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철학자 이승종이 평생에 걸쳐 쓴 아홉 권의 책을 본격 토론에 부치다
1994년, 뉴욕주립대(버팔로) 철학과 석좌교수 뉴턴 가버(Newton Garver)와 공저한 획기적인 저술 Derrida and Wittgenstein으로 세계 철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래 철학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비트겐슈타인 철학 전공자, 연세대 철학과 이승종 교수의 사유는 그가 지금까지 출간한 열 권의 연구서에 집약되어 있다. 연구서로는 드물게 한 권도 절판되지 않고 스테디셀러로 순항 중인 그의 작품들을 제자인 윤유석 박사가 연구해 ??사유의 길??에서 장문의 깊고도 유려한 해제로 정리해 냈다. 이 교수와의 학술대담집 ??철학의 길??을 공저한 바 있는 윤 박사는 이번 책에서 이 교수의 사유를 대륙철학과 영미철학,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 해체주의와 자연주의, 2인칭 철학, 이렇게 네 범주로 체계화하여 이 교수에 대한 연구의 이정표로 삼고 있다.
이승종 교수는 그가 출간한 연구서 열 권 중 아홉 권을 주제로 북토크 형태의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테크노 인문학 과정에서 진행하였다. 그의 책들은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데리다 등 현대철학의 거장들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분석철학, 해석학, 해체주의 등의 현대철학 사조와 비교철학, 역사철학, 현대 한국철학 등을 아우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철학의 중심인물과 주제 중에서 선별적으로나마 나름의 해석과 견해를 전개하고 있다. 그의 책들은 강의에 초청된 유관 전공자들과의 집중 토론에 부쳐졌고, 수강생들과의 질의 토론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공학대학원 소속이기는 하지만 강의가 진행되는 야간을 이용해 지식을 충전하러 온 직장인들로서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교양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분들이었다. 수강생들은 이 교수와 유관 전공자들 사이에 벌어진 진검승부와도 같은 끝장토론을 잘 따라왔고, 아주 높은 평점을 부여한 까닭에 이 강의는 연세대학교 우수 강의로 선정되었다.
윤유석 박사는 저 강의에서 진행된 토론 기록 및 텍스트로 사용된 이승종 교수의 저서들을 모두 정독하고, 이에 대한 장문의 해제를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였다. 해제는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 교수와 윤 박사의 사유를 최대한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으면서, 그 와중에 새로운 학문적 돌파구를 여는 고급 담론의 향연을 지향한다. 독자들은 이 교수의 책들을 다 섭렵하지 않고 윤 박사의 해제만 통독해도 현대철학에 대한 두 사람의 독창적인 사유를 따라 짚을 수 있다. 윤 박사의 해제는 책의 1부에, 이 교수가 참여한 토론은 2부에 배치되어 있다. 토론이 학자들의 자존심을 건 양보 없는 거친 논쟁을 가감 없이 담고 있는 데 비해, 해제는 비단결처럼 세련되고 술술 읽힌다. 1부가 시종일관 유려한 조화를 견지하는 품격 있는 실내악곡이라면, 2부는 때로는 야성적인 파열음을 연출하기도 하는 교향곡에 견줄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승종 교수와 윤유석 박사는 앞서 상호 모순되는 것처럼 묘사된 전문서와 교양서의 부조화와 대립을 지양하고자 했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대화의 해석학에는 교양인과 전문가, 전공자와 비전공자 사이의 차별이 없다. 이 책은 불필요한 전문용어와 디테일을 생략한 상태에서도 철학에 대한 치열한 사유가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를 일반인이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한 철학자와 제자들 간의 치열한 토론의 향연
??사유의 길??은 공저자 윤유석 박사의 해제(1부)에 이어 이승종 교수의 저서들에 대한 열세 번의 북토크 형식의 토론 강의(2부)로 전개된다. 매 강의마다 이 교수의 저서 한 권을 토론의 텍스트로 삼아 해당 텍스트에 대한 유관 전공자가 참여하여 이 교수와 집중 토론을 벌인다. 유관 전공자는 국내외 유수의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생, 철학 박사와 강사, 새내기 철학 교수 등 학문 후속세대에 속하는 젊은 철학도들로서 이 교수와 격의 없는 진솔한 논의를 이어가며 여기에 강의의 수강생인 연세대학원생들이 대화에 합류한다.
이 책은 전체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이승종 교수의 책을 읽고 제자 윤유석 박사가 주제별로 해제를 썼다. 다루는 주제는 대륙철학과 영미철학,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 해체주의와 자연주의 그리고 2인칭 철학 등이다. 2부는 매우 실험적인 시도로서 열세 개의 철학적 주제와 이와 관련된 이승종 교수의 저술을 동시대 연구자들과 공유해 토론을 통한 학술적 검증 절차를 거친 다음, 이를 다시 일반인과 소통해 다듬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여기서 다룬 주제는 철학에 이르는 길, 현대철학의 지형, 영미철학, 대륙철학, 비교철학, 한국철학, 역사철학, 자연주의, 분석철학, 대화의 해석학 등이며, 각 주제에 이승종 교수의 관련 저술과 지정 토론자가 있다.
1부의 해제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내공을 닦은 교양인이라면, 이 강의의 수강생들이 그랬듯 2부의 토론까지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그동안 분석철학, 대륙철학, 동양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적 지형을 가로지르며 탐구와 사유의 길을 걸어 온 철학자 이승종 교수의 학문적 여정을 집약한 총결산이다. 체계적인 해제와 북토크 형식의 대화록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구성된 이 독특한 형식의 책은 그의 사유가 형성되고 확장되어 온 과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이승종 교수는 여기 기록된 세미나의 현장에서 철학적 사유가 역동적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더욱 살아있는 힘을 획득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그의 오랜 연구와 교육의 결실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철학적 논의를 촉발할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선우환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 책은 철학이 연구실 속의 고독한 이론적 작업이 아니라 훌륭한 도반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즐거운 여행임을 보여준다. 이승종 교수와 윤유석 박사는 정갈하고 명료하면서도 최대한 평이한 언어로 대륙철학과 영미철학의 주요 흐름 및 쟁점들을 연결하고 조망함으로써 철학적 사유의 길에 훌륭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책이 담고 있는 생생한 강의와 깊이 있는 토론은 선생과 학생, 동료 연구자들 사이의 교학상장(敎學相長), 상호성장의 이상적 모습이 어떤 것일지를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읽는 동안 독자는 이 탁월한 두 철학자들의 2인칭적 사유 속으로 들어가 함께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독자 자신의 사유의 길도 새로이 개척하게 될 것이다.
- 김명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