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 기술로 산업을 일으키고, 국가의 위상을 높인
위대한 도전의 기록 KIST의 역사를 읽다!
한국은 식민 통치와 전쟁을 거치면서 국내 시장 기반은 붕괴했고,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 축적도 미미했다. 게다가 근대적 산업기술이나 전문 인력도 거의 전무했다. 요컨대 시장, 자본, 기술이 모두 부족한 삼중고에 있었던 셈이다.
시장도, 자본도, 기술도 없는 국가는 무엇을 먼저 조직해야 하는가? 한국의 경험이 보여준 대답은 분명하다. 우선 기술부터 조직하라. 국가가 나서서 미래의 시장과 산업을 활성화할 연구소를 세우고 기술 역량을 축적하라. 1960년대 한국은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화라는 불가능해 보이던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출발점에 “왜 하필 KIST였는가”에 대한 역사적 답이 놓여 있다. KIST의 탄생은 결국 후발국이 겪는 치명적 딜레마를 돌파하는 고도의 정치경제학적 해법이었다.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되 운영은 독립적이고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연구소’라는 청사진이 담겼다. 이는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연구기관으로서, 국가 주도의 산업화 전략에 과학기술을 접목한다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이 구상에 따라 KIST가 탄생했다. 1965년 7월 준비자문위원회가 발족했고, 1966년 2월, 대한민국 최초의 과학기술 종합연구기관으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느덧 6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기술 수입국에서 기술 창출국으로 도약했고, KIST는 그 극적인 여정을 증명하는 제도적 유산이 되었다. 어떤 기술도 사회적 진공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언제나 시대적 과제와 정책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명되고, 제도화된다.
이렇게 볼 때 KIST는 과학기술 그 자체보다 더 드라마틱한 서사-한 나라가 생존하기 위해 제도를 설계하고, 자원을 동원한 이야기-가 펼쳐진 무대였다. 그리고 그 무대를 갈무리하여 KIST라는 유산이 어떠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태어나고 변화했는지를 되짚어 보는 위대한 도전의 기록,『대한민국을 설계한 연구소 KIST』를 펴내기에 이르렀다.
· “Re:Turn to You.
다시 국민과 미래를 향해”
KIST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략기획실이었다. 한국은 KIST를 통해 과학기술을 산업정책의 선도자로 끌어올렸고, 이러한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화 전략’의 실효성은 이후의 역사에서 그대로 증명되었다. KIST는 기술을 만드는 곳이면서,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를 먼저 정하는 곳이기도 했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고,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은 오직 KIST만이 가능했다. 그래서 연구 주제도 산업계·정부·연구소의 삼자 협의 구조를 통해 결정되었다. 기술이 정책을 자극하고, 정책이 다시 기술을 이끄는 상호작용 모델의 중심에 KIST가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KIST의 역사는 완성된 조건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스스로 조건을 창조하며 길을 낸 개척의 역사였다. 장비를 들이고, 인재를 모으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국가 발전의 기술적 자산을 성실히 쌓아 올렸다.
지난 60년 동안 과학기술 역량을 성실히 쌓아 올린 ‘축적의 시간’을 담은 『대한민국을 설계한 연구소 KIS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탄생에서부터, 60년이라는 고개를 넘기까지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던, 그 무모하고도 위대한 선택의 한복판에서 KIST의 첫 세대들이 펼친 눈부신 열정과 활약이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이 책을 들여다보자면, 1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에는 연구소의 탄생 과정을 시작으로 연구소의 핵심 두뇌인 해외 과학자들의 유치 작전, 현장으로 직접 발 벗고 나선 과학자들의 성과, 중화학공업화의 밑그림 설계와 산업 구조의 완성,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발명 등 선진국을 향한 도전이 펼쳐진다.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마침내 KIST에서 성숙한 연구 역량이 산업적 요구에 맞춰 더 큰 규모로 분리됨으로써 현재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완성되는 과정을 담았다.
2부 ‘KIST가 예순 고개를 넘기까지’에는 KIST의 연구자들이 각자 다른 경로로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계속 설득하는 ‘영업’을 병행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확보한 연구비로 기업을 만들고,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국가를 위해 자신을 위해 어떤 성과를 얻게 되었는지 가슴 벅찬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KIST와 KAIS의 합병에 따른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열정적인 연구를 수행한 첫 세대 연구자들이 정책가로 변모하는 새로운 전환기, 그리고 동료와의 유대감을 높이는 친목 활동을 펼치는 연구원의 하루도 엿볼 수 있다.
KIST 첫 세대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개별 기술만이 아니었다. KIST는 연구가 산업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만들었고, 기술이 정책을 견인하고 정책이 다시 기술을 뒷받침하는 국가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남겼다. 자신이 다 누리지 못할 미래를 위해 기꺼이 씨를 뿌리는 것, 그것이 그 시절 연구자들이 보여준 숭고한 헌신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설계한 연구소 KIST』는 그들에게 바치는 찬사이자 헌사이다.
또한 미래를 이끌어갈 후학에게는 과학기술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희망의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