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 책이 말하는 소유의 기준
《덜 갖는 삶에 대하여》에서 말하는 ‘덜 갖는 삶’은 흔히 떠올리는 미니멀리즘이나 절약의 태도와 다르다. 이 책은 물건의 수를 줄이거나 소비를 통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질문을 중심에 둔다.
‘왜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갖고 싶어지는가?’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소유 그 자체보다 소유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에 주목한다. 무언가를 갖는 순간보다 갖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상태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불안은 적게 가져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기준 없이 소유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결과다.
이 책에서 ‘덜 갖는다’는 말은 무언가를 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삶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지 않아도 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소유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동안 돈을 더 벌고 더 써도 남는 게 없었다면, 가질수록 불안했다면, 소비를 잘못한 건지 인생을 잘못 사는 건지 초조한 감정을 느꼈다면, 이 책은 돈과 물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소유가 왜 마음의 문제인가?
코이케 류노스케는 오랫동안 불교 수행의 세계에 몸담았고, 이후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와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을 관찰했다. 그의 글이 독특한 이유는 수행자의 이상을 그대로 들이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불교적 사유는 교리나 가르침의 형태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선택, 소비, 비교, 집착의 장면으로 보여 준다.
저자는 돈이나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돈이 나빠서가 아니라 돈이 기준이 되었을 때 삶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를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는가’다.
#1. 소유는 1분짜리 쾌락에 불과하다
“욕망을 따라가면 많은 돈을 벌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여 사회적으로 칭송받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마음이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해 한순간의 환상 같은 쾌락을 얻을 뿐입니다. 디즈니랜드에서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고작 1분에 불과한 쾌락을 느끼는 것과도 같습니다. 수지가 안 맞는 셈이죠. 그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2.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돈을 다스릴 수 있다
“돈을 아끼고 모으려는 욕심이 너무 강해지면 정작 필요한 물건을 제대로 사지 못하게 됩니다. 이 또한 ‘절약’을 한다는 명분으로 돈에 세뇌당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약 또한 낭비와 마찬가지로 ‘고통’이 ‘쾌락’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만들어 내는 강한 자극인 것입니다.
물욕이 너무 강해서 돈을 낭비하는 건 어떨까요? 역시 마찬가지로 강한 자극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가능한 한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돈’이 줄어들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강렬한 자극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불쾌한 자극을 뇌가 쾌감으로 착각해서 중독되어 버립니다.”
#3. 얼마나 모으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했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필요한 것’에 돈을 쓰는 것입니다. 즉 필요한 것을 채워 나가는 것입니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서는 안 됩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고 품질이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정말로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고,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면 좋은 물건을 사더라도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될 일은 거의 없죠.”
정말 원하는 것만 가지고 사는 삶
왜 우리는 돈을 과대평가하게 되었는가?
왜 더 갖고 싶은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가?
무엇을 조절할 수 있고, 무엇을 내려놓아도 되는가?
이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무작정 소비를 줄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비교와 과잉에서 한 발 물러나는 여유, 돈과 물건 앞에서도 즉각 반응하지 않는 거리감, 그리고 선택 앞에서 조금 더 차분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돈과 물건 앞에서 판단이 쉽게 흔들린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소비해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생각해 볼 기준을 건넨다. 《덜 갖는 삶에 대하여》가 독자에게 주는 것은 구체적인 해답이나 실천 목록이 아니다. 대신 돈과 물건, 비교와 욕망 앞에서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감이다. 그 거리감은 무언가를 더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체념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나온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무엇을 가져야 할지보다 무엇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지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삶을 즉각 바꾸기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오래 남는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