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한 권으로 따라잡는
요즘 K-소설의 모든 것
K-컬처, 이제는 문학이다.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1020세대가 새로운 독자층으로 부상하고 한동안 문학에서 멀어졌던 5060세대가 소설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9% 증가했다. 한편 부커상, 셜리 잭슨상, 중국 성운상, 톨스토이 문학상, 전미도서상, 로커스상 등 다양한 문학상에서 한국 작품이 수상하거나 최종 후보로 거론되었다. 국내 독자들이 문학 코너로 몰려들고 해외에서는 K-소설의 작품성에 주목하는 이 커다란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 문화라는 이화여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4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했으며 현재는 10여 개가 넘는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가 쓴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는 세계적으로 달라진 한국소설의 위상, 한국문학의 확장된 영역과 다양성, 요즘 주목받는 작가와 42편의 작품 등 K-소설의 매력을 즐기는 데 필요한 지식을 일목요연하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한국소설 안내서이다. 오랫동안 문학의 즐거움을 잊고 지낸 중장년 독자, 이제 막 한국소설의 파도에 올라탄 젊은 독자에게는 한국소설 전체를 조망하는 내비게이션으로 쓰일 것이다. 이전부터 문학을 사랑하던 독자에게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최애 작가와 작품을 교환하는 다정한 독서모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섬세한 언어와 예리한 시선으로 일상과 문학을 잇는 소설가 문지혁은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반드시 읽고 싶은 한국소설이 생길 것이다.”라고 장담하였다. ‘이름이 곧 장르’인 소설가 정세랑은 이 책에 대해 “한국문학을 향한 놀라울 만큼 깊은 사랑과 다시없을 정밀한 관심으로 쓰였다. 지도와 표지판처럼 든든한 이 책을 통해 멀리, 힘차게 탐험할 사람들의 환한 표정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라고 극찬을 보냈다.
왜 세계는 K-문학에 주목하는가?
한국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
우리 문학의 세계적 유행을 보고 어리둥절한 한국 독자가 적지 않다. 한국소설은 외국어로 번역하기 까다로워 해외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통념이 꽤 공고했던 탓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런 통념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채식주의자』의 국제 맨부커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작품이 해외 문학상에서 수차례 호명되었고, 외국어로 번역되는 한국 작품의 수도 늘어났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가 한국문학의 번역 지원을 요청한 건수가 2014년에는 13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281건으로 증가했다.
2000년대 이후 비영어권 문학을 향한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났고, 그 여파로 해외 문학상 심사단은 시상 범위를 꾸준히 확대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여러 기관과 재단이 문학 작품의 번역·출판을 지원하면서 성과를 축적했다. 국제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은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소개되어 문학상까지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음악, 드라마 등 K-컬처의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한국문학을 향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히 한국 작품이 해외 문학상에서 거론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한국소설의 해외 판매량 역시 증가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발표에 따르면 번역원 지원을 받아 해외 출판된 한국문학 도서의 2024년 총 판매량은 약 120만 부로, 전년 판매량(약 52만 부) 대비 130% 이상 폭증했다.
저자는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과 역동적인 변화도 국내외 독자를 사로잡은 원동력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흔히 한국문학은 어둡고 내용도 다 비슷하다고 오해하지만 저자는 201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변천 과정을 세심하게 살피며 편견을 바로잡는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K-문학은 “한류의 부수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문학적 가치와 매력을 인정”받아 새로운 독자를 끌어당겼다. 개인의 상처와 내면적 성찰에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사회적 메시지, 실험적인 구성, 젊은 작가의 신선한 감성과 새로운 관점, 장르 문학의 발전 등이 최근 한국소설에 깊게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소설에 대해 진부하다는 편견을 지녔다면 이 책을 통해 K-소설의 신세계를 직면하여 가슴이 두근두근 뛰게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촛불 집회,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굵직한 사건들은 문학이 더는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켰습니다. 자기 내면에만 머무르는 이야기는 사회적 비극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고, 작가들은 사회와 맞닿은 서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문학이라면 진지하고 무거워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스릴러, SF, 호러 같은 장르적 상상력이 유입되면서 작품 세계가 훨씬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이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중략) 사회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독자층 역시 점차 넓어졌습니다.
- 1장 「한국문학에 대한 네 가지 오해」 24~25쪽
나만의 최애 소설을 찾아주는
K-문학 전문가의 숙련된 큐레이션
한국문학에 관심이 생겼으나 어떤 작품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독자,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작품을 찾는 독자를 위한 한국소설 가이드북인 이 책은 취지에 걸맞게 큐레이션 기능이 압도적으로 탁월하다. 저자는 독자들의 취향과 독서 숙련도를 고려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부터 차례대로 추천 도서 42권을 배치했다. 한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줄거리는 간소하게 요약하되 저자 본인의 경험, 독서모임 회원들과 나눈 대화를 첨가해 작품별 매력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이런 취향을 지닌 독자가 읽으면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취향을 지닌 독자에게 추천한다.’ 등 저자의 깨알 같은 조언은 자신만의 명작을 찾으려는 독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는 좋은 작품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자는 정겨운 초대장이다. 한동안 한국소설을 읽지 않다가 다시 읽게 된 계기, 한국소설을 꾸준히 즐겁게 읽는 저자만의 노하우, 독서모임에서 같은 작품을 읽은 뒤 주고받은 여러 이야기 등 애서가라면 살포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생생한 독서 경험담이 본문 곳곳에 소담하고 정갈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설은 함께 읽을 때 더욱 즐겁고 유익하다는 저자의 생각처럼 이 책이 K-소설을 여행하려는 독자들에게 행복하고 다정한 안내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핑거푸드 한 입, 음료 한 잔을 마시며 편안한 북토크에 참석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펼쳐 K-소설 여행을 떠나보자.
추천사
이 책은 한국문학을 향한 놀라울 만큼 깊은 사랑과 다시없을 정밀한 관심으로 쓰였다. 지도와 표지판처럼 든든한 이 책을 통해 멀리, 힘차게 탐험할 사람들의 환한 표정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 정세랑 (소설가)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저녁, 나는 강남의 어느 강의실에서 최 고경영자들을 앞에 두고 카프카의 『변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프카적이라는 건 말이죠….” 설명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높으신 분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졸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이것이야말로 문화적 아이러니를 현실에서 경험하는 순간이구나. 씁쓸한 마음으로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우리는 한국문학을 온당하게 평가하는 데 오랫동안 서툴렀다. 그것은 때론 자기 객관화의 실패이기도 했고(“한국문학이 세계에서 인정 못 받는 건 모두 번역 탓이에요. ‘누르스름하다’를 어떻게 옮긴답니까?”) 지나친 자 기 비하의 결과이기도 했다(“한국문학은 하나같이 뻔하고 찌질해서 도저히 못 봐주겠어요. 그놈의 누런 장판 감성.”). 여기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에 막연하게 관심을 지니게 된 독자의 난감함도 더해 졌다(“도대체 무엇을 먼저, 어떻게 읽어야 하지?”).
문화라 작가의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는 한국문학에 관한 가장 친절하고 다정한 입문서다. 그는 독자들의 독서 경험과 관심사에 맞추어 총 42편의 한국문학을 소개하는데, 이 리스트만 훑어보아도 앞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작품마다 작가가 더해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기계적 소개에 그치지 않고 세심한 비평의 역할까지 해낸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충만하다. 문학은 경쟁이 아니라 경험이며, 승리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의 추천에 어찌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신은 분명 읽고 싶은 ‘한국문학’이 생길 것이다.
- 문지혁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