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당신은 어떤 직업인이 되고 싶으십니까』는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성공하는 법이나 더 많은 돈을 버는 법을 말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이 묻는 것은 훨씬 근본적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며,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떤 선택 앞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하는가.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의 오랜 경험과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오래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직업윤리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여러 조직과 사회를 바라보고, 다시 공부하면서 당시 자신이 직업윤리를 얼마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되묻게 되었다. 그때는 직업윤리를 가르쳤지만, 지금 돌아보면 자신 역시 아직 덜 성숙했고 직업윤리를 몇 가지 덕목과 규범의 문제로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성찰하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공직과 대학, 국제기구와 여러 교육 현장을 거치며 저자는 일이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보게 되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과 제대로 일한다는 것은 같지 않았다. 전문성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직업인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더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고, 법과 규정을 지켰다고 해서 언제나 윤리적인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서 직업윤리의 본질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과 공부, 그리고 뒤늦은 깨달음의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제 직업윤리에 대한 완전한 답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묻고 생각해보자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앞선 책 『당신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으십니까』에서 좋은 사회를 물었고,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에서 좋은 사람을 물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는 그 두 질문을 인간의 가장 현실적인 삶의 공간인 Work의 세계로 가져온다. 좋은 사회는 좋은 사람이 만들고, 좋은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일과 역할을 통해 사회와 만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앞선 두 권의 질문이 현실의 삶 속에서 만나는 세 번째 질문이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직업윤리’이면서 동시에 그보다 넓은 ‘일의 윤리(Ethics of Work)’다. 저자가 말하는 Work는 임금을 받는 직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일하는 것, 공직을 수행하는 것,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뿐 아니라 돌봄, 봉사, 가족을 위한 노동, 공동체를 위한 활동까지 인간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폭넓게 포함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직업윤리는 정직, 성실, 근면 같은 몇 가지 덕목을 암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자신의 역량에 책임지는 것, 편법을 거부하는 것,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것,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한 판단과 행동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까지가 모두 직업윤리의 영역이다.
저자는 특히 직업윤리의 출발점을 ‘책임 있는 성인’에서 찾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비로소 좋은 직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직업세계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자유와 책임, 자기책임과 자립, 시민의 권리와 의무, 공동체와 사회계약, 좋은 규칙과 Rule of Law, 존중과 시민성부터 차근차근 살펴본다. 직업윤리를 직장 안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인간이 책임 있는 성인과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 전체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직업윤리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도 나쁜 조직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성과만을 강요하는 조직, 편법을 묵인하는 조직, 권한은 위에서 행사하면서 책임은 아래로 떠넘기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윤리도 흔들린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윤리에서 관계의 윤리, 조직윤리, 사회윤리로 시선을 확장한다. 좋은 직업인을 요구하려면 좋은 조직과 공정한 제도, 신뢰할 수 있는 사회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 곳곳에서 반복되는 질문도 인상적이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도 되는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가. 권한이 커질수록 왜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하는가. 조직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돈과 직업적 양심이 충돌하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오래된 동양의 덕목인 신독(愼獨)과 염치(廉恥)를 오늘의 Work 세계로 다시 불러낸다.
이 책은 또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인간 존중의 원칙과 함께 매우 중요한 하나의 명제를 제시한다. 사람의 존엄에는 위아래가 없지만, 역할의 책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더 높은 지위, 더 큰 권한, 더 많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의 비례성에 부합한다.
마지막에는 현실의 직업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20개의 윤리적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다. 돈과 적성, 성과와 절차, 상사의 지시와 양심, 조직의 이익과 공익, AI와 인간의 일자리, 성공과 가족의 책임 등 어느 하나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 사례들은 정답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자가 자신의 판단 기준을 확인하고 “나는 왜 그렇게 선택하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좋은 직업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노력하되 결과를 독점하지 않고, 성공하되 그것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님을 알며, 선택하되 그 결과에 책임지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스스로를 지키며, 할 수 있다고 해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책 자체도 하나의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저자가 오랫동안 Work의 세계를 살아온 뒤 다시 써보는 답안일지 모른다. 과거에는 직업윤리를 가르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게 되었고, 더 공부할수록 오히려 질문은 많아졌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에게 가르치기보다 함께 묻는다.
우리는 좋은 직업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왔다.
그러나 좋은 직업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나 배워왔는가.
『당신은 어떤 직업인이 되고 싶으십니까』는 바로 그 비어 있던 질문을 우리 앞에 놓는다.
당신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가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