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영화에 대한 들뢰즈의 사유를 일관한 [시네마] 해설서
영화와 철학의 경계를 허무는 그 사유의 왕복운동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들뢰즈의 철학 개념을 재구성하여 그의 영화철학을 이해하도록 돕는 입문서이다. 시각문화와 여러 현대 매체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로도윅은 5년여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들뢰즈의 [시네마]를 독해하여, 이미지와 영화를 대하는 들뢰즈의 새로운 시각과 삶을 재구성하는 영화적·철학적 사유의 역량을 보여준다. 들뢰즈가 철학의 극장에서 떠난 10주...
영화에 대한 들뢰즈의 사유를 일관한 [시네마] 해설서
영화와 철학의 경계를 허무는 그 사유의 왕복운동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들뢰즈의 철학 개념을 재구성하여 그의 영화철학을 이해하도록 돕는 입문서이다. 시각문화와 여러 현대 매체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로도윅은 5년여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들뢰즈의 [시네마]를 독해하여, 이미지와 영화를 대하는 들뢰즈의 새로운 시각과 삶을 재구성하는 영화적·철학적 사유의 역량을 보여준다. 들뢰즈가 철학의 극장에서 떠난 10주기이자 시네마 2 : 시간-이미지]의 발간 20주년이기도 한 시점에 출간되는 이 책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이렇듯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들뢰즈 철학의 개념적 일관성, 특히 영화와 예술과 관련한 개념적 일관성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사유의 힘을 제공한다.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영화와 철학 간의 소통을 매개해주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들뢰즈 혹은 들뢰즈 철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사유의 한 영토를 차지하여 비판의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들뢰즈 철학이 갖는 현실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삶의 철학 재건이라는 의의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철학이 무의식의 영역에서부터 현실의 실재적 양상과 예술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사유의 대양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시네마]를 이러한 들뢰즈의 대양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하나의 물줄기로서 규정하고, 그의 사유 전반에 걸친 풍부한 개념들을 재구성하여 영화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철학을 통한 영화비평의 한 가닥을 마련한다. 요컨대 이 책은 영화와 철학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대화의 장(場)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영화와 철학뿐만 아니라 그외 여러 분야와 관련한 무수한 언로를 개방하고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비판적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제분야의 비평이 상호 교류하며 현실에서 그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계기를 열어준다.
들뢰즈의 강연록과 옮긴이 해설
아울러 이 책은 들뢰즈 영화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들뢰즈의 강연록과 옮긴이 해설을 실었다. 들뢰즈는 회화를 통해서건 영화를 통해서건 개념을 창안하는 철학자로서의 역량을 몸소 실천하였다. 이런 다방면의 활동을 이해하는 열쇠가 바로 ?창조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강연록이다. (FEMIS)에서 행한 강연 녹취인 이 글은 영화에서의 이념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여 창조 행위 일반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드러낸다. 그리고 옮긴이 김지훈은 [시네마]의 사유를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에 대한 주석과 해설을 풍부히 실었다. 영화평론가로 출발하여 강단 활동과 영화이론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옮긴이는 여러 개념을 충실히 설명하여 들뢰즈 철학의 난해한 부분과 행간에 숨어 있는 문맥을 읽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들뢰즈의 강연록과 옮긴이 해설은 사유를 자극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하이데거의 말마따나 “우리는 아직 사유하고 있지 않다”(328쪽). 우리는 이들을 따라서 사유를 자극하고 촉발하기 위한 무대장치, 즉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삶의 메타포이기를 그만두고 사유를 활짝 열어젖히는 기계가 된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들뢰즈의 시네필, ‘철학과 영화 사이’
들뢰즈의 [시네마]는 그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베르그송과 니체, 칸트, 스피노자 등 철학의 거장과의 대화를 토대로 한 무수한 개념들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사에서나 다루어지는 작품과 감독, 수많은 영화 용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이 난해함으로 인해 우리는 들뢰즈가 영화를 사유하는 방식, 무엇보다 들뢰즈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놓칠 수 있다.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들뢰즈의 철학 속에서 영화가 갖는 이 의미를 중심으로 잡고, 여러 난점을 해소하면서 이해의 가교를 놓는다. 즉, 들뢰즈의 영화기호론을 그의 철학 전체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들(‘잠재성’, ‘내재성의 평면’, ‘사유의 이미지’, ‘타자-되기’ 등)과의 관련 속에서 정리하고, ?시민케인?(오손 웰스 감독, 1941년), ?보롱 사레?(우스만 셈벤 감독, 1963년), ?사랑해, 사랑해?(알랭 레네 감독, 1968년), ?쇼아?(클로드 란츠만 감독, 1985년) 등 몇몇 영화들을 그 연관성 속에서 해설한다.
문제의 세계로 인도하는 영화
그렇다면 들뢰즈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들뢰즈는 이미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철학이 개념을 창안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점은 모든 예술과 철학, 심지어는 과학과도 공통되는 부분이다. 영화의 경우는 이미지를 창안한다. 영화는 이미지로 사유하는 것, 이미지를 통해 이념을 창안하는 것이다. 이때의 이념은 이러저러한 결론과는 다른 문제제기적인 것이다.
란츠만의 ?쇼아?를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여러 증언자와 나눈 인터뷰를 담고 있다. 처음에 영화는 폴란드의 한 지방 수용소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40만 명이 가스실로 끌려갔고, 단 두 명 만이 살아남았다는 문구가 나온다. 카메라는 지금의 수용소를 담아내고 생존자는 당시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과거는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즉 우리는 당시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렇게 이 영화는 과거의 재현 불가능성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생존자의 몸과 수용소에서 역사와 기억의 잠재성을 회복시키는 역사적 이미지는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현재와 과거가 소통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제기가 관객의 사유에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여러 문제―이를 테면 파시즘 혹은 인종주의―를 사유할 수도 있고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화가 우리에게 재현되지 않는 역사를 환기시켜 우리를 문제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