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착한 선생님은 왜 더 힘든가?
교사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도덕과 모범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교사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타인의 평가와 인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구는 뒤로 밀쳐놓은 채 살아간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벽한 존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정작 내면은 자기 억압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함이 가득하다. 교사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그렇게 선생님의 마음을 강박으로 몰아넣고, 착한 선생님의 힘듦은 학교의 불편한 시스템이 결합되어 크게 증폭된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 이상 교사 멘토링 프로그램인 ‘성장교실’을 운영해 온 현직 교사이다. 누구보다 마음 관리를 잘하며 생활해 왔다고 자부했던 그 역시 어느 날 학교에서 깊게 무너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리고 오랜 회복 기간을 지나며 그 상처와 좌절의 이면에 ‘착한 아이 증후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착한 아이’의 모습이 훗날 선생님이 되어 만들어낸 여러 특성들, 그리고 그것이 학교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착한 선생님은 왜 유독 더 깊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착한 선생님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린 시절 형성된 ‘착한 아이’의 무의식적 패턴은 성인이 되어 교직이라는 환경을 만났을 때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 남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서, 교사는 아파도 참고 출근하거나 부당한 요구 앞에서도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일을 해낸다. 학생의 가정 환경처럼 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까지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타인의 비난에 쉽게 흔들리고 스스로를 과도한 죄책감으로 옥죄면서 ‘착한 교사’는 그렇게 교실 안에서 천천히 소진된다.
이 책의 Part2는 착한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특징을 소개한다. 실제 선생님들이 나눈 다양한 사례 소개와 그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진행했던 심리극 장면을 글로 재현한다. 이어 해당 선생님의 심리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뒷받침이 되는 심리학적 이론을 소개하고, 끝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힘들고 지친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
학교에서 힘듦을 경험하고 소진된 교사라면 이 책에 소개되는 사례가 결코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어쩌면 나의 모습, 옆 반 선생님의 모습은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착한 선생님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봐 괜찮다고 말하며 끝까지 버틴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결코 나쁜 마음이 아니다. 이 책의 Part3는 내면가족체계(ISF)의 관점에서 내면의 세 부분(추방자, 관리자, 소방관)과 이를 모두 품고 바라보는 참자아를 자세히 살펴본다. 완벽하려 애썼던 모습,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거절하지 못했던 모습,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책임감을 다했던 모습 등 그동안 지켜왔던 착한 선생님의 모습을 ISF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그 마음이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쓴 마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이미 선생님은 충분히 괜찮다’는 것이다. 충분히 잘해 왔고 충분히 애써 왔고, 그러니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잠시 멈추고 도움을 청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을 다독이는 마음만으로 갑자기 모든 변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혼자서 지금의 문제 상황을 전부 해결할 수도 없다. 다만 그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책 속에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People-pleasing’은 서구와 동양에서 각기 다르게 명명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억압하는 심리 상태와 행동 패턴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사실 잘 살펴보면 이런 특성의 일부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든,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든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은 분명 기쁘고 좋은 일이다.
다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한 행동 끝에 소진과 씁쓸함만 남는다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한 착한 행동 뒤에 서운함이나 공허함, 속상함이 남지는 않았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행동에는 나도 모르게 보답이나 인정을 바라는 마음이 함께 있었는지도 모른다.
-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착한 아이 증후군> 중에서
개인의 양심은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속삭인다. 조직의 양심은 “교사라면 희생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회의 양심은 “완벽한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한다.
일반적인 교사도 이 세 가지 압력을 받는다. 그런데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교사에게는 이 압력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착해야 사랑받는다”는 믿음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조직과 사회의 요구가 그 믿음을 확인해 주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압력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자기 불일치 이론에서 ‘의무적 자기’가 바로 이렇게 작동한다. “나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내면의 명령이 세 양심이 겹치는 지점에서 가장 강하게 울린다.
- <착한 아이가 가진 양심과 죄책감> 중에서
착한 선생님들은 도움을 요청할 능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혹시나 주위에 부담이 될까 망설이고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지 못할 뿐이다.
사회복지학자이자 취약성 연구자인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마음 가면(원제 Daring Greatly)》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이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취약성이란 불확실하고 위험하며 감정적으로 노출된 상태를 말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이 바로 이 상태다.
브라운은 사람들이 취약성을 약함과 동일시한다고 했다. “도움을 청하면 내가 무능하게 보일 거야”,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한 사람으로 판단받을 거야”라는 믿음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괜찮아요”라는 말로 취약한 순간을 덮어버린다.
-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중에서
엄격한 가정 환경이나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받은 어린 시절의 상처는 추방자가 짊어지고 의식 깊은 곳, 마음 한구석에 가라앉는다. “어리광 부리면 안 된다”, “어른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다” 같은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신의 욕구와 슬픔을 억누르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사회의 높은 기대에 맞추어 완벽한 착한 아이, 모범생이 되려 애쓰는 관리자가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 방식이 효과를 보면 더욱 더 착하게 지내야 한다는 믿음이 점점 단단해진다. 그래서 교사가 된 이후에도, 과거에 통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교실과 대인 관계에서 같은 방식을 계속 쓰게 된다.
- <내 안의 세 부분 만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