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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운동장 10,713바퀴를 달린 후에
오픈마이크
사과 여덟 개
오픈마이크
바르게 살자
오픈마이크
에필로그
발문_박혜진(문학평론가, 편집자)
유머는 절망보다 깊다
저자 소개
저자 : 원소윤
대전 성모병원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졸업. 명리학자가 경고하길 “바늘 같은 사람이니 되도록 말을 삼가시오!”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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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 소설가의 환상적인 펀치라인
익숙한 표현들로는 이 작가를 설명하는 것도, 이 소설을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작가의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문학이 우리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알려지기 전에 원소윤은 코미디 장르의 유튜브 콘텐츠로 먼저 대중을 만났다.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갔다는 여자’, ‘자소서 봐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인생 네 컷 찍자는 놈은 한 명도 없다는 여자’, ‘혼자 자취한다는 말이 제대로 어필됐는지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여자’. 그중 어떤 영상은 600만 조회수를 상회할 정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원소윤은 유쾌하면서도 아이러니한 화법으로 사회적 시선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선명하되 단순하지 않고 유쾌하되 휘발되지 않는 문학적 유머를 선사한다. 지적인 풍자, 유려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문장, 거기에 빠지지 않는 감동까지, 우리가 기다려온 새로운 언어의 등장 앞에서 출판계의 심장도 요동친다.

속속들이 웃긴 우리 가족 이야기
원소윤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꽤 낙천적인 아이』는 이제 막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풋내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우리 마음을 위로하는 낙천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면서도 삶의 서늘한 고됨을 놓치지 않으며 무서운 신예의 출현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 하나에 의지해 말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사람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소설은 평범함 속에 제각각의 비범함을 감추고 있는 가족들과 그들을 탐정처럼 염탐하고 작가처럼 통찰하며 인생과 세상을 배워 나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기도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할아버지 치릴로는 미운 사람들에게 벌을 내려 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봉사에 꾸준히 나가는 엄마는 어째서인지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재소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린다. 조부모, 부모, 자신과 오빠까지, 가톨릭 전통 가문의 3대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는 한 장면도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러니한 재미가 빛난다.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독창적으로 재밌다.

사무치게 아픈 우리 가족 이야기
명랑하고 따뜻하며 명석한 유머가 품고 있는 각각의 에피소드 이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이 있어 그 웃음의 깊이를 더한다. ‘나’의 탄생이 있기 몇 년 전, 엄마와 아빠는 세 살짜리 아기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기가 떠난 9월이면 엄마는 종종 넋을 놓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런 엄마가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을까 내내 근심에 쌓여 있기도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신발주머니를 툭툭 차며 학교에 가고, 학교에 있다가도 쉬는 시간이 되면 쪼르르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수화기 건너편 엄마의 기분이 어떤지 확인하고, 엄마에게 잘못한 일을 사과한 뒤, 더 나은 딸이 되겠다고 다짐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에 하는 행동들이다. 관심받고 싶은 마음,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 불안한 마음,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알 수 없는 죄책감들. 착실한 모범생이 된 ‘나’는 할아버지 치릴로의 죽음을 겪으며 다시 한번 “사람으로 태어나서 겪지 않아도 좋을 일”을 겪은 엄마와 아빠를 향한 연민과 사랑을 키워나간다.

재미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의 신선한 자기 돌봄
『창가의 토토』는 일본의 배우이자 MC인 구로야나기 데쓰코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쓴 자전 소설이다. 호기심 많은 소녀 토토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퇴학을 당하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빨간머리 앤은 초록 지붕 집에서 새로운 가족과 살아가며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던 마음을 치유해 나간다. 우리의 기억 속엔 냉혹한 세상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하며 덩달아 세상도 환하게 비추는 아이들이 있다. 『꽤 낙천적인 아이』는 웃음 같은 슬픔과 슬픔 같은 웃음을 머금고 재미있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이 시대의 캐릭터다. 속된 세상과 운명의 횡포 속에서 기어코 재미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우리 모두의 아이 같은 마음을 자극하는 이 아이는 가족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그림자를 섬세하게 읽어 내며 때로는 잔소리 많은 관찰자로, 때로는 무심한 구경꾼, 주로는 발을 동동 구르는 당사자로 세상을 몸소 이해해 나가며 신선한 자기 돌봄을 이행한다.

통제와 일탈이 빚어내는 아이러니의 예술, 스탠드업 코미디 서사의 빅뱅!
소설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과거의 성장담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짧은 분량의 ‘오픈마이크’ 챕터다.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중 진행되는 오픈마이크 시간에는 누구나 무대에 올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 장면에서 독자들은 웃음도 많고 슬픔도 많았던, 사랑도 많고 미움도 많았던 ‘꽤 낙천적인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며 어른이 되었는지를 숱한 농담들 속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탠드업 코미디 서사가 지닌 특유의 통제와 통제의 형식 안에서 더 분발하는 일탈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 서사를 통해 일상적이면서 정치적인 독특한 스토리텔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얻는 건 덤이다.

발문에서
농담의 정반합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고 문장과 문단은 동서고금 문학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듯 소박하면서도 유려하다. 선을 넘지 않되 모든 선을 비틀어 보이며 크고 작은 전복을 행사하는 대담함도 신인이라 믿기 힘들다. 그러나 이 모든 재능의 출처가 슬픔이라는 게 관건이다. 원소윤의 유머는 지성과 지식만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의 유머다. 이들 가족이 왜 3대에 걸쳐 가톨릭교도가 됐는지 알게 됐던 날 밤엔 잠을 청하지 못했다. (중략) 슬픔도 알고 기쁨도 아는 이 낙천적인 아이의 변화를 통해 내 안에서 일찌감치 불길이 잡혔던 낙천성의 추억을 만났음은 물론, 이제 나는 “아름다움의 어원이 앓은 다음이라는 것”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을 아는 대신 이해한다. 현명한 사람은 타인을 아는 대신 이해한다. 이해는 모름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해에 대한 깨우침은 이 소설이 보여 주는 꽤 낙천적인 태도의 다른 말이자 깊이 있는 유머의 동의어이다. 지금 필요한 문학의 새로운 용례이다.
박혜진(문학평론가·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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