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같은 대사인데, 왜 무대에서는 다르게 들릴까?”
연극과 영화, 두 무대에서 읽는 셰익스피어와 인간
1601년 5월, 화창한 봄날 오후. 런던의 극장은 만석이고 지붕 위에서는 신작 〈햄릿〉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낀다. 그런데 막이 오르자 무대는 뼈가 시리게 춥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이다. 게다가 최고 흥행작의 첫 장면에는 주인공 햄릿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름도 낯선 병사 둘이 “누구냐?” 하고 묻는다. 조명도 커튼도 장치도 없는 한낮의 무대에서 이 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답은 대사와 관객의 상상력이다. 《무대 인간》은 이처럼 연극이 가진 물리적 한계가 어떻게 표현 방식을 만들어 왔는지 보여 준다. 무대에 초록 걸개 몇 장만 걸려 있어도 관객은 그곳을 울창한 숲이라 믿어 주고, 10초의 암전을 10년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 암묵적인 약속을 "연극적 컨벤션"이라 부르며, 연극을 제대로 즐기려면 관객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너그러움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영화는 카메라와 편집으로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다. 무대는 상징하고 영화는 사실처럼 재현하며, 연극 관객은 보고 싶은 곳을 스스로 고르지만 영화 관객은 감독이 정해 준 장면을 따라간다. 같은 공연이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연극과 100번 상영해도 한 치 다르지 않은 영화의 차이는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낼까? 한 노배우는 연극에는 "다시"가 있어서 무대가 좋다고 했다. 이 책은 두 매체의 이런 차이를 하나씩 짚어 가며 우리가 왜 연극과 영화에서 서로 다른 감동을 받는지 알려 준다.
셰익스피어는 연극과 영화,
400년 전 무대에서 시작해 오늘의 스크린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는 연극 무대를 위해 쓴 극작가이지만, 영화가 등장한 뒤에는 스크린에서도 가장 많이 불려 나온 작가가 되었다. 《무대 인간》은 그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두 매체가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완성하는지 살펴본다.
여배우가 금지된 시대, 남자 배우가 여자를 연기하고 극중 여주인공이 다시 남자로 변장하던 무대에서 관객의 감정은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를 오갔다. 저자는 이를 400년 전에 이미 ‘젠더’의 문제를 보여 준 장면으로 읽는다. 완벽해 보이는 셰익스피어도 극장에서 실수를 했다. 배우 10여 명으로 인물 30여 명을 소화해야 했던 극단 사정이 낳은 ‘귀여운 실수’를 따라가면 400년 전 무대 뒤편이 보인다.
스크린 속 셰익스피어는 더 다양하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액션 영웅이 된 햄릿이 있고, 정치적 이유로 남자로 키워진 여성이었다는 설정의 1921년 무성영화 속 햄릿이 있다. 2000년 뉴욕에서 캠코더를 들고 독백하는 햄릿도 있다. 같은 인물이 매체와 시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셰익스피어가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가 보인다.
이 책이 다루는 연극과 영화의 모든 것
《무대 인간》이 다루는 이야기들은 그동안 흔히 들었던 셰익스피어 이야기나 영화 이야기와는 또 다르다. 배우의 몸과 관객의 몸이 직접 만나는 연극은 왜 영화보다 더 예민한 논쟁을 일으키는지, 같은 노출인데 영화는 등급을 받고 연극은 풍기문란으로 입건되기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기독교가 극장을 “사탄의 회당”이라 부르며 문을 닫게 했다가 연극을 다시 살려 낸 아이러니도 다룬다.
영화 쪽에서는 최초의 영화를 본 관객들이 기차가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고 놀라 도망쳤다는 일화부터, 카메라가 말없이 의미를 만드는 법, 장면을 구성하는 미장센, 서로 상관없는 쇼트를 이어 붙여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몽타주까지 이야기한다. 손흥민의 손가락 세리머니가 영화 촬영감독이 프레임을 잡는 동작과 닮았다는 대목에서는 영화 용어가 갑자기 친숙해진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연극과 영화에 대한 심오한 이론서도 아니며, 연기론이나 촬영 기법에 대한 필독서도 아니다. 상세한 연극사나 영화사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연극이나 영화 작품에 대한 평론도 아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더더욱 아니다. 읽다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그러나 여타 전문 서적에서는 흔히 언급하지 않는 주제들을 담아내어 이 책만의 특색을 만들어보려 노력했다. 책의 구성도 내용에 맞춰봤다. 보통의 큰 챕터를 나는 ‘에피소드’로 부르려 한다.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 그 밑에 관련된 여러 개의 스토리가 있다.
