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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빅뱅에서 가이아까지: 생명과 우주의 대서사
《얽힌 생명의 역사》는 오늘날 생명과학이 가진 가장 깊은 난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저자는 기후 변화, 생태계 붕괴, 팬데믹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시대를 맞아, 생명을 유전자 중심에서만 바라보는 기존 과학의 시선으로는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문에서 그는 “설명은 정교해졌지만 연결은 느슨해졌다”고 생명과학의 현 위치를 진단하며, 생명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계성과 역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는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가 말하는 ‘행성적 사유’와 맞닿아 있는 관점으로, 지구를 우주의 한 행성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생명·지질·기후·대기·미생물이 견고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독특한 장(場)으로 보자는 제안이다.
이 책은 생명이 단일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생·환경·우발적 사건의 누적이라는 더 넓은 스케일 속에서 서사적으로 보여준다. 우주의 원소 탄생에서 세포의 등장, 공생 발생과 생태계 네트워크, 인체와 미생물의 얽힘, 가이아 시스템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생명은 개체의 영역을 넘어 지구 전체가 빚어낸 관계적 산물임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명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독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탄생, 얽힘, 재성찰의 틀로 생명을 바라보기
책은 생명의 역사를 세 단계-탄생, 얽힘, 재성찰-로 확장해 탐구한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우주의 탄생과 원소의 기원에서 시작해, 물·단백질·핵산·지질 등 생체 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자발적 조립’과 ‘촉매적 만남’을 통해 생명을 가능하게 했는지 추적한다. 물이 흐름과 분리, 경계를 만들며 생명의 무대를 세팅하고, 자체 정보 저장과 촉매 기능을 겸비한 RNA가 초기 생명의 혁신적 주체였음을 설명한다.
4장과 5장은 생명의 진화를 ‘협력의 역사’로 다시 조명한다. 린 마굴리스의 공생 발생 이론을 통해 진핵세포가 탄생한 사건을 재해석하고, 식물의 근권 미생물·균근 곰팡이·질소고정 박테리아 등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연대가 어떻게 생명의 경계를 다공적이고 확장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는지 서술한다. 박테리아가 모여 생물막을 형성하는 과정, 식물들이 ‘우드와이드 웹’으로 연결되는 방식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6장과 7장은 미생물과 동물의 얽힘, 후성유전학, 장-뇌 축, 통생명체 개념 등을 제시하며 ‘몸은 단독적 주체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판다의 계절별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사례를 통해 환경·계절·식습관이 생명에 미치는 동적인 영향을 소개한다.
마지막 8장은 러브록과 마굴리스의 가이아 가설을 중심으로, 지구가 단순한 생명 서식지가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하는 복합적 시스템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인류세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지구를 배경으로 삼을 수 없으며, 지구라는 ‘임계지대’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흐름을 통해 책은 생명을 ‘진화하는 역사’가 아니라 함께 얽히며 살아온 시대의 켜들로 재구성해 낸다.

과학ㆍ철학ㆍ윤리를 넘나드는 저자의 연구와 사유가 집약된 책
저자 전방욱 교수는 반세기 이상 세포생물학과 생명과학을 탐구해 온 연구자이자, 과학을 인간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에세이스트다. 기초과학의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파헤치면서도, 그것이 실제 생태계·지구·우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글은 과학적 엄밀성과 문학적 감수성을 함께 지녔기에, 생명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생명의 거대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얽힌 생명의 역사》는 단순한 생명과학 해설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로 진화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함께 묻는 철학적·생태적 성찰서다. 유전자 중심주의와 신다윈주의가 놓친 생명의 상호작용성, 환경의 적극적 역할, 공생의 힘을 회복시키며, 생명을 다시 해석하는 도구와 사고법을 제공한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지금, 이 책은 생명과 지구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다음 만남’을 어떻게 더 잘 꾸려야 할지 안내하는 지적·정서적 나침반이 된다. 과학 독자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전공자,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동시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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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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