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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자기 안의 감각을 새롭게 깨우는 여정
북촌 여행 지도

CHAPTER 1 창덕궁과 공간사옥을 지나 북촌 초입까지

창덕궁 돌담 옆 작은 숲: 창덕궁 종합관람지원센터
시간과 공간의 합작품: 공간사옥
김수근과 공간사옥, 공간사옥과 김수근 | 아늑함 속에 깃든 뜻밖의 도전 정신 | 맞춤 설계실이 독특한 미술관으로 | 투명성이라는 보편적 주제 의식 | 마당이 완성된 순간 | 하얀 간판은 여전히 당당하게
한옥의 안팎 경계를 규정하는 몇 가지 방법들: 어니언
북촌 한옥마을과 한옥, 알면 보인다: 북촌문화센터
온돌과 보편적 한옥이라는 과제 | 문지방을 넘나들며 살아간다는 생활 감각

CHAPTER 2 건축 여행자의 눈으로, 북촌 미술관 탐방

존중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 금호미술관과 갤러리현대
비움, 공명, 파격을 위한 건축: 국립현대미술관
첫인상은 기무사와 마당으로 | 마당과 기무사와 서울박스의 삼중주 | 미술관은 주변 동네로 녹아들어
붉은 벽돌 작은 마을: 홍현북촌마을안내소와 서울교육박물관
묵직하고도 경쾌한, 파격의 쐐기: 송원아트센터
공예와 건축의 만남: 설화수의 집과 오설록 티하우스
한옥 쇼룸으로 이루어진 골목 | 북촌이라는 브랜드와 프리미엄 매장의 행복한 만남

CHAPTER 3 느긋하게, 계동길 골목 산책

길의 모양 그리고 길이, 너비, 깊이: 계동길 풍경 1
올망졸망 골목 속 문득 펼쳐지는 넉넉한 여유: 뮤지움헤드
생활의 풍경과 관광의 풍경: 계동길 풍경 2
하늘색 타일과 흑백 사진에 담긴 계동길의 역사: 물나무 사진관
숍과 스토어: 계동길 풍경 3
동네의 역사를 품은 작은 집: 북촌한옥역사관
다양한 관점으로 느슨하게 바라보면: 계동길 풍경 4
고독한 건축가의 은신처: 깊은풍경한뼘마당집

부록 | 로버트 파우저와의 대담: 시간 너머의 거리를 걷다, 북촌 풍경 독해
저자 소개
저자 : 천경환
건축사,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소장.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여러 유형의 도시건축설계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프랑스대사관 주관 김중업건축장학제 제1기 수혜자로 선발되었고, 2005년 대학건축학회로부터 제1회 무애건축상을 수상했다. 일상 디자인 탐구를 주제로 운영해 온 블로그의 원고를 모아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와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를 출간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의 작은 한옥에 건축 사무소를 이전한 후, 매일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중앙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계동길을 따라 출퇴근하게 되었고 이 길과 동네의 매력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건축 전문 여행사 어라운드트립과 함께 틈틈이 ‘북촌 건축 기행’을 진행했다. 주요 작업으로는 원주 반곡동 단독주택(나비지붕집), 세종 다정동 단독주택(물결지붕집), 서울 잠수 라운지 차일 외 다수가 있다.
인스타그램 @lazybir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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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건축은 인간이 시대를 사유하고
삶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건축물 너머로 들여다본 사람과 시간이 쌓아 올린 이야기

여러 건물이 어울려 좋은 장소를 만드는 북촌의 풍경

안국역 인근에는 한국 현대 건축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공간사옥이 있다. 이 공간사옥 초입에 서면 제일 먼저 특징적인 외벽의 벽돌이 눈에 들어온다. 찬찬히 둘러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외벽 왼쪽과 오른쪽의 창문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별한 의도로 설계한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수년의 시간차를 두고 지은 서로 다른 건물을 하나로 이으면서 생긴 우연한 결과물이다. 공간사옥은 이처럼 얼핏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구조와 내부 공간이 다른 두 건물을 연결한 곳으로, 내외부 곳곳에 해프닝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건물을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든다.

