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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램프가 떨어지다
02 “그들의 거주지를 싸그리 불살라라”
03 “육두구 열매가 죽었네”
04 테라포밍
05 “우리 모두는 머잖아 사라질 것이다”
06 대지의 속박
07 괴물 같은 가이아
08 화석화한 숲
09 초크 포인트
10 모든 것의 아버지
11 취약성
12 숫자의 모호함
13 또 다른 이름의 전쟁
14 “성스러운 불만의 천사”
15 야수들
16 “하늘의 추락”
17 유토피아
18 생기론적 정치
19 숨은 힘들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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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아미타브 고시
1956년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났으며, 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지에서 성장했다. 인도 델리 대학,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대학을 거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미국·영국 등의 유수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피카레스크 소설(악당 소설)로 분류할 법한 첫 장편소설 《이성의 순환(The Circle of Reason)》으로 메디치상을,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서 철수한 때부터 한 인도인 가족과 영국인 가족의 뒤엉킨 역사를 다룬 서사적 내러티브 《섀도 라인스(The Shadow Lines)》로 인도의 권위 있는 문학상 샤히타아카데미상을, 의학 스릴러라 할 만한 《캘커타 염색체(The Calcutta Chromosome)》로 아서C.클라크상을 수상했다. 고시의 문학적 성취 중 백미는 《유리 궁전(The Glass Palace)》이다. 5년 동안 현장 취재와 치밀한 고증을 거친 이 작품은 제국주의 침략, 식민지 지배, 양차 세계대전, 독립과 독재를 중심으로 인도와 미얀마의 역사적 격동을 조명한 대서사시다. 영국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이 책은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터내셔널 e-book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8년 영어 작가로서 처음으로 인도 최고 문학상인 즈냔피트상(Jnanpith Award)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선정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글로벌 사상가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미국 작가 리처드 포드(Richard Ford)에게 영예가 돌아간 제8회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아편전쟁 직전인 18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아이비스 3부작(Ibis Trilogy:아이비스는 이 소설에서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노예선의 이름)’, 《양귀비의 바다(Sea of Poppies)》 《연기의 강(River of Smoke)》 《쇄도하는 불(Flood of Fire)》을 비롯해 《군섬(Gun Island)》 《굶주린 조수(The Hungry Tide)》와 기후 변화를 다룬 논픽션 《대혼란의 시대(The Great Derangement)》 등이 있다.

역자 : 김홍옥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우리교육·삼인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편 편향》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 《행동의 전염》 《대혼란의 시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노키아의 변신》 《AI 시대의 고등교육》 《빅 치킨》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바다의 늑대》 《잃어버린 숲》 《바다의 가장자리》 《우리를 둘러싼 바다》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곤충의 통찰력》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화폐의 신》 《아나키즘》 《경제성장과 환경 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교사 역할 훈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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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기후 위기, 서구인의 자연관과 프랜시스 베이컨, 테라포밍

우리는 많은 논의의 세례를 거치면서 현재의 기후 위기가 산업혁명보다 훨씬 뒤인 최근 몇십 년 사이에 생겨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론 최근 몇십 년 사이의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오늘의 기후 위기를 한층 빠른 속도로 부채질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실상 그 위기의 씨앗은 인류가 ‘물질적 안녕’이 좋은 삶의 최고봉이라고 믿도록 세뇌당한 오래전에 이미 뿌려졌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초기에 이 같은 유럽의 제국주의 교리를 구축한 인물로 지목한 이는 서구의 위대한 정신으로 꼽히는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반다 대학살이 자행될 무렵 …… 출간한 책 《성전에 관한 광고》에서 베이컨은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에 의한 특정 집단의 존재 말살이 왜 합법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소상히 늘어놓았다. ‘일부 국가에서 민법에 의해 불법화되고 금지된 특정인이 존재하듯 자연의 법 및 여러 국가의 법에 의해, 또는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불법화되거나 금지된 국가들도 있게 마련이다.’ 베이컨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방탕한 국가는 기실 국가도 아니요, 그저 자연법칙에 비추어볼 때 완전히 뒤떨어진 ‘불온한 사람들의 떼거리’일 따름이다. 그런 연유로 ‘시민정신이 투철하고 치안이 잘 갖춰진 국가가 …… 그들을 이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것은 합법적일뿐더러 신의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이 주장은 사실상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에게 그들 눈에 잘못되었거나 괴물처럼 보이는 민족을 공격하고 말살할 수 있는 천부적 권리를 부여했다.”(40쪽)

