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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삶의 지표를 잃어버리다
1. ‘지구 문해력’을 높일 때
2. 우리는 지지 않는다
3. 화마에 삼켜져 재가 된 생명들
4. 붕괴는 내부로부터 시작된다
5. 낯선 타자에게 보내는 적대적 시선
6. 욕망이 충돌하며 빚어지는 굉음
7. 사람들 사이의 구획
8. 차마 말하지 못한 것
9. 물이 흘러가는 곳마다
10. 불온함을 잃어버릴 때
11. 인간이란 무엇인가
12. 전쟁은 희망의 소거
13.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들
14. 우리 위로 떨어지는 섬광
15. 명랑하게 저항하는 사람들
16. 지옥에서 벗어날 용기
17. 우리는 선택 앞에 서 있다

2부 삭막하고 곤두선 전쟁터
1. 표정을 잃은 사람들
2. 결핍에 대한 자각
3. 자기 확신이라는 덫
4. 실체를 알 수 없는 말
5. 폭력이 스쳐 지나간 자리
6. 자취를 감춘 겸손함
7. 이야기는 이야기를 부르고
8. 한계를 지닌 존재
9. 남들과 구별되기를 바라는 마음
10.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
11. 지배자 중심의 사고
12. 납작한 정신
13. 권태와 무력감으로 물들여진 일상
14.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
15. 불안이라는 숙명
16. 외로움은 마음 둘 곳 없음이다
17. 학습된 무기력을 떨쳐버리고
18. 말이 오용될 때
19.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20. 일상의 균열을 만드는 고통
21. 분주함, 사회적 신분에 대한 표징
22. 이름을 안다는 것

3부 다시 채우는 힘
1. 독서, 전 인간적인 경험
2. 역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
3. 추상적인 사랑을 넘어
4. 불확실한 ‘사계’
5. 둥근 꼴을 이루어 추는 춤으로서의 삶
6. 가슴에 기둥을 세워주신 분
7. 통속적 현실주의를 넘어
8. 가끔은 흔들려도 괜찮다
9. 사회적 자본의 저장소
10. 품격 있는 언어
11.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
12. 삶은 기적이다
13. 정화가 필요한 시간
14.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15. 환대를 통해 장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
16.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17. 배움의 시작은 바라봄
18. 새로운 삶의 가능성
19. 사람은 저마다 자기 삶의 저자다
20. 증오와 혐오를 녹이고
21. 모든 인간은 시작이다
22.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거룩하다
23. 타자와 공존하기 위한 여백
24.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들
저자 소개
저자 : 김기석
일상의 세계 속에 담겨 있는 하늘빛을 보여주는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수도자의 마음과 시선, 그리고 문학의 향기를 접한다. 목회자인 저자의 글은 잔잔하면서도 풍요롭다. 침착함 속에 넘치는 열정과 그저 무심한 듯 지나치는 것 같으면서도 깊숙이 응시하는 성찰의 힘을 느끼게 된다.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진지한 글쓰기와 빼어난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되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질펀한 삶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설교에는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 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번득인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2024년 4월 은퇴했다. 지은 책으로 고독한 구도자의 삶과 신앙의 메시지를 담은 『고백의 언어들』, 시대적 고민을 담은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성경 66권 설교 가운데 각기 한 편씩을 뽑아 엮은 『말씀 등불 밝히고』, 365일 묵상집 『하나님의 숨을 기다리며』, 『사랑의 레가토』, 『깨어나라 너 잠자는 자여』와 『하늘에 닿은 사랑』, 『끙끙 앓는 하나님』, 『광야에서 길을 묻다』,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아! 욥』,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아슬아슬한 희망』, 『욕망의 페르소나』, 『일상 순례자』, 『흔들리며 걷는 길』 외에 다수의 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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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시대,
혼돈 속에서 희망을 묻는
김기석 목사의 깊은 성찰 『최소한의 품격』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회복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최소한의 품격』은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1월까지 《경향신문》, 《국민일보》, 《월간에세이》에 실린 칼럼 63꼭지를 주제별로 재구성해 엮은 칼럼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기석 목사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층적 위기를 깊이 성찰하며, 그 안에서 인간다움과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경제적 불안, 기후 위기, 사회적 갈등이 겹겹이 쌓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위협하는 오늘날, 그로 인해 사회적 경계선은 더욱 공고해지고 사회적 약자들은 소외와 배제를 극단으로 겪게 된다. 김기석 목사는 이러한 배제와 적대감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더 많은 벽이 아니라 ‘환대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역사 속에서 희망을 만들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용기를 북돋운다. 또한 정치와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며, 다양한 가치와 차이를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신앙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인간의 욕망과 무책임 언어의 타락과 갈등, 인간의 유한성 및 인간적 가치의 쇠퇴를 철학적, 사회적, 실천적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풀어낸 김기석 목사의 글에서 깊이 있는 통찰이 번뜩인다. 시와 문학을 비롯한 동서고전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수많은 책을 탐독한 흔적이 글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충만감을 더해준다. 더불어 추상적인 이상세계가 아닌 질펀한 삶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서 응시하는 김기석 목사의 날카로운 통찰은 시대의 어른이자 학자로서 본보기가 되며, 그의 글을 읽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인간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의 설득력 있는 말들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과 연대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증오와 혐오,
분열의 언어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