북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래된 한옥이 전부가 아니라 갤러리, 학교, 인기 있는 카페와 소점, 관공서, 다가구 주택 등 성격과 기능이 다른 다양한 건물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관광지와 거주지, 문화 공간과 상업지가 혼재한 풍경이 얼핏 불협화음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건물이 동네에 녹아들어 절묘하게 어울리는 광경이 북촌의 매력을 완성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한 발견을 얻는 도시 답사

북촌 한편에서 조그맣게 둥지를 틀고 출퇴근하던 저자는 몇 달이 지나도 매일 다니는 길이 왜 지루해지지 않는지, 그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주변 동네에는 어떤 건물이 늘어서 있는지를 궁리한다. 또한 한옥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그간 한옥에 갖고 있던 편견도 깨트리고 한옥의 매력도 새롭게 발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가 알아보고 깨달은 것들은 건축 여행 전문사에서 일종의 건축 도슨트로서 일하면서 다듬어져 『북촌 건축 기행』에 담겼다.

이 책은 마치 저자와 함께 탐방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살린 책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옮겨다니다 친근한 말투로 하나씩 짚어 가며 설명하는 건축 요소를 관찰하는 식이다. 두 개의 코스로 구성된 북촌 건축 여행 중 첫 번째 여행은 북촌의 동쪽 끝, 창덕궁 근처에서 시작하고 두 번째 여행은 북촌의 서쪽 끝, 경복궁 근처에서 시작한다. 두 여행 모두, 계동길을 따라 올라가 원서고개에 자리 잡은 저자의 건축 사무소를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공간이 증언하는 시간, 시간이 새긴 삶의 무늬를 알아 가는 여행

소개하는 곳들은 북촌의 좋은 건물 중 여러 사람이 구경하기에 편하고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건축가의 설명이 필요한 곳 위주로 선택했다. 그중엔 누구나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 곳, 건축가가 아니면 쉽게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 과거의 영광이 생각나는 안타까운 곳, 역사를 알면 달리 보이는 곳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고정된 자리에서 말 없이 서 있는 평면적인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항공뷰로 보는 듯한, 현미경으로 살피는 듯한 건축가의 시선을 통하면 소란스럽고도 입체적인 건물의 모습이 그려진다.

투어의 출발점으로 삼은 창덕궁 종합관람지원센터는 화려하거나 유명한 장소가 아니다. 창덕궁의 기와, 굵직한 나무 기둥, 화강석의 영원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철판, 유리, 가는 기둥을 사용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곳은 심지어 행인들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창덕궁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다. 건축가 김수근이 아늑하고 편안한 한옥의 공간 감각을 내부에 적용하고 외부를 벽돌로 마감하는 등 한국적인 건축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공간사옥에서는 뛰어난 건축 미학을 접해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옛 기무사 건물과 미술관 건물, 넓은 마당으로 이루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은 시설의 거대함을 감안하면 주변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인상적인 곳이다.

언덕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큰 건물을 위압적이지 않게 배치했고, 작은 계단은 주변 골목과 부드럽게 이어진다. 기울어진 모서리 땅에 위치한 송원아트센터는 철판이라는 재료와 삼각뿔이라는 형태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연출한 건물로, 현대적이고 경쾌한 모습은 북촌의 거리 풍경을 한결 풍성하게 만든다. 여러 채의 한옥과 양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설화수의 집과 오설록 티하우스는 재료와 요소를 잘 조합해 만든 공예품 같은 건물이다. 곳곳에 펼쳐진 정교한 건축 요소와 디자인 수법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며 상업 시설임에도 북촌이라는 지역성을 살린 장소이자 오히려 북촌의 가치를 브랜드에 활용한 곳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투어의 후반부에 방문하는 계동길은 건축물 자체보다는 거리 풍경에 시선이 쏠린다. 얕은 언덕길을 오르면서 오래된 동네 기름집, 공중목욕탕에서 사진관을 거쳐 현재는 팝업 스토어로 바뀐 건물, 가판대가 있는 작은 공방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종착지인 저자의 사무실에 다다른다.

저자는 때로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동네에 거주하는 생활인의 감각으로 건물과 사람, 풍경을 연결한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건물을 만든 사람들,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북촌은 단절된 작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일어나는 무대다.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하고 고쳐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몸집을 불리거나 일부를 허문 건물 이야기와 더불어 건물을 드나들거나 옆에서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심히 지나치는 건물과 동네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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