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고향은 사라져도 마음에 머문 장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 머문 기억들이 한 사람의 삶과 사유를 만나 따뜻한 수필이 되었다.
이선옥의 『마음의 고향, 나의 토포필리아』는 ‘공간애(愛)’, ‘장소애(愛)’를 뜻하는 토포필리아를 창작의 중심에 놓고, 장소와 기억,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 수필집이다. 작가는 스무 살까지 농촌에서 부모의 농사일을 거들며 살아온 시간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기억한다. 고향집은 사라졌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책은 5부, 51편의 수필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의 골무」에서는 엄마의 손길이 남은 골무를 통해 대물림되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붓으로 전해진 사랑」에서는 어머니가 남긴 붓과 법화경 사경을 통해 뒤늦게 깨닫게 된 모정의 깊이를 되새긴다. 「추억의 맛, 고래 고기」에서는 음식에 스며든 아버지의 사랑과 어린 시절 울산의 풍경을 떠올리고, 「등대의 말」에서는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 주는 등대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의 의미를 생각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특히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다. 꽃과 나무, 갈대와 연꽃, 매화와 같은 자연의 모습을 단순한 풍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과 생명의 모습을 발견한다. 책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놀이」, 「파크골프 예찬」, 「칠십 년 만에 춤을」, 「노실버존」 등에서는 나이 듦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현재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또한 「법화경, 연밭에서 읽다」, 「무소유의 뜰에서」, 「다시 찾은 운문사」 등에서는 자연과 불교적 사유가 만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깊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한상렬은 ‘작품 평설’에서 이선옥의 수필을 토포필리아적 접근과 생명애인 바이오필리아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자연 사랑이 인간 사랑과 생명 공경으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를 짚어낸다. 또한 토포필리아를 창작의 근간으로 삼아 존재의 사태를 사유하고, 일상의 체험을 의미화하는 가운데 깊은 사상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결국 『마음의 고향, 나의 토포필리아』가 말하는 ‘고향’은 특정한 지명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마의 손길이 남은 물건일 수도 있고, 아버지와 마주 앉았던 식탁일 수도 있으며, 꽃과 나무를 가꾸던 전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오래 머물렀고 사랑했던 장소에는 시간이 쌓이고, 그 시간은 기억이 되어 다시 우리의 마음을 만든다. 작가는 그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