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냥' 나이 드는 일은 저절로 되지만
'잘' 나이 드는 일엔 연습이 필요하다
‘늙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시다. 그저 요원한 미래의 일이니 지금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맞닥뜨리게 될 테니 때가 되면 받아들이면 그뿐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늙음’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나 풍경, 늙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저마다 처한 상황마다 다를 테지만 한 가지는 모두 같습니다. 반드시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늙음이란 누구나 맞이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임에도 대부분 공부나 노력, 훈련이나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마주하며 준비하기는커녕 깊이 생각해 보기를 꺼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늙는다고 해서 ‘잘’ 늙는 것도 저절로 될까요?
철학과 무도, 교육과 사회에 관한 사유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를 만나 온 ‘일본의 대표 지성’ 우치다 다쓰루 선생이 이번에는 늙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당신 역시 늙어 가고 있는 일흔일곱의 철학자로서, 늙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늙은 몸으로 살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준비는 늙음이 멀게만 느껴지는 젊은 시절부터 해 두면 좋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고요. 그런 이유로 젊은 편집자와 늙음에 관해 서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늙음에 관한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거침없이 확장됩니다.
오늘을 잘 사는 방법으로서 늙음을 상상하는 일
젊은 편집자와 주고받은 열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선생의 이야기는 늙음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결혼과 육아, 일과 인간관계, 부모의 죽음과 망자를 기리는 법까지 뻗어나가지요.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마주하게 되는 삶의 단계를 하나씩 짚으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상상하는 겁니다. 가령 부모의 늙음 그리고 죽음과 마주하며 자신의 늙어 가는 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생각해 보고, 망자를 기리는 일에 관해 궁리하며 죽은 뒤에도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보지요. 나보다 어린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결혼을 해야 할지, 아이는 낳아야 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늙음을 상상하는 일이란 곧 오늘을 잘 살아가는 일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마침내 죽음과 자연스레 마주하는 방법이, 잘 살아가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지요.
‘이전 같았으면 진작 죽었을 테니 여생은 보너스 타임’ ‘진정한 자신은 없는 편이 살기 편하다’ ‘결혼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같은, 선생만의 유쾌하면서도 도발적인 이야기는 늙음에 관한 익숙한 생각에 균열을 냅니다. 그 균열 사이로 선생은 늙음과 죽음을 일상에 자연스레 들여놓고요.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늙음과 죽음을 ‘희석해서’ 천천히 받아들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선생의 유려한 이야기를 따라 늙음과 죽음을 거듭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당장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