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 작품은 통상적인 전기물이 아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궤짝 하나다. 그 궤짝 속에는 페소아가 만들어낸 약 70여 개의 이명(異名, heteronym)-철학자 알베르투 카에이루, 미래주의자 알바루 드 캄푸스, 고전주의자 히카르두 레이스 등-이 저마다의 필체로 써 내려간 글이 뒤섞여 있다. 회사에서 페소아는 그저 “아무개 씨”로 불리는 조용한 사무원이었지만, 밤이면 그 궤짝을 열어 전혀 다른 존재들의 목소리로 살아갔다. 바랄은 이 이중생활을 대사 없는 리스본 풍경 페이지들과 세피아 톤 회상 장면으로 교차시키며,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가 바로 문학”이라는 페소아 문학의 핵심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줄거리
1935년 11월, 리스본 일간지의 젊은 견습기자 시망 세르데이라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페소아라는 사람의 부고 기사를 쓰라는 임무를 맡는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부고 기사라니! 페소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그는 주변 인물들을 하나둘 찾아 나서며, 이 신비로운 인물의 삶을 조각조각 맞춰나간다. 그는 페소아라는 사무원이 실은 70여 개의 이름으로 글을 써온 시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가 마주치는 이들은 소년 시절 페소아를 알던 인쇄소 동료, 그를 배신했다고 오해받는 헤이스 장관, 그리고 편지로만 사랑을 나눈 회사 동료 오펠리아 케이로스까지 - 모두가 저마다 다른 조각의 페소아를 들려준다. 한편 페르난두 페소아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벗이자 분신인 베르나르두 소아레스의 고백을 바탕으로 써 내려가던 『불안의 책』을 완성할 시간이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 자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