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기는 어디에서 오고, 그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요?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선풍기를 틀고, 냉장고를 여는 이 순간에도 전기는 쉬지 않고 흐릅니다. 그런데 전기는 어디서 만들어져 우리 집까지 왔을까요? 누가 그 발전소와 송전탑 옆에서 살고 있을까요? 이 책은 어린이가 던져 볼 법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전혀 다른 질문에 도착합니다. “햇빛이 정말로 돈이 된다고?”
“왜 하필 우리 마을에만?” ― 어린이가 가장 먼저 묻게 되는 질문
1장은 우리나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10년대 밀양 송전탑 사태.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먼 도시로 보내기 위해 세워진 고압 송전탑 앞에서, 정작 그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마을 주민들이 경찰 수천 명과 마주 섰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통계 하나를 내놓습니다. 서울의 송전선 지중화율은 89.6%, 충남은 1.3%. 충남 서해안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고, 그곳에서 만드는 전기는 충남이 쓰는 양의 2.7배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다른 지역으로 흘러갑니다. 반대로 수도권의 쓰레기는 지방으로 흘러갑니다. 이익과 편리는 이쪽이 갖고, 위험과 오염은 저쪽에 떠넘기는 구조. 저자는 묻습니다. “오늘날 지방은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이자 쓰레기 처리장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이것이 정의로운가?”
이름과 얼굴이 있는 이야기로 배우는 ‘환경정의’
환경정의는 초등학생에게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개념 설명 대신 한 사람의 삶으로 책을 엽니다.
나이지리아 오고니랜드. 카사바와 얌을 기르고 강에서 새우를 잡던 소수민족의 땅 아래 석유가 묻혀 있었습니다. 거대 석유기업이 들어온 뒤 1976년부터 1990년까지 15년 동안 기름 누출 사고만 3,000건이 넘게 일어났습니다. 축복의 땅은 ‘오염과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작가이자 방송 프로듀서였던 켄 사로-위와는 이 비극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독재 정권은 그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1995년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법정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랬습니다. “나는 죽게 될지도 모르지만 내 뜻은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뜻은 정말로 죽지 않았습니다. 처형 30년이 지난 2025년 6월,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켄 사로-위와와 함께 처형된 여덟 명에게 사후 사면과 국가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유족과 국제앰네스티는 사면이 그들이 원한 정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면은 죄가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3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이 이야기는, 환경정의가 왜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숙제’인지를 보여 줍니다.
기후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 불평등의 국제적 뿌리
2장은 무대를 넓힙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걸친 순다르반스는 세계 최대의 맹그로브 숲이자, 720만 명이 어업과 꿀 채취로 살아가는 곳입니다. 이곳은 해수면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의 몇 배에 이릅니다. 섬이 잠기고, 소금기가 땅을 덮쳐 농사를 망치고, 사람들은 떠납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힙니다. 숲이 망가져 굶주린 벵골호랑이는 마을로 내려오고, 먹거리를 잃은 사람들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둘이 마주칠 확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입니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사람들이 왜 호랑이와 목숨을 걸고 마주쳐야 할까요.
저자는 이것을 ‘자연재해’라 부르기를 거부합니다. 서구 선진국이 자국의 공해산업과 독성 폐기물을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옮기는 ‘환경 제국주의’, 세계 자원의 대부분을 소비하며 쌓아 올린 부, 그 뿌리에 놓인 식민지 역사. 기후 재난의 지도와 제국주의의 지도가 거의 정확히 겹친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알아볼 수 있게 펼쳐 보입니다.
환경은 민주주의다 ― 물과 나무를 둘러싼 두 개의 승리
3장은 절망만 다루지 않습니다. 1999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다국적 기업이 상하수도 운영권을 따내자, 기업은 시냇물과 강물은 물론 빗물을 모으는 것까지 금지했습니다. 물값은 세 배로 뛰어 주민들은 수입의 5분의 1을 물값으로 내야 했습니다. 그러자 시민들이 일어섰고, 물을 되찾았습니다.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는 1977년 지구의 날에 여성들과 함께 나무 일곱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 일곱 그루는 5,100만 그루가 되었고, 최대 10만 명의 여성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얻어 자립했습니다. 그는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환경운동가에게 ‘평화상’을 준 이유를 저자는 놓치지 않고 짚습니다. 나무를 심는 일이 곧 민주주의를 심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햇빛이 정말 돈이 된다고?
