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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몰랐지만 : 이토록 무례한 일터에서 청년 여성은 어떻게 삭제되고 소멸되는가
아를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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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터에서 그들은 알바, 인턴, 기간제로 불렸다. 이름 대신 ‘막내’라는 계급으로 불렸고, 어떤 날은 ‘걔’, 어떤 날은 ‘그년’으로 불렸다. 그들 모두는 각자의 이름이 있었고 꿈이 있었으며 맡은 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던 우리 시대 청년 여성들이었다.
이 책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이 청년 여성 노동자 스무 명의 곁으로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기록이다. 가장 약하고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일과 삶에 오랫동안 주목해온 저자는 ‘MZ세대’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대녀’라는 멸칭 안에서 소비되고 지워졌던 2030세대 여성 노동자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되살려낸다. 그들의 일터는 최대한의 노동력을 싼값에 뽑아내기 위해 최소한의 청춘, 삭제된 삶을 강요했다. 가난과 질병과 가부장제는 이들을 두 번 죽였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무례한 일터에서 삭제되고 소멸된 우리 시대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삶 자체다. 아무도 그들을 몰랐지만, 이제 이 책에 담긴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청년 여성의 존재뿐 아니라 그들이 애쓰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세상의 작은 부분들까지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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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 모멸과 혐오를 뚫고 나온 이야기

지영 / 아이스크림 카페의 21세기 여공
수진 / 강아지 유치원 교사의 독박 노동
민정 / 공공기관의 ‘청년 인재’ 활용법
혜진 / 돌봄에서 소외된 돌봄 노동자의 몸
은지 / 나쁜 직장에는 허드렛일이 많다
소영 / A4 용지, 종이컵, 막내 직원의 공통점
미영 / 왜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가
현정 / 야근 수당으로 받은 기프티콘
수빈 / 가난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예진 / 하루가 24시간 이상이 되는 계산법
다은 / 남자 사장, 남자 고객, 남자 직원에 맞서
채영 / 현장실습생, 희망을 잃고 우울을 얻다
서연 / ‘젊은 여자’가 아니라 ‘노동자’ 한 사람
윤서 /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청춘
민지 / 버티고 버티면 성공할 수 있을까
유진 / 진상 고객보다 벌점이 무서운 개미지옥
경희 / 좋은 어른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영 / 정규직은 멀고 고독사는 가까운
라비나 / 온전히 번역되지 못한 고통
선아 / 가족돌봄청년의 세상에 대한 유감

대담 / 우리는 일회용품도 예쁜 꽃도 아니다
_ 박한솔, 심서현, 전수경

나가는 글 / 여성들은 언제나 다른 여성을 돕는다
저자 소개
저자 : 전수경
장래희망이 언제나 ‘작가’였고 자신의 정체성을 ‘쓰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일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활동가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한다. 죽고 다치는 노동자들을 보며 성명서와 보도자료 등 분노와 규탄의 문장도 많이 썼지만, 정규직보다 더 전문적이고 능숙하게 일하는 하청노동자, 산재를 당하고 나서 차가운 세상을 마주한 청년, 생산적이지 않다고 무시당하지만 누구보다 힘차게 일하기를 원하는 장애인, 치열하게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새기면서 천천히 글을 쓰는 시간도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겨레》, 《프레시안》 등의 매체에 르포와 칼럼을 연재했다. ‘노동자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세상의 주인’이라 믿고 있으며, 이겨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귀담아듣고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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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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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 청년 여성의
아픈 몸과 우울한 마음

알바, 인턴, 기간제, 막내, 걔 또는 그년이라 불린
수많은 지영, 민정, 윤서, 소영, 서연 들의 이야기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이 누구나 하는 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로 전하지 않고, 그 일을 기록하는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쓰지 못한다.” 엄연히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는 이름들이 있다. 일터에서 그들은 알바, 인턴, 기간제로 불렸다. 오랜 시간 동안 이름 대신 ‘막내’라는 계급으로 불렸고, 어떤 날은 ‘걔’, 어떤 날은 ‘그년’으로 불렸다. 그들 모두는 각자의 이름이 있었고 꿈이 있었으며 맡은 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던 우리 시대 청년 여성들이었다.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이 청년 여성 노동자 스무 명의 곁으로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기록이다. 가장 약하고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일과 삶에 오랫동안 주목해온 저자는 ‘MZ세대’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대녀’라는 멸칭 안에서 소비되고 지워졌던 2030세대 여성 노동자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되살려낸다.
반복되는 육체노동과 여성을 향한 모멸과 혐오 문화 때문에 진통제와 항우울제를 달고 사는 청년 여성들은 “다들 저랑 똑같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자신만의 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아이스크림 카페 아르바이트, 공공도서관 계약직, 신문사 인턴, 콜센터 직원, 스포츠센터 강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강아지 유치원 교사, 현장실습생 등으로 일했다. 그들에게 직장의 복지나 사회 안전망에 대한 기대는 그림의 떡 같은 것이었다. 그들의 일터는 최대한의 노동력을 싼값에 뽑아내기 위해 최소한의 청춘, 삭제된 삶을 강요했다. 가난과 질병과 가부장제는 이들을 두 번 죽였다.

