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읽는 사람이 사라지는 시대
그럼에도 왜 우리가 읽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
생산자의 시대입니다. 글을 만들어 내는 일이 더 이상 일도 아니게 되면서 글이 범람합니다. 쓰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읽는 사람은 줄어도 너무 줄었습니다. 보는 것(영상)은 쉬워졌는데 읽는 것(활자)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조금만 긴 글이면 AI에 요약을 부탁하거나 아예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른의 독서』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생각을 외주화하는 시대에 던지는 가장 시의적절한 반론
책 읽기를 그만두면 생각하기도 그만두게 된다고 도스토옙스키는 일찍이 말했습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는 생각을 외주화하고 있고, 언어·대인관계·신체 지능 등 전인적 능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한소원 교수는 이를 ‘지능 파산 위기’라 부릅니다. 읽기는 인류 지능의 토대였습니다. 지난 5,000년간 인간은 유일한 '읽는 종'이었고, 읽기는 인지 능력의 핵심이었습니다. 근데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은 과제물 읽기를, 직장인은 문서 읽기를, 연구자는 자료 읽기를 AI에게 맡깁니다. 인간은 읽기를 버리는데 AI는 더 읽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읽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AI 시대일수록 책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Textbooks Are All You Need」라는 논문에서, 데이터를 무작정 많이 넣는 것보다 책처럼 잘 정제된 논리적 텍스트를 학습시켰을 때 AI의 추론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좋아진다는 말을 AI가 대신 증명해 준 셈입니다.
둘째, 역사·문학·정치·경제, 100년 후에도 읽힐 스무 권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역사 다섯 권, 문학 다섯 권, 정치 다섯 권, 경제 다섯 권. E. H. 카에서 유발 하라리까지, 셰익스피어에서 도스토옙스키까지, 플라톤에서 마이클 샌델까지, 애덤 스미스에서 리처드 탈러까지 시대와 분야를 가로지릅니다. 세계적인 자산가와 지성들이 반복해 언급해 온 책들입니다. 한 세대의 필독서가 넘어 모든 세대의 필독서입니다.
셋째, 읽다 마는 책이 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성
각 권마다 읽기 전에 알면 좋은 것, 핵심 메시지,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난도를 먼저 안내합니다. 고전의 배경과 서사를 쉽게 풀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오래된 문장이 지금의 우리에게 건네는 의미를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억하면 좋을 핵심 문장은 직접 옮겨 적을 수 있도록 별도의 필사 페이지에 담았습니다. 해설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을 펼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얼굴에서 가장 먼저 기능이 떨어지는 곳은 눈이고, 그다음은 귀이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입이라고 합니다. 받아들이는 기관은 먼저 퇴화하는데 표현하는 기관만은 끝까지 남는 셈입니다. 보고 듣는 일이 멈추면 고집이 자랍니다. 받아들이는 것 없이 뱉어 내기만 하는 행위는 결국 낡은 데이터와 경험을 되씹는 아집이 되고 맙니다. 평생 독서와 학습, 다양한 정신 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들은 뇌에 병리 현상이 나타나도 치매 증상이 늦게 발현되거나 덜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인지 보유고(Cognitive Reserve)’로 설명합니다. 독서는 이 인지 보유고를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른의 독서』가 고전 해설서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결국 나이 듦에 관한 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들이 반복해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가. 나이 많은 사람이 꼭 어른은 아닙니다. 나이 듦은 인생의 결말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고전을 제대로 읽어 보고 싶었던 독자부터, 후배와 자녀에게 ‘함께하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합니다.
책 속에서
얼굴에서 가장 먼저 기능이 떨어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눈입니다. 다음 기능이 떨어지는 곳, 귀입니다. 잘 들리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이 점점 불편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퇴화하는 곳이 입이라고 하죠. 눈과 귀는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통로이고, 입은 나를 세상에 내보이는 통로입니다. 받아들이는 기관은 먼저 퇴화하는데, 표현하는 기관만은 끝까지 살아 있는 셈입니다.
- 프롤로그 「학습을 멈추는 순간 고집이 싹튼다」, 00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개인사’를 가지고 있고, 이 개인사는 끊임없이 현재의 필요에 따라 재편집됩니다.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결혼 생활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승진한 사람은 자신의 경력 여정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거짓말이나 자기기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재해석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 PART 1. 역사, 『역사란 무엇인가』 - E. H. 카, 00쪽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젊어 읽으면 결단을 앞둔 왕자의 비장한 독백일 뿐입니다. 나이 들어 읽으면 다르게 들립니다. 죽음을 각오하는 말이 아니라, 견딜 것인가 끝낼 것인가를 매일 다시 묻는 사람의 말로 들립니다. 같은 문장인데 다르게 도착합니다. 문장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받는 사람이 변한 것입니다.
- PART 2. 문학, 『햄릿』 - 셰익스피어, 00쪽
이 책을 읽으면 도덕적 가치관과 충돌해 큰 불편함을 느낍니다. 착하게 살라고 배워 온 사람들에게 착함만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죠. 선의만으로 조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는 것, 때로는 공동체를 위해 미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차가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데는 오히려 용기가 필요합니다.
- PART 3. 정치, 『군주론』 - 마키아벨리, 00쪽
스미스의 핀 공장 이야기는 250년이 지난 지금 더 거대한 규모로 실현되어 있습니다. 회사 안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획, 개발, 영업, 회계, 인사로 나뉜 부서들은 저마다 한 가지 일에 전문화된 스미스의 핀 공장 노동자들입니다. 다만 스미스가 걱정한 그림자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한 가지 일만 반복하다 전체를 보는 눈을 잃는 것,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게 되는 것.
- PART 4. 경제, 『국부론』 - 애덤 스미스, 00쪽
진정한 어른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은 다음 삶의 방식을 다르게 사는 사람’입니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더 온유하고, 더 사려 깊고, 더 성실하게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입니다. 혹 늦게라도 독서를 시작하는 것은, 비록 늦었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에필로그 「함께하고 싶은 어른이 된다는 건」, 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