- 들어가는 글
왜 16세기에 이르러 연극이 융성하게 되고 그 와중에 셰익스피어라는 걸출한 극작가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시기와 거의 맞물려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유럽의 열강들을 제치고 영국을 가장 강력한 국가로 만들어낸 군주였다. 정치, 군사 면에서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영국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군주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다방면에서 사회 체제가 급속도로 변화하던 격동기였다.
- 스토리 2.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잘 타고났다
도대체 〈햄릿〉은 햄릿 없이 왜 이런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일까? 셰익스피어의 의도는 무엇인가? 첫 장면에서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암울한 상황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을 표현해줄 무대 효과 장치가 전무하다 보니 대사를 통해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언술행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연극은 ‘보여주기’보다는 ‘말하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대체로 그러하다. 영화에 비해 연극 무대의 표현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화창하고 따스한 오후이지만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은 무대 위 상황처럼 오들오들 떨리는 추위와 옆 사람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임을 상상하고 수용해야 한다. 참으로 관대하고 착한 관객들이다. 무대 효과 장치의 결핍 문제는 대사를 통해 그리고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 스토리 3.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려면 당시 극장 구조를 알아야 한다
“테아트룸 문디,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 실제 연극 관람 시 너그러운 이해심이 필요하다고 했듯이 우리의 인생 여정 가운데에서도 너그러운 이해심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스토리를 시작하려 한다. 살아가면서 ‘극적이다’느니 ‘연극적이다’느니 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거나 듣게 된다. 삶의 구석구석을 연극 관련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연극과 우리의 삶이 참으로 가깝다는 말일 수 있다.
- 스토리 14.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연극이다
연극에는 없지만 영화에는 있는 것 중 제 일이 카메라이다. 아날로그식이든 디지털식이든 카메라 없는 영화는 상상 불가다. 카메라의 기본적인 속성은 부지런한 움직임이다. 움직임이 의미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등장 이후 초기에는 카메라가 고정돼 있었지만 이내 감독들은 카메라의 움직임에 매료된다. 그래서 카메라의 움직임에 대한 여러 영화 용어들이 등장하게 된다. 카메라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관객이 느껴야 할 감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카메라는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상황을 조율한다.
- 스토리 22. 말없는 카메라가 말을 한다
추천사
민승재 (㈜유밥 대표이사,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회장)
AI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지금, 인간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저자는 이 질문에 ‘호모 사피엔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답한다.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의 가치가 함께 커져야 이 시대의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그 호모 루덴스적 문화의 정수로 저자가 꼽은 것이 연극과 영화이고, 그 한복판에 셰익스피어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오직 인간만이 경험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감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되고, 인문학의 가치를 유쾌하게 다시 느끼게 된다. 왜 지금 셰익스피어가 다시 조명받는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추천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베스트셀러 《내 인생이 왜 당신 마음에 들어야 합니까》 등 작가)
이 책에서 연극과 영화는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스토리라고 이야기한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셰익스피어, 연극, 영화라는 관점에서 매우 쉽게 풀어내서 쓴 책이다. 셰익스피어와 연극을 통해서 인문학을 바라보는 시점이 재미있다. 또한 조금 딱딱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었다. 일독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하영춘 (JTV전주방송 대표,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김용태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의 반대축에 있는 개념으로 호모 루덴스를 이야기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21세기 AI 시대를 열었다. 이에 발맞춰 호모 루덴스 인간형의 가치도 같은 크기로 커져야 균형이 잡힌다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호모 루덴스의 가치는 인문학의 가치이고, 곧 ‘소통’과 ‘창조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AI 시대에 왜 인문학인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소통, 연결, 창조력과 셰익스피어, 연극,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이성열 (㈜블루어드 회장, 전 SAP Korea/IBM 컨설팅 코리아 대표이사)
이때까지의 기술들은 모두 혁신의 도구로 사용돼 인류의 진보를 가져왔다. 그런데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책임지는, 첫 번째 기술이다. 내가 최근에 출간한 책에서 주장하듯이, AI는 기업에 도입될 때 많은 기존의 정형적인 업무나 의사결정들은 대체된다. AI로 인해서 경영자들은 창의적인 생각 능력이 더욱 많이 필요로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간된 셰익스피어와 연극에 대한 스토리텔링 중심의 이 책은 생각을 유발하는 셰익스피어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