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선한 영향력을 남긴 이름, 김장하 ― 십대를 위한 삶의 수업
『십대에게 들려주는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선생의 삶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이야기다. 겉으로는 평범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지역 사회에 깊고 넓은 울림을 남겼다. 장학사업, 기부, 인권 보호, 언론 후원까지―그가 조용히 펼쳐온 행보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로 세상에 알려졌고, 이 책은 그 감동을 더욱 섬세하게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김장하 선생은 누구보다 실천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산과 시간, 마음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그는 여러 아이의 학비를 책임졌고, 한 신문의 숨통을 틔웠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를 꾸준히 이어갔다. 이러한 그의 삶은 말로만 하는 ‘어른다움’이 아닌, 실제로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나 미담집이 아니다. 독자가 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더불어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고, 책임과 배려, 실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청소년들에게 지금 이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어른의 모습, 나아가 미래의 자신이 어떤 어른이 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십대에게 들려주는 어른 김장하』. 바로 이 책이 그 역할을 정직하고 따뜻하게 수행해낸다.
저자의 말
김장하 선생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특히 사랑합니다.
작년 늦가을 오랜만에 명신고등학교를 찾았을 때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는 선생의 표정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밝았습니다. 선생은 늘 그랬습니다. 엄숙 진지하게 있다가도 아이들만 보면 만면에 미소를 짓습니다.
선생은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는 것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라는 영화감독의 말에는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자는 제안에도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슬며시 말을 꺼냈을 때 선생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그걸 아이들이 읽을까?”
이 말씀에 용기를 냈습니다.
누구나 선생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살기도 어렵습니다.
선생도 그 많은 장학생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말을 들어주고 “뭐 어려운 일은 없나”라고 묻기만 했습니다.
“칭찬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봐주기만 하면 돼.”
책 속에서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친척으로부터 낡은 교복과 책을 물려받아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장하라는 분을 만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았고, 그 덕분에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학비를 대준 김장하 선생은 단순히 고마운 사람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인생의 스승이었습니다.
“선생은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신 선생의 말씀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중에서
학교 안에는 이사장이 머물 공간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사장도 특별한 행사나 회의가 있는 날 말고는 학교에 자주 가지도 않았습니다. 재단 이사회도 교장실에서 열었고, 결재할 일이 있으면 서무실에서 했습니다. 학교에 갈 때도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갔죠. 이사장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학교 졸업생 중 한 명은 김장하 이사장이 학생들의 대입 체력장(현재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 현장에 ‘박카스’를 사 들고 왔던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3학년 때 대입 체력장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동명고 운동장에 가서 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김장하 이사장님이 양손에 박카스를 무겁게 직접 들고 학생들을 찾아왔습니다. 박카스가 많든 적든 거기에는 눈이 가지 않고 허름한 양복을 입고 손수 박카스를 들고 우리 학생들을 격려하러 찾아왔을 때, 그 당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체력장을 하던 명신고 3학년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선생님이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모두 자발적으로 일어서더라고요. 학생들 마음속에 이미 존경심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사장실만 없는 학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