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나쁜 일이 좋은 일이었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마음
아이들도 도토리처럼 예기치 못한 실수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순간을 만납니다.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이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어지는 날도 있지요.
이 책은 그 마음을 서둘러 달래지 않습니다. 대신 도토리를 끝까지 굴러가게 둡니다. 물에 빠지고 하늘로 끌려가는 소동을 다 겪은 뒤에야 도토리는 자기만의 모자를 만납니다. 마지막 장에서 도토리가 흘리듯 내뱉는 “나쁜 일이 좋은 일이었네.”라는 말은, 그래서 가볍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 한 문장을 통해 실패를 견디고 다시 서는 힘, 회복탄력성의 첫 감각을 배웁니다.
눈으로 떠나는 가을 숲 나들이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가을 산의 빛깔입니다. 작가가 직접 산을 오르내리며 주운 도토리와 낙엽, 들꽃과 솔방울이 책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낙엽 한 장의 결, 구절초 꽃잎의 흰빛, 솔잎의 날카로운 초록. 교과서나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계절의 질감이 종이 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한 번, 책을 덮고 창밖을 보며 또 한 번 가을을 만납니다.
주운 재료가 개성 만점 캐릭터가 되는 콜라주의 재미
다름을 설득하지 않고 보여 주는 방식
『달아난 도토리』의 그림은 자연 재료 위에 안태형 작가의 위트 있는 펜 터치를 더해 완성되었습니다. 콩을 싫어하는 물고기, 낙엽으로 만든 썰매처럼 엉뚱한 상상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겁니다. “이거,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공원이나 뒷산에서 주운 나뭇잎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책을 덮은 뒤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 그림책, 읽기가 놀이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너는 그대로 소중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자를 잃은 도토리가 은행잎을 쓰고, 솔잎을 꽂고, 구절초를 얹어보는 장면을 차례로 보여 줄 뿐입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 대신 그림으로 전하지요. 책을 읽고 아이가 스스로 “난 저 모자가 더 예쁜데.” 하고 말하면? 아이도 아이만의 보물을 찾은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