저자는 이런 발상의 지원을 받은 식민주의와 경제 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한편, 기후 변화가 식민화와 함께 시작되어 토착민의 낙원과 그들의 환경을 파괴한 자원 추출 방식의 직접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을 ‘테라포밍’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테라포밍은 식민지 개척자들이 장소 이름을 새로 바꾸고 가축을 도입하고 농경지를 일구고 공유지를 사유지로 변경하고 이동식 거주 형태를 영구 거주 형태로 바꾸는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제국주의적 지배를 강력하게 뒷받침한 것이 다름 아니라 지구에 대한 ‘기계론’적 관점이다. 자연은 행위 주체성과 의미로 가득 찬 자체의 힘이 아니라 인간이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정복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존재한다는 관점 말이다. 그리고 그 자연에는 가난한 사람, 토착민 등 서구 백인 이외의 인류 다수도 포함된다. 이런 사고가 지구 위기의 근본 원인인 식민지화와 테라포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 변화를, 지구에 대한 광범위한 테라포밍이라는 도전을 향한 지구 자신의 응전으로 해석한다.

서구 엘리트들은 스스로가 선택받은 존재로서 역사적으로 겪어온 숱한 전염병에서도 살아남았듯이 오늘날의 기후 위기도 무사히 피해갈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가정 아래, 토착민이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무행동’으로 그들을 곤경에 빠뜨려왔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나 괴물 같은 가이아는 종전에는 역사의 승자 편에 서주었을지 몰라도 더는 누구 편도 들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서구의 엘리트들과 비서구의 그 상대역들이 살아가는 곳이 공교롭게도 가장 테라포밍의 간섭을 많이 받은 지역이고, 그런 장소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기후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구는 마치 서구 엘리트들이 문명을 일구었을 때 가정한 기계론이 틀렸음을 입증하기라도 하려는 듯 산불·폭우·가뭄·폭염 같은 이상 기후의 모습을 한 채 더는 고분고분 당하고만 있는 말 없는 비활성 실체가 아님을 연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구 위기 해법

이러한 저자의 진단에 따라 자연히 그가 내놓은 지구 위기 해법은, 지구도 행위 주체성을 지닌 살아 있는 실체라는 ‘생기론’적 사고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불과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니고 있었고 누려왔던 그들과의 소통법을 잃어버렸다. 그 감각을 되살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생기론적 사고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토착민,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고 자연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문명 속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그들이 양자의 대화를 이어줄 통역관 노릇을 할 테고, 우리는 그들에 힘입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에만 비로소 지금의 기후 위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인간, 그리고 우리의 모든 친척들의 운명은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고 글을 맺는다.

저자에 따르면, 공식적 근대성이 지워버린 비인간 목소리를 본연의 장소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토리를 복원해야 하는데, 이것은 바로 오늘날의 작가·예술가·영화 제작자 등 스토리텔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떠안아야 할 임무다. 그는 이 임무가 미학적임과 동시에 정치적 과업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보아 그는 정치 자체의 힘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정치를 변화시키는 스토리텔러의 힘을 더욱 신뢰하는 듯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강화된 세계적 연결성은 많은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결과를 초래했지만, 다른 한편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대륙 간 연합을 통해 지구 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점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지구 위기의 규모는 하도 커서 어떤 한 나라, 또는 심지어 ‘서구’ 같은 여러 국가로 이루어진 느슨한 집단이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탄소 경제의 궤도를 좌우하는 것은 더 이상 서구가 아니다. 서구가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거야 어김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서구가 세계 인구 절대 다수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없이도 지구 위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심지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해법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공통의 표현 양식과 공유된 이야기를 모색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들끼리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친척들’과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의 내러티브를 말이다.”(337쪽)

뼛속 깊이 세뇌된 우리의 서구 문명 중심적 사고를 질릴 정도로 비판하면서 우리가 새로운 관점에 서도록 안내하는 저자의 노고와 통찰력에 크게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시종일관 가난한 자, 쫓겨난 자, 고난받는 자, 차별받는 자의 입장에 서고자 하는 그의 도덕적 헌신에도 숙연한 마음이 들 것이다. 읽는 내내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특별하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데에도 남다른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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