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위대한 작가가 만들어 낸
평범한 일상도 문학이 되는 마법적인 순간들
제인 오스틴이 생애 전반에 걸쳐 쓴 편지 중 제인 오스틴을 잘 알 수 있는 편지들을 선별하여 엮은 서간집 『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이 이일상에서 출간된다.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영국의 사회상, 특히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제약, 개인적인 갈등을 독창적이면서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내 수백 년 동안 전 세계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 특유의 재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인간 심리에 대한 신랄한 통찰은 제인의 문학에서 특히 빛나는 지점인데, 이는 그의 편지에서도 오롯이 느껴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편지들을 통해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 세계의 씨앗을 엿볼 수 있어, 제인 오스틴과 그의 문학을 사랑하는 ‘제이나이트’는 물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재미있게 본 모든 독자들, 리젠시 시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모두 의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제인 오스틴은 생전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수천 통의 편지를 썼던 것으로 추정되나, 대부분의 편지를 제인의 언니인 커샌드라가 불태워 현재는 160여 통만 존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제인의 삶과 생각이 잘 드러나는 편지들을 엄선하여 엮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제인 오스틴의 생애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편지는 시기순으로 엮었다.
1부는 제인이 태어나 쭉 머물던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생활할 당시에 쓴 편지들이다. 제인 오스틴이 20대 초반에 쓴 1796년 1월의 편지부터 시작한다. 이 편지는 현존하는 제인 오스틴의 편지 중 가장 오래된 편지로 알려져 있으며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도 묘사된, 제인의 첫 사랑으로 알려진 톰 르프로이와의 일화를 언니에게 재치 있게 털어놓고 있어 의미가 크다. 2부는 스티븐턴을 떠나 바스에서 머물렀던 기간에 쓴 편지들이다. 바스는 『노생거 사원』과 『설득』 등 제인 오스틴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해 편지에서 묘사하는 바스의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제인의 실제 생활과 더불어 소설 속 장면들까지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이성과 감성』으로 첫 출간 후 쓴 편지들은 3부에서 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 출간 후에 생긴 에피소드 등 ‘작가 제인 오스틴’으로서의 일화를 엿볼 수 있다. 1~3부의 편지들의 주요 수신인은 제인의 소울메이트이자 언니인 커샌드라인 반면, 말년의 편지들을 엮은 4부는 주로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소설 습작을 한 조카에게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글쓰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제인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결혼의 기로에 놓은 조카에게 결혼과 인생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를 하기도 하며,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조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 소망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편지들을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도록 역자 유혜인의 서문이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제인 오스틴이 숨을 거두는 순간을 서술한 커샌드라의 편지도 함께 실어 제인 오스틴의 생 전반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구성하였다.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어 편지로 찾아온 제인 오스틴
과장도 미화도 없는, 가장 투명한 자서전!
제인 오스틴의 편지 원본 컬렉션 다수를 소장한 뉴욕의 더 모건 앤 라이브러리 & 뮤지엄은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그녀의 편지에서 제인 오스틴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상정하고 적은 글이 아닌 가까운 이에게만 털어놓은 이 편지들은 제인 오스틴의 가감 없이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가장 내밀한 산문이기도 하다.
이사 준비로 떠들썩해진 분위기가 재미있어. 앞으로 바다나 웨일스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선원이나 군인 아내들이 종종 부러웠는데, 한동안 우리도 그런 삶을 누리게 되는 거야. 하지만 시골을 떠나서 별로 아 쉽지 않다는 사실이나, 이곳에 남는 사람들에게 애 정이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해…….
_우리 집은 바스에서 가장 완벽한 집이 될 거야(본문 81p) 중에서
스티븐턴, 바스, 초튼 등에서의 생활을 때로는 낭만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가족은 물론 주변 이웃들을 자비 없이 날카롭게 관찰하기도 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편지에 담아 보내기도 한다. 특히 이 편지의 주된 수신인인 언니 커샌드라와 조카들에 대한 애정은 무척이나 지극한데, 편지에서 다정함과 따뜻함이 오롯이 느껴져 감동을 준다. 그러면서도 제인 오스틴 문체의 고유함은 잃지 않아서 더욱더 읽는 재미를 더한다.
5월에 우리 둘 다 패러곤에 간다는 계획을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단 말이야. 나는 언니가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혼자 남고 싶지도 않아. 여기나 근처에 머물고 싶은 곳도 없고. 물론 둘이 가면 혼자 갈 때보다 생활비가 더 들겠지만 별 차이 나지 않도록 바스의 빵으로 열심히 속을 버려 놓을게.
_우리 집은 바스에서 가장 완벽한 집이 될 거야(본문 79p) 중에서
한 편의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는 듯한
제인 오스틴의 일상!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한 것 같다”는 어느 독자의 소감처럼, 이 편지들에서 18세기 말, 19세기 초 영국 여성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소설 속 장면처럼 무도회의 모습이 세밀하고 화려하게 때로는 조소를 머금으며 묘사가 되고, 인간 관계와 심리에 대한 냉철하고 신랄한 관찰도 돋보인다. 애정과 사랑, 결혼과 죽음 등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번뜩이는 통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편지들을 읽다 보면 마치 제인 오스틴의 서간체 소설 한 편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편지에서 그린 제인 오스틴의 삶에서 작가의 비범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통해 위대한 문학이 탄생하였으니, 이 편지를 우리가 사랑한 제인 오스틴 문학의 원류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제인 오스틴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편지 속의 일상과 평소 생각들이 작품에 녹여 있는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큰 기쁨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