■ 유한한 존재의 무한한 착각
- 생존, 경쟁, 그리고 우리가 잊은 책임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유독 긴박하게 느껴진다.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으로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민들의 삶의 기반은 힘없이 흔들린다. 세월호 참사, 후쿠시마 원전 폭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지진과 쓰나미, 여객기 추락 등 인간이 무력하게 스러지는 참상을 우리는 너무 자주 목격하며 살아간다. 국내에서는 거대 양당의 대립, 의무를 저버린 지도자의 무능, 분노한 시민들의 외침이 뒤엉켜 사회 곳곳이 혼란스럽다. 정치가 어지러운 가운데,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예고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20세기 말부터 불편한 진실로 떠오른 기후 위기로 재해의 규모는 해마다 커진다. 지구가 앓고 있다는 신호는 오래전부터 뚜렷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생존과 연결짓기를 외면했다. 이런 무관심은 인류가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낙관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낙관에 기대어 방치한 탓에 지구는 빠르게 망가져 간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이 땅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상충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한정된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싶으면서도 삶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하려는 열망이 우리를 이끈다. 이 균형을 찾는 것이 삶의 본질이지만, 도시에 사는 이들은 장소로부터의 소외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안락한 삶의 공간을 꿈꾸지만, 현실은 우리를 밀어내고 집과 땅은 투기의 도구로 전락한다. 부유함에 집착하는 이들은 욕망의 불길에 사로잡혀 늘 부족함만 느끼며, 이를 채우려 타인을 경쟁자로 간주하고 공존의 공간을 망가뜨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조지 스타이너는 우리가 “훼손된 행성의 손님”임을 무겁게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손님이라면 떠날 때 머물던 자리를 더 아름답게 남겨야 마땅하지만, 우리는 미래 세대의 몫까지 미리 끌어다 쓰며 욕망의 들판을 내달린다. 누군가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것은 그들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무서운 일이다.

■ ‘기다리라’는 말의 폭력성
- 유예된 정의, 침묵을 강요당한 이들

어느 시대나 사회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악한 이들의 몰이해보다 선량한 이들의 얄팍한 인식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아침마다 시위를 벌였을 때, 공당의 대표는 이를 서울 시민을 볼모로 삼은 반문명적 행태로 몰아세웠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듯 취급받아왔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내자 많은 이가 불편함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전장연 시위 때도, 혼란스러운 지금의 정국에서도 권력 있는 이들은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한다. 누릴 것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은 현상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를 불온하게 여기고, 때가 되면 저절로 해결될 일을 앞당긴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마틴 루터 킹은 정의의 실현을 늦추는 것이 정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기다려라!’라는 말은 대개 ‘안 된다!’는 뜻”이라며, “흑인의 지위 향상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백인시민평의회’나 ‘KKK단’이 아니라 정의보다 ‘질서’ 유지에 더 집착하는 온건한 백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는 평온한 일상을 흔들어 틈을 만들고, 투명 인간처럼 여겨지던 이들을 뚜렷이 드러내는 행위다. 억울하게 떠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침묵시키려는 세상에서, 담장을 쌓는 이들은 담장 너머 사람들을 비존재로 여기거나 안락한 삶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간주한다. 난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탈북민, 정서적 고립 속에 사는 이들, 반복되는 대형 참사와 산업재해로 고향을 잃은 이들까지. 그들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사회의 냉정함이 그들을 더 깊은 벼랑 끝으로 내몬다. 낯선 타자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던지며 정신적 안식처를 빼앗을 때, 세상은 위험한 곳으로 변한다. 끊임없이 경계를 긋고 소통을 막는 세상에는 과시와 자극, 혐오의 언어만 넘쳐난다. 인문적 품격과 교양은 자취를 감추고, 사람에 대한 존중 대신 자기 과시적인 말들만이 들끓는다. 욕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좁혀질 기미 없이 벌어지고, 그 틈을 선망과 원망이 파고들며 냉소와 적대감이 거리를 휩쓴다. 정치의 무대에서는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언어가 난무하며, 품격과 역사적 감각을 잃은 이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흉기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세상을 떠돌며 무심히 지나가는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가 쌓일수록 마음의 여유와 회복력은 줄어들어 사람들은 사소한 차이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 지금, 삶의 무늬를 다시 짜야 할 때
- 퇴행의 시대에 회복해야 할 존중의 언어와 인간에 대한 믿음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 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낯선 세계와의 만남에서 오는 당혹감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대립되는 세계와의 긴장 속에 머물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신의 유연성이 커진다. 익숙한 세계에만 안주하려 하면 우리는 퇴보한다. 경계선 위에 서서 변화를 포용할 때 자기 갱신이 이루어진다. 인생은 저절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울에 잠기지 않고 삶의 기쁨을 깨닫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삶의 터가 장터로 변하고 신비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자리에 경외심, 연민, 자비, 성찰, 환대 같은 낯설어진 가치를 다시 채워 회복해야 한다.

말이 타락하면 세상은 혼란으로 치닫는다. 이 혼돈의 시대에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역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입장을 가진 인문적 교양을 갖춘 이가 우리의 뜻을 대변해줄 수 있어야 한다. 시대의 위기를 직시하고 실천적 지혜를 추구하며, 사고는 유연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깊이 뿌리내린 지도자가 필요하다.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소리를 질러 입을 막는 이들이 무대에 오르면 역사는 후퇴한다. 머리를 맞대도 풀기 힘든 현실의 실타래를 오만하고 무지하며 무정한 이들에게 맡기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일과 같다. 지금은 전환의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삶의 무늬를 다시 짜야 할 때다.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거룩하다

“세상에 희망이 있냐고
음울한 목소리로 묻는 이들이 있다.
욕망의 문법에 따라 도태되지 않으려고
질주하다 보니 숨은 가빠지고,

어느 순간 외로움과 상실감에 확고히 사로잡혔지만,
그렇다고 하여 멈추어 설 수도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일종의 비명이다.

희망을 자기 외부 어딘가에서 찾으려는 이들은
낙심할 수밖에 없다.
희망은 스스로 빚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시작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세월이지만
비애에 침윤되지 않고
듬쑥하게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거룩하다.”

_김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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