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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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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
1부 내 눈동자에서 모니터에 이르기까지의 공간
내가 쉬지 못하는 것
내 눈동자에서 모니터에 이르기까지의 공간
희고 둥근 부분의 부분
?
2부 비단처럼 부드러운 그 무엇인가가
스물셋
너무 맛있는 빵
“ㄴr 솔oLoF”
잠시 중지된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비단처럼 부드러운 그 무엇인가가
첩의 손녀

3부 위하는 일
나누지 못했을 이야기
나눠본 적 없는 대화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선배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다
언니와 나는 동네 친구였다
열아홉 살 때 나는 다이미(大味)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녀는 40킬로그램
위하는 일

4부 창작메모
다른 냄새
물음표는 떼어버려도 그만
매일 밤 운동장
나자로여 나오너라
닿을 수 없음에 다가가기
할머니가 읊은 아주 긴 시
창작 메모 1
창작 메모 2
창작 메모 3
겨누는 글쓰기
눈동자

에필로그: 다시, 뒷면에게
저자 소개
저자 : 임솔아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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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만히 뒷면을 들여다보는 일,
그 속에 깃든 삶의 조용한 진실에 대해

그러나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이 벽 속에 숨어 사는 개미들처럼 그 편지 뒷장에 빼곡하게 숨어 있었다는 것을. (「에필로그: 다시, 뒷면에게」에서)

깊고 단단한 문장을 건네는 작가, 임솔아의 첫번째 산문집이 문지에크리 열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첫 산문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다림에 부응하듯, 『다시, 뒷면에게』에는 저자가 아주 오랫동안 응시하고 차분히 매만진 글들로 가득하다. 제목의 표현처럼, 책에는 “뒷모습을 보려면 제가 보던 시선의 정반대 방향으로 가야만” 함을 아는 자의 태도가, 지나간 기억을 가만히 쓸어주는 손길이 녹아 있다. 뒷모습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한 시절을 공유한 가족들과의 일상,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텅 빈 운동장에 혼자 남겨졌을 때의 막막함, 세상을 떠난 사람의 결코 잊히지 않는 눈동자, 아픈 강아지의 마지막 발걸음, “아무도 돌보지 않은 것들.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 끝까지 혼자인 것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 “내가 기다려온 무언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어느 날 소설을 쓰다가 그 인물에게 뒷모습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말을 열쇠 말 삼아본다면, 이번 산문에서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화들은 아직 씌어지지 않은 면을 상상하고 그려내는 작가로서의 태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뒷면에게』는 한 인물이나 사물의 뒷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응시하며, 문학이 다가갈 수 있는 깊이와 섬세함에 대해 고민하는 일종의 문학론, 작가론으로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겹쳐지고 포개지며
돌보고 위하는 날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 작가, 프리랜서로서 마주하는 정체 모를 곤경과 곤란을 해석하는 데로 나아간다. 글을 쓰는 집필 노동자이자 프리랜서로서 쉬이 이행되기 어려운 휴식에 대해 “쉼이야말로 그 명명에 대한 이데올로기들의 전장”이라고 말하거나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를 거치면서 논의된 의제들에 대해서는 “대안까지도 자신의 먹이로 흡수해버리는 소비주의와 성과주의의 먹성”이라고 지적하며, 논의와 답변이 과포화되는 현상을 예리하게 통찰한다. 1부와 2부를 거쳐 3부 ‘위하는 일’에 이르면, 저자는 앞선 뾰족한 해찰을 넘어 자신이 경험했던 돌보고 위하는 관계들을 풀어놓는다. 한때 좋아했던 연예인을 회상하는 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날을 옹호하는 다부짐”을 읽어내고,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운동’에서 만난 t를 통해,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삶의 저력과 그 힘을 북돋아주는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저자의 시선은 단일한 면을 응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겹쳐지고 포개진 삶들 위에 놓여 있다.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길과 서로를 돌보는 연대의 순간들이, 작가로 살아가는 오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나와 가까운 곳에 선배가 있다는 것은 내 시야에는 보이지 않지만 선배처럼 살고 있는 여성들이 있음을 명심하도록 만든다. 안 보이는 사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그렇지만 여성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길을 만들고 있는 사람. (「선배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다」에서)

보이지 않는 뒷면을 응시하는 깊고 섬세한 시선, 그리고 서로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 차분히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을 응원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통찰은 물론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다. 문예지와 앤솔러지는 물론이고, 전시 도록과 메일링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면에 발표한 산문들을 한데 모은 이 책은, ?“누구에게도 보낼 수 없는 편지들이 문학이 되었다”라는?작가의 고백처럼,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발신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편지들을 떠올리게 하며, 각자의 내밀한 시간을 마주할 용기를 건넨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읽는 일은 지나간 시간들을 겹눈으로 바라보며, 기억의 결을 섬세히 읽어내는 경험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오르골 안에는 색소폰을 든 피에로와 공 위에 서서 묘기를 부리는 개가 있었다. 태엽을 돌리면 오르골 속 세상이 돌아가고, 음악이 나왔다. 내가 감은 태엽을 직선으로 펼친다면 개는 공을 굴리며 어디로 걸어갈까. 운동장에서 원을 그리며 돌았던 그 걸음들을 직선으로 펼쳐본다면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며 지나왔던 시간들을 직선으로 펼쳐본다면 우주의 끝까지도 도달할 수 있을까. 오르골을 보고 있으면 감춰놓은 외부를 보는 것 같다. 오르골의 태엽을 자주 감아준다. (「프롤로그」)
??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할머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사실인 채로 끝나버린 사실이다. 끝나버린다는 것은 영원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나는 감정에 너무 솔직했다. 진심을 함부로 배설하는 태도가 우리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할머니와 내가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사실 바깥으로 손을 뻗으려 애썼더라면,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첩의 손녀」)

함께 일한 요리사들과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나에게 전화를 건 이유가 있다고 했다. “너랑 나랑은 대화를 많이 했잖니.” 나는 또 이모의 말투대로 “우리가 뭘 그렇게 대화를 많이 했느냐”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같은 책을 읽었잖아. 그게 대화한 거지.” (「열아홉살 때 나는 다이미(大味)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째서 ‘원영’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원영을 거꾸로 읽어봐. 영원. 영원이 되잖아.” 발그레 웃으며 엄마는 답했다. 그게 원영의 비밀이라고 했다.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좋아해본 적은 없었지만, 영원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한 엄마의 마음은 좋아했다. (「창작 메모 3」)

단 한 번도 햇볕을 쬐지 못한 너의 뒷면이 이 악몽에서 나를 구해준다고, 너의 뒷면을 사랑한다고, 그게 정말 너라고, 뒷면에만 자라나는 솜털에 젖은 몸을 부비고 말리며,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에필로그: 다시, 뒷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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