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고전을 인용하는 책은 많습니다. 고전을 현장으로 검증하는 책은 드뭅니다
이 책은 철학서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은 한 사람의 직업적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읽어낸 사회비평서입니다. 편집부가 이 원고를 선택한 이유를 세 가지로 말씀드립니다.
첫째, 저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국의 만장일치 의사결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가리스크 평가회의에서 소수 의견이 어떻게 관철되는지는 자료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저자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입니다. 2장에서 다수결의 한계를 논할 때, 저자는 철학자의 문장 대신 자신이 참석한 회의를 증거로 내놓습니다. 관념이 아니라 목격담입니다.
둘째, 다섯 개의 장이 하나의 인과로 이어집니다.
교육 비판은 흔하지만, 이 책은 교육을 경제 문제로 연결합니다. 사교육비가 가계부채를 만들고, 가계부채가 평균적인 삶을 무너뜨리며, 무너진 삶은 문화적 삶으로 나아갈 여력을 빼앗습니다. 그래서 3장과 4장은 따로 읽히지 않습니다. 정서적 개탄이 아니라 경제 논증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셋째, 국격을 측정하는 방식을 뒤집습니다.
5장에서 저자는 우리가 국가경쟁력 지표로 흔히 인용하는 수치들이 설문조사에 기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가리스크 평가등급을 제시합니다. 나아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무디스가 국가가 아니라 정부채권을 평가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국내 교양서에서 이 구분을 정확히 짚은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의 수준을 올립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로 바꿔놓습니다. 진로를 앞둔 청년에게는 직업 선택의 기준을, 사회의 중심에 선 중장년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다시 묻게 하는 책입니다.
책 속에서
졸라(Zola)는 사회 환경(조건)의 영향을 받는 인간사회의 삶 속에서 사회 불평등 문제와 불의를 고발한 사회참여 문학의 선구자다. 그러므로 존재의식이 휴머니즘이며, 인간다운 삶의 시작은 존재의식에서 발로한다.
― 1장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23쪽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의사결정 방식에 의해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인도네시아의 국가리스크 평가등급이 결정될 수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 대표단이 6등급을 철회하지 않고 주장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가리스크 평가등급은 다수국가가 주장한 7등급이 아니라, 소수국가가 주장한 6등급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 2장 다수결의 함정, 73~74쪽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학교는 죽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아직도 주입식 교육방법과 사교육 시장에 치우쳐 있다. 사회?경제적인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하자면, 공교육이 사실상 죽어 있는 사회다. ― 3장 교육은 화수분이다, 101쪽
그런데 평균소득은 상위계층의 소득총액이 국민총소득의 평균값을 올리게 되므로 국민의 중간계층을 대변하지 못한다. 평균계층에 속하는 국민소득은 평균값이 아니라 중위수로 계산해야 더 정확하다.
― 4장 평균적인 삶과 풍요로운 삶, 138쪽
선진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국민의식 수준이 후진사회보다 높으며, 사회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한다. 국민의식 수준이 국가의 품격이다. ― 5장 국가의 품격, 196쪽
국가리스크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평가기관은 흔히 알려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무디스(Moody’s)가 아니라,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다. (…)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무디스는 국가리스크 평가기관이 아니라, 채권등급 평가기관이다. ― 5장 국가의 품격, 211쪽
인간이 속한 사회에서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를 업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가 인간사회의 삶에서 의미가 있다. 누가 어떤 직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 에필로그,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