“네 월급이 싸서 널 쓰는 거야”
아프고 다쳐도 쉴 수 없었던 곳에서

민정은 1년에서 하루가 빠진 364일짜리 계약서를 쓰고 공공도서관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됐다. 공공기관들은 이런 계약서를 내밀고 365일을 일하면 30일치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피해갔다. 저자는 이를 “마법의 법 기술”이라 부른다. 민정은 자신의 주 업무 외에도 어린이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 도서관 홍보물 디자인까지 떠맡았지만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용기를 내서 일을 거절한 날에는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천천히 해.” 민정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충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시키는 대로 일을 받은 자신을 탓하며 마음의 병만 얻었다.
소영은 콜센터에서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에요?”란 팀장의 말을 듣고 퇴사한 뒤 한 외국계 회사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업무와 반복되는 야근으로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말하면 팀장은 “나도 아파”라고 대답했다. 그 회사에는 ‘막내’라는 신분이 있었다. ‘막내’ 소영의 연차는 다른 직원들이 쓰고 남은 날로 정해졌다. 생수통 갈기, 회식 메뉴 설문조사하기, 점심 배달 주문하기 모두 막내의 일이었다. 자기 일을 효율적으로 해보려 다른 회사들처럼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구입해달라고 건의한 날에는 “그 프로그램보다 네 월급이 싸서 널 쓰는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불공정 계약 관행과 취약한 노동자를 기계로 취급하는 문화에 더해 청년 여성들은 다치고 아파도 기댈 곳이 없었다. 강아지 유치원 교사 수진은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느라 입사 초기에 무릎 연골판이 찢어진 것도 방치했다. 참고 참다가 수술을 받겠다고 말하자 원장은 “수술 미룰 수 없어?”라고 반문했다. 결국 수진은 수술을 받고 회복도 못 한 채로 다시 출근해야 했다.
유진도 팔꿈치 터널증후군 때문에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한 날을 빼고 단 이틀만 누워 있다가 출근했다. 기본급 200만 원에 붙는 인센티브 40만 원을 더 받기 위해서였다. 개개인이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등급과 점수를 매기는 콜센터 특유의 노동 환경이다. 저자도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급한 수술도 못 받게 할 만큼 상담사들을 통제하는 유인책이 한 달에 최대 40만 원이라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다.”

“네가 따박따박 말하는 게 싫어”
몸보다 먼저 무너진 청년 여성의 마음

청년 여성들은 육체적 고통에 더해 마음에 입은 상처로 더 오랫동안 아팠고 우울해했다. 저자는 청년 여성이 젊고 어리다는 이유로,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맞닥뜨리는 폭력적 언어들을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 젊은 여성들을 조롱하며 그들이 받는 것이 ‘시럽급여’라고 말한 국회의원의 말이 대표적이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더 노골적이고 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들이 난무했다. “여자한테 기술은 필요 없다. on/off만 알면 된다”, “여자들은 잘해주면 그만둔다”, “저거 기 죽여야 돼. 옛날 같았으면 재떨이 던졌을 텐데”, “대학을 안 나와서 그런가 일이 느리네”, “니가 뭔데? 함부로 나대지 마”, “네가 따박따박 말하는 게 너무 싫어.”
자신을 성추행한 임원을 용기 내어 고발하고 공개 사과와 전직 발령 처리를 받아낸 뒤에 겨우 회사 생활을 이어가려 하는데 또 다른 관리자의 스토킹을 당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다 썩었어요.” 반복되는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감과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외로움이 누적되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린 채영은 결국 사표를 냈다.
이 책에 수록된 대담에서 청년 여성의 노동을 연구하는 심서현은 이렇게 말한다. “젊은 여성이 이래서 힘들구나, 얘기될 수 있으려면 여성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의 상태를 더 많이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이걸 이해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그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야’, ‘그건 사회적 문제야’라고 말해야 해요.”(대담 “우리는 일회용품도 예쁜 꽃도 아니다”)

“나는 그들 내면의 힘을 보았다”
모멸과 혐오를 뚫고 나온 이야기

수많은 민정, 소영, 수진, 유진, 채영 들. 아무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두세 명 몫의 일을 하고, 탕비실에 간식을 채워 넣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떠맡았지만 돌아온 것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여자가 하는 일은 일다운 일이 없다’는 멸시와 조롱 또는 ‘더 많은 일’이었다.
하지만 열악하고 처참한 상황에서도 청년 여성들은 마냥 당하고 있지 않았다. 저자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청년 여성들은 무시한다고 무시당하지 않았고, 동료를 위해서 나쁜 상사를 고발했다. 자신의 일과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려는 모든 것 앞에서 그들은 분투했다. 이 책이 “들숨에 모멸이 날숨에 혐오가 떠다니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청년 여성들의 서글픈 초상에만 그치지 않는 까닭이다. “나는 그들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힘을 보았다. 이 젊은 여성들이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들어가는 글 “모멸과 혐오를 뚫고 나온 이야기”)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개인에게 국한된 특수한 사례도 예외적인 현상도 아니다. 이토록 무례한 일터에서 삭제되고 소멸된 우리 시대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삶 자체다. 아무도 그들을 몰랐지만, 이제 이 책에 담긴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청년 여성의 존재뿐 아니라 그들이 애쓰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세상의 작은 부분들까지도 알게 될 것이다. “약한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곧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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