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거부세대가 온다
“어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거대한 소비 세대의 마음을 읽고 외면당하지 않는 법
거부세대란 1964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54만 명을 말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입학·취업·결혼·육아·입주·퇴직 등 동일한 시간표로 표준화된 인생을 살아왔으나, 이제는 미리 설정된 호칭·상품·공간·은퇴·이동·상속 등 노후의 표준화된 인생을 단호히 거부하는 세대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18.6%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 인구 집단으로, 기존 노년의 틀과 제도에 반발하며 자신만의 노후를 만들어가는 세대다. 고도성장의 마지막 목격자이자 외환위기의 첫 구조조정 대상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받기를 기대하지 않는 첫 세대이지만, 어엿한 디지털 정착민이다. 거부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표준화된 인생을 산 세대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학력고사를 치렀고, 비슷한 시기에 취업해서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를 향해 달렸으며, 자녀 교육이라는 같은 종목에 소득을 쏟아부었다.
- 앞으로 10년, 거부세대가 소비시장을 좌우한다
액티브 시니어, 욜드, 오팔세대, 뉴그레이, 신중년…… 지난 20년간 명함을 반납한 사람들 앞으로 쏟아진 이 이름들은 전부 관찰자 측이 붙인 것이다. 마케터와 기업과 정부와 언론이 무언가를 팔거나 관리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이동우 교수는 이 세대가 시장과 제도 앞에서 실제로 보여준 첫 번째 집단행동이 ‘구매’가 아니라 ‘반려’였다는 관찰에서 착안해 이들을 ‘거부세대’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소득, 자산, 디지털 활용도가 높은 거부세대가 앞으로 10년의 소비, 주거, 부동산, 일자리, 금융, 의료, 시니어 산업, 정책, 복지를 좌우하는 집단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트렌드는 취향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트렌드는 인구에서 태어난다. 수백만 명이 같은 나이에 같은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이 무엇이든 시장이 통째로 따라 다닌다.”
- 여섯 개의 거부, 여섯 개의 트렌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기획된 초고령사회 프로젝트는 모두 반려되었다”고 진단하면서 총 6개의 거부를 통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6가지 시니어 트렌드를 분석한다.
첫째, 호칭의 거부. 남이 붙여준 ‘시니어’, ‘어르신’, ‘사장님’ 등의 호칭을 거부하고, 자기 이름을 되찾으려 하거나 자신이 만든 별칭으로 정체성을 찾는다.
둘째, 상품의 거부. ‘효도폰’, ‘실버 상품’ 등 노인 전용 상품을 거부하고, 나이를 드러내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상품을 선호하며 나이 구분 없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셋째, 공간의 거부.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나이로 분리된 공간을 거부하고,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연령 구분 없는 공간을 선호한다.
넷째, 은퇴의 거부. 정년퇴직을 ‘전반전 종료’로 여기고, 재취업, 창업, 프리랜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일하기를 원하고 퇴직 후에도 다양한 사회 활동을 지속한다.
다섯째, 이동의 거부. 요양시설, 실버타운 등으로 억지로 옮겨지는 노년을 거부하고, 살던 집에서 늙어가기를 원한다.
여섯째, 상속의 거부.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을 거부하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소비하려고 한다.
- 나이를 숨겨야 더 큰 시장이 열린다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신을 수 있는 나이키와 스케쳐스의 운동화나 에어팟의 보청기 기능처럼 시니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이 있더라도 그것을 내세우지 않고 은근히 마케팅하는 전략은 앞으로의 소비시장에 큰 시사점을 준다. 시니어들이 남들에게 자신이 ‘늙었다’는 점을 들키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의 접근 방식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배려의 값은 기꺼이 치르지만 낙인의 값은 치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이지리스는 노인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다. 숨겨지는 것은 노인이 아니라 ‘낙인’이다. 배려는 그대로 두고 배려의 라벨만 떼는 것, 기능은 남기고 모욕만 지우는 것이 핵심이다. 인도의 턱을 깎아 만든 경사로, 커브컷을 보자. 원래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하루 종일 그 경사로를 이용하는 것은 유모차를 미는 부모, 캐리어를 끄는 여행자, 자전거와 킥보드 등이다. 가장 절실한 소수를 위한 설계가 결과적으로 다수의 편익을 준 것이다. 에이지리스는 커브컷 효과의 상업 버전이다. 여든 살의 몸을 기준으로 깎아낸 턱은 스무 살의 몸에게도 낮다. 그러니 영리한 기업은 가장 약한 손과 가장 흐린 눈을 기준으로 설계하고, 완성된 제품에는 아무 이름표도 붙이지 않는다.
저자는 산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한 가지 통찰을 우리에게 던진다.
“좋은 배려가 원래 그렇다. 소리 내지 않고, 생색내지 않고, 상대가 배려받았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 나이 듦은 모두의 미래다, 숫자 너머의 초고령사회
이 책은 초고령화와 관련된 통계와 전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주거, 교통, 의료, 금융, 소비, 여가, 일자리, 교육,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도시와 건물, 제품과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를 넘어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는지를 해외의 고령친화적 제품과 공간, 지역 커뮤니티, 상점과 공공서비스 사례를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힌트를 얻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츠타야(TSUTAYA) 서점 다이칸야마 T-SITE는 처음부터 끝까지 50대와 60대를 위해 설계됐다. 거울이 없는 피트니스클럽, 커브스는 50세 이상 여성을 중심으로 한 건강 지원 서비스가 사업 모델이다. 이동 슈퍼 도쿠시마루(とくし丸)는 멀리까지 장보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동네 집앞까지 물건을 들고 찾아간다. 또한 네덜란드 최대 슈퍼 체인 중 하나인 점보(Jumbo)는 수다 계산대, 클레츠카사(Klets-Kassa)를 설치해서 유통의 금기인 속도를 줄이고 ‘대화’를 서비스로 만들어 시니어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덜어준다. 미국의 OXO 굿 그립스의 감자칼은 손가락 관절에 힘을 집중시키지 않아도 되는 손잡이를 만들어 악력이 약해도 쥘 수 있고 젖은 손에도 미끄러지지 않아 근력이 약해진 시니어들도 쓰기 편하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이동우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두려움과 부담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우리 모두가 언젠가 경험할 나이 듦을 사회 전체의 설계 문제로 확장한다.
- 거부세대를 맞이하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안내서
“설계는 정밀하게, 호명은 보편적으로, 혜택은 명시적으로!”
이것은 저자가 거부세대를 상대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법칙으로 정리한 것이다. 거부세대가 시장을 주도하는 초고령사회에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역할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이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초고령사회의 해법을 의료와 복지 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초고령 소비자의 다양해지는 욕구를 이해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이동과 돌봄, 주거와 커뮤니티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특정 연령대만을 기준으로 삼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고, 시민 역시 나이 듦을 타인의 문제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일상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책 『거부세대』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와 기업 실무자는 물론, 부모의 노후와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는 독자에게도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