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하현숙 시인의 눈은 늘 평범한 곳을 향한다. 평범하지만 농익은 이야기를 지닌 풍경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가 머무는 자리에 디카시라는 이름의 예쁜 꽃이 피어나기도 한다. 시인은 오랫동안 말은 다루는 일을 해왔다. 말의 재미와 맛을 이미 알고 있는 시인이다. 일상에서 낚은 이미지를 기발한 상상력의 언어와 결합하는데 능란하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기도 하고 낯선 풍경을 친숙하게 이어주기도 하며 우리를 새로운 시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시인의 말
유쾌한 흔들림
이 책은 깊은 사유보다 찰나의 감각, 엉뚱한 상상과 순발력으로 가볍게 썼다. 정교하게 다듬은 시어가 아니기에 이 책을 너무 진지하거나,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을 오래 두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그날의 ‘나’를 함께 기록하며, 유쾌하고 가볍게 흔들려도 괜찮다는 마음의 선물이 되었다. 이 책을 펼치는 동안 그 누구라도 한 장의 사진 앞에 잠시 멈추어, 몇 줄의 글과 본인의 생각을 살며시 올려 보기 바란다. 소박하게 차려 놓은 사진과 지면의 여백이 삶의 해상도를 높이고,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책 속에서
너는 참 고운 자태를 지녔구나
그 가냘픈 목에 커다란 나비 날개를 이고
보이지 않는 발끝에 오롯이 박힌 너의 자존심
힘들 땐 꽃잎도 떨구고 맘껏 흔들려도 괜찮아
ㅡ 「흔들려도 괜찮아」 전문
달도 숨은 밤
연인들에게 듬직한 등을 내어주고
가로등도 부끄러워
단풍 들고 싶었나 보다
- 「단풍 들고 싶은 밤」 전문
앉은 자리 편편하게 시간이 갔다
돋보기 너머 활자가 흐릿해질 무렵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상실
풀 먹인 낱말들이 눅눅하다
ㅡ 「과부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