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관광지와 저항의 상징 너머,사람들이 살아가는 오키나와
우리에게 오키나와는 흔히 두 개의 얼굴로 다가왔다. 푸른 바다와 느린 시간이 흐르는 휴양지, 또는 오키나와전과 미군기지의 상처를 품은 저항의 섬. 이러한 익숙한 표상 뒤에는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오키나와 하층 청년들의 삶이 있다. 가족의 지원, 충분한 교육 기회, 안정적인 일자리 같은 생활 기반을 갖추지 못해 이른바 ‘보통’의 궤도 밖에 놓인 청년들이다. 이들의 일터는 건설 현장과 유흥업소, 오토바이 판매점, 도시락 가게 등으로 다양하지만, 노동과 생활은 대체로 불안정하다.
사회학자 우치코시 마사유키는 류큐대학 재학 시절 우연히 만난 양키 소년들을 잊지 못해 이후 오키나와 청년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폭주족의 아지트를 드나들고 형틀 해체 현장에서 함께 일했으며, 심야의 국도 58호에서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는 연구자로 머물지 않고 그들의 ‘따까리’가 되어 일상과 노동, 관계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저자는 심부름을 도맡으며 실수하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줄곧 곁을 지켰고, 함께 먹고 마시고 일하며 서서히 신뢰를 쌓아 갔다.
이처럼 오랜 시간 그들의 일상과 관계 속에 머문 저자는 밖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지역 관계망의 작동 방식을 포착한다. 가족이나 학교가 충분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한 청년들에게 지역의 선후배 관계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제공하는 중요한 안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폭력과 착취,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청년들은 지역에 기대어 버티지만 바로 그 지역에 붙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 모순을 개인의 선택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대신 오키나와전과 미군 통치, 일본 복귀 이후에도 이어진 미군기지의 부담, 관광과 공공사업에 치우친 산업 구조와 취약한 고용 환경 속에서 이들의 선택 범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핀다.
그렇다고 저자는 이들을 피해자로만 그리거나 그들의 폭력과 불법 행위를 미화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는 모습을 가감 없이 기록한다. 『양키와 오키나와』는 한 지역의 주변부 청년들에 관한 농밀한 기록인 동시에,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장소와 관계 안에서 어떻게 버티고 얽히며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지를 묻는 사회학적 탐구다.
이 책의 성취는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데만 있지 않다. 상호부조의 공동체가 살아 있는 섬으로 이상화되어 온 오키나와의 이면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되풀이되는 빈곤과 폭력, 배제를 역사와 구조 속에서 읽어 냈다는 데 있다. 『양키와 오키나와』는 그동안 우리가 오키나와를 말해 온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타인의 삶에 다가가는 우리의 태도까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