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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래, 모든 날이 걸작일 수는 없다.”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 앤 카슨의 아름다운 운문소설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그리고 학자로서 고전을 소재로 삼아 포스트모던한 감성과 스타일의 심오하고 기발한 작품들을 써온 현대시의 거장 앤 카슨의 운문소설 《레드 닥>》이 출간되었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지루함이고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다”라고 말한 그녀답게, 앤 카슨은 이번 《레드 닥>》에서도 소설과 시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소설적 미학을 선보인다.

《레드 닥>》은 고전 《게리오네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주목할 만한 작품 《빨강의 자서전》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깨에 빨강 날개를 달고 태어난 게리온이 두 살 연상의 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를 사랑하면서 시작되는 영웅적인 성장 이야기 《빨강의 자서전》이 나온 지 15년 뒤, 앤 카슨은 문득 게리온과 헤라클레스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져서 《레드 닥>》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레드 닥>》의 주인공 게리온은 이제 G라는 이름의 소 떼를 돌보는 중년 남자가 되어, 어릴 적부터 써온 자서전은 진즉에 포기한 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러시아 초현실주의 시인 다닐 카름스를 읽으며 세월과 함께 시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G는 우연히 과거의 헤라클레스이자 지금은 군 제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새드(Sad But Great, 슬프지만 위대한)를 만나게 되고, 두 중년의 남자는 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한다. 북쪽에는 매서운 바람과 빙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추운 땅에서도 “섬뜩하고 온화한 목적을 갖고 그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얼음 박쥐들이 있어 삶과 희망을 이어간다.
저자 소개
저자 : 앤 카슨
캐나다 출신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이다. 1950년 6월 21일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그리스 고전에 강하게 매료되어 대학에서 그리스어를 전공하고 이후 30년간 맥길,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시에 고전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파피루스의 파편으로 남은 이야기를 현대의 시어로 재창작하거나 신화 속 등장인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일련의 작품들로 맥아더 펠로우십과 구겐하임 펠로우십 등을 받았고, 2001년에는 여성 최초의 T. S. 엘리엇 상 수상자가 되었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지루함이고,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라 말한 앤 카슨은 머스 커닝햄 무용단, 행위예술가 로리 앤더슨, 록 가수 루 리드, 시각예술가 킴 아노 등 타 분야 저명한 거장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문학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2016년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으며, 201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민승남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 리사 제노바의 《스틸 앨리스》, 스티븐 갤러웨이의 《상승》, 알리 스미스의 《우연한 방문객》, 조이스 캐럴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 앤 엔라이트의 《개더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등 다수가 있다.
저자 소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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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앤 카슨
번역 민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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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문제가 되고 언제나 아름다운 소설

《레드 닥>》은 시적이고 모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한 편의 시이면서, 한 편의 모험담이고, 한 개의 빨강 퍼즐처럼 복잡하게 아름답다. 하지만, 《레드 닥>》을 더 특별하게 하는 건 유머러스함이다. 일단, 제목부터 장난스럽다. ‘레드 닥’ 뒤에 붙은 생뚱맞은 화살괄호(>)는 워드프로세서 파일명에 자동으로 생성된 기호를 작가가 그대로 쓴 것이다. 독특한 모양의 본문 디자인 역시 컴퓨터 버튼을 잘못 눌러 좌우 여백이 너무 많이 생긴 걸 그대로 채택했다고 한다. 쉼표는 찾아볼 수 없고, 물음표는 거의 생략되었으며, 마침표마저도 간간이 자리를 비운다. 이야기의 흐름 또한 종잡을 수 없이, 무의식처럼 갑작스럽게 이어지고 끊어지다가 다시 이어진다.

《레드 닥>》을 읽는 독자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반짝이는 퍼즐 조각을 손에 든 채로 허둥대게 되지만, 결국은 자의에 의해 자신만의 빨강 퍼즐을 완성해내고야 만다.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문제가 되는 소설, 우리의 삶 안에 두건 밖으로 내보내건 언제나 아름다운 소설, 그게 바로 《레드 닥>》이다. “그래, 모든 날이 걸작일 수는 없다” 하고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작은 걸음으로나마 삶이 걸작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처럼, 소설은 장마다 읽는 모두에게 새롭게 해석되고 재창조된다. 열정적인 창조 행위로서의 독서를 즐길 기회를 찾고 있던 독자들이면 올겨울 《레드 닥>》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그녀는 위대한 지적, 정서적 지식과 광대한 서식지를 갖고 있으며, 그 서식지의 모든 것들에 요란한 노크 소리처럼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강력한 인식과 참신함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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