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동네책방에 들어갔더니 경제학이 보이기 시작했다”
책방 여행기와 인문학, 경제학을 한 권에 담은 색다른 지적 산책
책방을 소개하는 책은 많다. 예쁜 공간을 보여 주고, 책방지기가 고른 책을 소개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를 들려주는 책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또 한 권의 동네책방 책은 왜 필요한가. 『경제학자는 오늘도 동네책방에 갑니다』의 답은 분명하다. 책방이라는 공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읽는다. 누군가는 다니던 직장을 떠나 책방을 열었고,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여행과 책을 결합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으며, 또 누군가는 수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오래도록 이어 간다. 저자들은 전국의 책방지기들을 성공한 창업자의 사례로 포장하지도, 마냥 낭만적인 삶으로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본다.
이야기들은 책방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들의 독서 경험과 영화, 드라마, 음악, 여행의 기억이 끊임없이 끼어들면서 하나의 책방은 더 넓은 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된다. 서울의 ‘책크인’을 이야기하면서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와 예술가의 현실을 떠올리고, 그것은 다시 ‘승자독식’이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이어진다. 서귀포의 ‘유화당’에서는 문학과 미학을 이야기하고, 지역의 작은 책방에서는 인구소멸과 귀촌, 여성의 노동, 청년의 미래, 기후 위기와 같은 오늘의 문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책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경제학을 거쳐, 결국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책을 파는 곳에서 사람을 잇는 곳으로
우리가 동네책방을 지켜야 하는 이유
이 책은 전국 33곳의 동네책방을 10개의 주제로 엮었다. 초반부에서는 여행을 중심으로 서울 ‘책크인’과 가평 ‘북유럽’을 찾아가고, 울산 ‘소담쓰담’, 남해 ‘아마도책방’, 창원 ‘묘책’, 순천 ‘서성이다’, 여수 ‘낯가리는 책방’ 등을 찾아가 일과 사랑,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 대구 ‘담담책방’, 인제 ‘책방 나무야’, 원주 ‘터득골북샵’에서는 종교와 구원, 해탈을 이야기하고, 서귀포 ‘유화당’, 인천 ‘문학소매점’, 속초 ‘문우당’에서는 한국 문학의 세계로 들어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더욱 넓어진다. 제주 우도의 ‘밤수지맨드라미’, 광주의 ‘책과생활’, 부산의 ‘동주 책방’에서는 기후 위기를, 부산 ‘이책저책’, 대전 ‘우분투북스’, 대구 ‘심플책방’에서는 청년 실업을 생각한다. 서울 ‘소요서가’, 강화 ‘책방시점’, 전주 ‘서점 카프카’에서는 철학을 이야기하며,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고성 ‘북끝서점’, 수원 ‘탐조책방’에서는 모녀 관계와 청춘의 삶을 들여다본다. 마지막에는 춘천과 천안의 책방들을 찾아가 사라지고 변해 가는 공간의 흔적과 그럼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돌아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에 비해 작은 동네서점이 처한 현실 역시 녹록지 않다. 그런데도 새로운 동네책방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저자는 그 답을 책의 ‘판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오늘날 동네책방은 공연과 전시, 영화 상영이 이루어지는 예술 공간이자 독서 모임과 글쓰기 강좌가 열리는 문화 공간이고, 때로는 SNS에 지친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작은 공동체다. 책보다 사람을 먼저 발견하게 하고, 사람을 따라가다 책을 읽게 하며, 한 권의 책에서 다시 사회와 경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곳.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좋은 책방은 어디인가’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글을 쓴 김인규 경제학자는 동네책방을 폭넓게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부의 깊이’까지 함께 추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방지기들의 이야기에 자신이 읽은 책과 본 영화·드라마를 연결하고, 경제학자의 지식을 더해 한 걸음 깊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어렵게 읽을 필요는 없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보다 ‘재미와 서사성’이다. 동네책방과 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사람과 여행의 이야기가 앞장서고, 지식은 그 뒤를 따른다. 여기에 써니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글로는 전하기 어려운 책방 특유의 다정하고 소박한 공기를 채운다. 책방을 좋아한다면 다음 여행에서 찾아갈 장소가 수십 곳 생길 것이고, 문학을 좋아한다면 읽어 보고 싶은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다. 경제학이 어렵다고 생각했다면 경제학이 우리의 선택과 사랑, 일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설명하는 의외로 인간적인 학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우리의 지식은 타인에게 전달이 가능한 명시지(明示知)와 그렇지 못한 암묵지(暗默知)의 두 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수영 왕초보에게 말이나 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영법이 명시지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초보자가 바로 수영을 하지는 못합니다. 암묵지가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 수영 코치가 옆에서 도와주면 암묵지 비중이 줄어들고 명시지 비중이 높아집니다. 책이나 책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면 이렇듯 암묵지의 비중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써니 작가의 그림이 수영 코치 역할을 합니다. 제 글로 못다 전한 동네책방이 주는 다정하고, 정갈하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그의 그림이 잘 전달합니다.
---pp.15-16
나는 책방 이름 아마도가 이어도쯤 되는 남해도의 별칭이거나 부속 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울의 회사를 그만둔 박수진 책방지기가 남해로 내려올 때 지인들이 “앞으로 뭐 해서 먹고살 거냐?”고 걱정한다. 그때마다 “아마도 책방?”이라고 대답하던 게 책방 이름이 됐다.
---p.61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 해안으로 난 유리창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이라는 글씨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내가 다녀 본 동네책방 중 가장 먼 곳에 있는 책방이 맞다. 제주 전통 가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책방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준다. 커피를 내리는 최영재 책방지기에게 우리 소개를 하자 “오늘 손님이 별로 없어 오후에 책방 문을 닫고 바닷가로 나가 볼까 했는데, 문 안 닫길 잘했네요”라며 반긴다.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다.
---p.195
아툴 가완디 교수와 김희강 교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 동안 홀로 방치되지 않는 것이 좋은 죽음의 풍경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한림대 성심병원의 김현아 교수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큰 고통 없이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의료 체계가 도와줘야 한다고 부탁한다. 훗날 내가 임종에 가까이 다가갈 때 이 두 가지를 누리는 행운이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p.321
서툰책방에 처음 갔던 날, 내가 책방 이름이 겸손하면서도 예쁘다고 말하자 정승희 책방지기는 “모든 일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서툰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순간들이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p.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