제가 활성화되면 API 호출 한 번, 데이터 한 줄, AI 모델 추론 한 번, 문서 한 단락에도 개별 가격을 붙여 사용량만큼 판매할 수 있다. _ 스스로 지갑을 여는 기계: AI 결제
---p.116

전통 금융에서도 개인과 법인, 계좌와 자산을 겨냥한 제재는 가능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특정 인물이나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 미국 금융기관과 제재를 준수하는 해외 은행들은 고객과 거래 상대방을 명단과 대조해 관련 계좌와 자산을 동결하고 지급을 차단한다. 그러나 이 집행은 여러 은행과 결제·수탁기관에 나뉘어 있어, 각 기관이 자신이 통제하는 장부에서 대상을 식별하고 조치하는 만큼 시점과 범위에 편차가 생긴다. _ 미국이 온체인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이유
---p.215

신용카드사가 잃는 것은 카드 결제가 일어날 때 발생하던 수수료 수익이다. 국내 결제에서는 가맹점 수수료가 핵심이고, 해외 결제에서는 해외 이용 수수료와 환전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 기회가 더해진다. 물론 결제망 안에는 카드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 브랜드사, VAN사, PG사 등 여러 참여자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비용과 수수료를 나누어 가진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는 한 카드사는 승인과 정산으로 이어지는 카드망의 주요 당사자다. 그러나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 지갑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이루어지면 이 전제가 흔들린다. 카드 결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 수수료 수익은 통째로 사라진다. _ 한국 결제·금융산업 잠식 시나리오
---p.235

안정성만 놓고 보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즉 원화 CBDC가 가장 좋은 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원화라면 신뢰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CBDC는 안정성의 답일 수는 있어도, 사용성의 답이 되기는 어렵다. 원화 CBDC가 국내 폐쇄형 지급결제망 안에서 움직인다면 기존 계좌이체나 간편결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는 이미 은행 앱과 카드, 간편결제로 원화를 충분히 편하게 쓰고 있는데 여기에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지갑을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은 없다. _ 원화 스테이블코인(K-SC) 설계
---p.253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도 기본 논리는 같다. 다만 그 효과가 반영되는 규제 체계는 업권마다 다르다. 은행이 대출, 보증, 무역금융 익스포저와 연결된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사건, 특정 시장 충격을 K-PM에서 헤지한다면 그 포지션이 신용 리스크나 시장 리스크 관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보유한 대규모 시장 포지션의 손실 가능성을 사건 계약으로 줄였다면 그 헤지 효과를 자기자본 규제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는 K-PM 사건 계약을 펀드의 적격 투자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투자 한도와 리스크 관리, 투자자 공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_ 한국형 예측시장(K-PM) 설계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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