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연기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하는 끝없는 용기
딸은 대현 씨를 닮아 활발하고 엉뚱한 아이로 자란다. 사이즈도 안 맞는 아빠의 소방관 옷을 걸치고 요리조리 거울을 보는 천진난만한 모습에선 아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하루는 “아빤 불이 무섭지 않아?”라고 묻는 딸에게 대현 씨는 답한다. 무섭지만 나보다 더 위험에 빠진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거라고. 물론 언제나 담담했던 대현 씨도 함께 일하는 후배가 크게 다쳤을 땐 몇 달을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러다 열 살이 된 딸이 백일장에 나가 아빠처럼 용감한 소방관이 되겠다는 글을 쓰자, 대현 씨의 마음속에도 다시 용기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언제라도 다시 불타는 건물로 뛰어들게 하는 묵직한 용기가.
가늠할 수 없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가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림책이 되어
어릴 적 우연히 화재 현장을 목격했던 김성은 시인은 그날 이후로 자신의 삶 한 편에 그 기억을 두고 오래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용기인지 감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꼭 그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그 마음은 동시가 되었다.
대현 씨가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대신 꿈꿔 준 시인의 뒤를 이어, 화가는 치열한 대현 씨의 ‘지금’을 또 다른 해석으로 펼쳐 낸다. 책의 양쪽 면에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여 주는 양양의 문법은 마치 영화적 편집처럼 교차되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남긴다.
길게 이어진 산문시가 갈피갈피 나눠지고 오롯한 한 장의 그림과 만나,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림책이 되었다.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품어 온 시인과 그런 시인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풀어 낸 화가의 시선을 기억하며 대현 씨의 미래를 함께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