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우리는 과학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적인 실험과 탐구로 밝혀진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틀리지 않을 진리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다. AI가 전 세계인들의 열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과학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과학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 서 있다. 과학적인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도 시간이 흘러 오류가 드러나거나 새로운 발견으로 업데이트되는 일이 다반사다. 저자는 말한다. ‘과학이란 수많은 과학자들이 가능한 많은 실험과 계산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합의해 온 하나의 체계’라고. 그리고 각 합의의 순간을 상징하는 하나의 지표를 노벨 물리학상이라고 보았다. 노벨 물리학상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들이 그동안 어떤 질문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어떤 설명이 많은 이들의 설득을 얻어왔는지를 되짚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들이 싸웠던 고민과 흘렸던 땀방울을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학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얼마든지 의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게 되기를 바란다.
◆ 추천사
이제 더이상 좋은 과학책은 지식을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이것을 왜 안다고 믿는지 묻게 만든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해, 빛과 물질, 시간과 우주, 입자와 힘의 세계를 지나며 과학이 단순히 정답이 누적된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의심을 견디는 사유의 방식이라는 것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위대한 발견의 순간들은 어딘가 무심히 박제된 업적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장면에 도달해야 비로소 되살아난다. 정밀한 시계가 길을 안내하고, 보이지 않는 파동이 몸속을 비추며, 태양의 불길이 지상의 에너지를 향한 꿈으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깨닫는다. 과학을 믿는다는 것은 그저 권위에 기대는 버릇이 아니라, 더 좋은 질문 앞에 자신을 계속 내어놓는 도전이라는 것을. 물리학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신뢰하는 법까지 안내하는 이 책을 혹시라도 어쩌다 읽게 되기를 소망한다.
궤도(과학 커뮤니케이터, DGIST 특임교수, 『과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책 속에서
이 책은 어떤 질문에 대한 정답을 곧바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역사 속에서 물리학자들이 어떤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의심했고 무엇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는지를 하나씩 되짚어 보고자 한다. 오늘날 철옹성처럼 보이는 물리학 이론들이 어떤 선택과 논쟁, 합의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 이론들을 단순히 외우는 대신 왜 믿을 만한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10쪽)
반면, 빛의 에너지는 입자의 개수가 아닌 주파수에 비례하고 파장이 긴 빛(주파수가 짧은 빛)은 에너지가 적으므로, 전자가 빛 입자를 흡수하더라도 전극 밖으로 튀어나올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긴 파장의 빛에서는 광전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설명이었다. 독자들도 익히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계에 끼친 영향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1921년에 그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결정적인 공로는 바로 이것, 광전 효과를 설명한 이론이었다. (30쪽)
전하를 띤 입자가 전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발견은 물리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렇다면 U(1) 말고 다른 형태의 게이지 대칭을 적용하면, 다른 힘도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을 불러왔다.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심지어 중력까지 서로 다른 힘들을 하나의 게이지 대칭으로
통합할 수 있을까? 적은 원리로 많은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물리학자들에게 이것은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수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282쪽)
이 질문은 1920년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열린 ‘대논쟁(The Great Debate)’으로 공식화되었다. 이 논쟁은 할로 섀플리와 히버 커티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관측되는 나선 성운이 우리 은하 내부에 속한 천체인지 아니면 우리 은하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천체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허블은 이 문제에 관측으로 답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안드
로메다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했고, 변광 주기와 밝기의 관계를 이용해 그 거리를 정량적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수많은 은하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허블의 관측으로 대논쟁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