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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바다 때문이 아니야.
우리가 만든 두려움 때문이지.”
거센 파도 앞에 머뭇거리는 펭귄 무리 속,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한 마리의 펭귄

배가 고픈데도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 앞을 가로막는 건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바라보는 동안 마음속에서 자라난 두려움이다. 누군가는 위험하다고, 삼켜질지 모른다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 말들이 땋일수록 바다는 점점 더 무서운 얼굴이 되어 간다. 그러나 무리 가운데 한 마리, 같은 파도를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이 있다. 우리는 그 용감한 펭귄을 ‘퍼스트펭귄’이라고 부른다.

이 펭귄이 특별한 건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다.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것을 다르게 대하기 때문이다. 매섭게 몰아치다가도 결국은 지나가는 파도처럼, 마음의 거센 물결도 언젠가 잦아든다. 그래서 두려움 앞에 멈춰 설때면 숨을 고르고 한 걸음 내디딘다. 용기를 낸 그를 바다가 어떻게 맞이하는지는 책장을 넘기며 함께 가라앉고 함께 떠올라 보아야 알 수 있다.

두려움은 없애야 할 장애물이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처음 마주하는 일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머뭇거린다. 하지만 《퍼스트펭귄》은 그 머뭇거림을 다그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뛰어든 펭귄의 뒷모습을 통해 두려움과 용기는 멀리 떨어진 감정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태어나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를 가로막던 파도가 실은 나를 어디론가 밀어 보내려는 손짓이었다는 사실, 그건 파도를 통과한 다음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저자 소개
글그림 : 신율마

율마라는 이름은 저희 집의 조그마한 친구의 이름입니다. 그 친구를 기억하며 천천히 오래 작업하자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직접 마주한 것들을 연필이라는 재료로 추상화하고 있습니다. 점에서 선을, 선에서 면을 만들어 가며 천천히 작업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형상이나 이름보다도, 그 순간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기억해 간다고 생각합니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그 작은 조각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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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신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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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험은 바다가 아니라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우리를 멈춰 세우는 것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바깥의 위협이 아니라 그 위협을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서 자라난 두려움일 때가 많다. 파도는 그저 파도일 뿐인데, 우리는 거기에 삼켜질 미래와 돌아오지 못할 결말을 미리 그려 놓고 그 그림 앞에 발이 묶인다. 〈퍼스트펭귄〉은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곤경의 원인은 바다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두려움이라는 말, 그건 무서움을 가볍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다. 그 무서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똑바로 마주하라는 권유에 가깝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없애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우리는 흔히 그렇게 믿기도 한다. 무서움이 완전히 가신 다음에야 첫걸음을 떼려 하고, 그래서 영영 떼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려움은 가시는 것이 아니라 안고 가는 것이다. 같은 파도를 보면서도 누군가는 위험만을 읽고, 누군가는 그 너머에서 반짝이는 것을 본다. 무엇을 보느냐가 멈출지 나아갈지를 가른다. 결국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곁에서도 잡고 싶은 것을 높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이 책이 그리는 건 거창한 영웅이 아니다. 배가 고프고, 무섭고, 작은 마음을 가진, 어쩌면 우리와 닮은 존재다. 우리는 저마다의 물가 앞에서 머뭇거린 적이 있고, 누군가가 먼저 뛰어드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본 적도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바다로 향하는 이 작은 모습은 낯설지 않다. 언젠가의 나였거나, 한 번쯤 되어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니까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두려움을 읽어 내는 방식을 뒤집는 순간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은 보통 경고음처럼 들린다. 위험하니 멈추라고, 더 가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다. 그래서 무서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발을 거둔다. 그런데 이 책은 같은 감정을 정반대로 해석한다. 두려움이 찾아왔다는 건 내가 이미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멈춤의 이유였던 감정이, 나아감의 증거로 뒤바뀐다.

이 작은 전환이 품은 힘은 크다. 두려움을 없애야 할 적으로 두는 한,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느라 제자리에 머문다. 나아가야 하는 길에 함께 따라오는 동행으로서 두려움을 여긴다면, 무서운 채로도 한 걸음을 뗄 수 있다. 가장 용감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거센 파도를 멈추라는 명령이 아니라 지금이 나아갈 때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마음. 그 작은 차이가 멈춤과 나아감을 가른다.

다만 용기는 그리 손쉬운 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고 뛰어든다 해도 더 큰 파도가 우리를 삼킬 테고, 캄캄한 바닥에서 길을 잃는 순간은 다시 찾아온다. 〈퍼스트펭귄〉이 정직한 건 이 대목이다. 그럼에도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끝내 놓지 못한 단 하나의 바람이다. 잡고 싶은 것 하나를 깊이 품는 일이 어떻게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고개를 들게 하는 힘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는 책이다.

흑백의 바다가 끌어안는 빛

신율마 작가의 첫 그림책인 〈퍼스트펭귄〉은 색을 모두 덜어낸 흑백의 화면으로 두려움을 그려 낸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이 선택이 오히려 감정의 폭을 확장한다. 색이 빠진 자리에는 빛과 어둠만 남고, 그 둘의 농도와 경계가 그대로 마음의 무게가 된다. 화려한 색이 일러 주는 정해진 감정 대신 보는 이가 저마다의 결로 채워 넣을 여백이 생긴다. 그래서 같은 장면에도 누군가는 막막함을, 누군가는 고요함을 읽는다.

어둠을 다루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라앉는 바다 밑은 온통 검게만 칠해져 있지만 그 어둠은 무언가를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빛은 늘 암흑의 가장자리에서 새어 나오고, 어둠이 짙을수록 그 작은 빛은 더욱 또렷해진다. 어둠과 환함, 두려움과 용기, 가라앉음과 떠오름이 한 화면 안에 등을 맞대고 있다. 우리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야 작은 빛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이 흑백의 바다는 색이 아니라 명암으로 말한다.

어둠을 통과하고 나면 한때 나를 삼킬 듯 무섭기만 했던 것이 실은 나를 밀어 올리는 품이었다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같은 파도가 위협에서 포옹으로 바뀌는 이 마지막 자리는 두려움을 끝내 통과해 본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거센 파도가 있고, 그 너머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 파도가 위협이 아니라 나를 안아 주러 오는 손길로 느껴지는 날은 그것을 통과해 본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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