제목의 답은 4장에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의 ‘햇빛 연금’. 태양광 발전 수익의 일부를 주민 협동조합을 통해 배당하는 제도로, 평생 가입비 1만 원으로 조합원이 되면 분기마다 연금을 받습니다. 2026년 4월 기준 약 2만 300여 명의 주민이 혜택을 받고 있고, 발전소와 가까운 안좌·자라도 주민은 분기당 17만~68만 원을 받습니다. 누적 배당금은 247억 원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1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된 ‘햇빛 아동수당’만 23억 9,000만 원입니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해마다 1,000명씩 줄어들던 신안 인구는 2022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5년 만에 4,349명이 늘었습니다. 지방소멸의 대명사였던 섬이 사람이 돌아오는 곳이 된 것입니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는 또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70가구 130명의 작은 마을이 공동 소유한 햇빛발전소에서 월평균 1,000만 원의 수익이 납니다. 나눠 가지면 1인당 7만 6,900원. 주민들은 현금 분배 대신 전액을 마을 공동 식당 무료 급식과 마을버스 무료 운행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 덕에 이 마을은 일요일을 뺀 주 6일, 누구나 ‘우리는 한 식구!’라고 적힌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자주 만나니 정이 깊어졌고, 도시로 떠난 자녀들이 은퇴 뒤 돌아오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4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소득은 미국의 5분의 1이지만 행복 지표는 미국을 앞서는 코스타리카,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구호로 지하철 건설비의 100분의 1로 교통을 바꾼 브라질 쿠리치바, 2013년 파산한 뒤 버려진 공터에서 시작한 도시농업으로 되살아난 미국 디트로이트, 자기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 파타고니아, 석유 수익을 모든 주민에게 나누는 알래스카의 영구기금 배당까지. 대안은 이미 지구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논쟁을 가르치는 책
이 책이 여느 환경 교양서와 다른 지점은 4장 끝에 실린 「비판, 그리고 답변」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쏟아질 반론을 먼저 정리하고 하나씩 답합니다. 신안 사례의 그늘 ― 아직 모든 군민이 혜택을 받지 못해 생기는 갈등, 대규모 발전시설의 경관·생태 훼손 우려 ― 도 숨기지 않고 적어 둡니다.
논술 교양서로서 이 구성은 결정적입니다. 아이는 저자의 결론을 외우는 대신, 주장에는 반드시 반론이 따르고 반론에 답할 수 있어야 주장이 된다는 것을 본문에서 직접 목격합니다. 저자가 마지막에 권하는 세 가지 눈 ― 문제의 뿌리를 파헤치는 구조적 시각, 맥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는 역사적 시야, 나와 세계·현세대와 미래세대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보는 관계적 관점 ― 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만날 모든 논제에 쓰이는 도구입니다.
이 책을 권합니다
기후 위기를 걱정할 줄은 알지만 왜 어떤 사람이 더 많이 아파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학생에게, 그리고 ‘환경 공부’가 죄책감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와 교사에게.
자연을 살리는 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은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납니다. 이 책은 그 길의 이름이 ‘환경정의’라고 말합니다.
교과 연계
초등학교 6학년 > 사회 > 2학기 > 단원: 2. 지속 가능한 지구촌
초등학교 6학년 > 도덕 > 학기: 공통 > 단원: 6.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초등학교 6학년 > 실과(미래엔) > 학기: 공통 > 단원: 2. 생활 속의 동식물 이용
초등학교 6학년 > 실과(금성) > 학기: 공통 > 단원: 2.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
초등학교 5학년 > 사회 > 2학기 > 단원: 2.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
중학교 3학년 > 사회2 > 단원: 10.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한 환경
고등학교 > 사회과 > 융합선택과목: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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