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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를 이해하기 위하여 _007
연보를 완성하기 위하여 1 _089
지상의 양식 _124
낯익은 결말 _213
연보를 완성하기 위하여 2 _345

해설|김화영(문학평론가)
‘나’를 찾아가다가 신화를 만나다 _353

초판 작가의 말 _385
개정판 작가의 말 _388
저자 소개
저자 :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오래된 일기』 『신중한 사람』 『모르는 사람들』 『사랑이 한 일』 『목소리들』,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생의 이면』 『그곳이 어디든』 『식물들의 사생활』 『지상의 노래』 『사랑의 생애』 『캉탕』 『이국에서』, 산문집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소설가의 귓속말』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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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내며 걸어가는 자는 얼마나 숨이 가쁘겠는가.”

표면에서 이면으로, 마침내 전면(全面)으로 가닿는 하나의 生/소설

이승우의 소설은 다중성, 아니 그것도 그냥 다중성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로를 비추며 생동하는 겹겹의 거울 같은 다중성의 세계다. 그래서 독자는 종종 그 미로에서 길을 잃기 쉽다. 미로라는 표현은 너무 간결하다.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반복되는 표현을 빌려, 어쩌면 ‘수렁’이라고 해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점차 어떤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사의 다중성 때문이다. (…) 어둠이 뿜어내는 빛, 아마도 작가 이승우가 들어선 ‘이면’의 길은 이 ‘빛보다 더 아름다운’ 어둠의 빛일 것이다. _김화영(문학평론가)

그렇게 이 책을 타고 건너편으로 겨우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 쓰기를 계속할 힘을 얻었습니다. 나를 건지기 위해 구사한 이 책의 ‘기교’에 공감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습니다. 그러나 곧 누구에게나 나름의 수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떤 이들이 나의 이 어설픈 기교를, 내가 그런 것처럼 자신의 고유한 수렁을 건너가는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는 사실을 느리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조금 덜 외롭게 되었습니다. 한 책의 독자가 된다는 것은 동지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 속으로 손을 맞잡고, 조심스럽게, 최선을 다한 세심함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손을 잡아준 이들에게 애틋함을 느낍니다.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말

그리고 이제, 태어난 지 삼십 년 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문장을 손봤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만만치 않은 만큼 손댈 곳이 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내용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완전해서가 아니라 운명과 같아서, 시간과 상관없이 바꿀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이 책이 내게는 그렇습니다. (…) 이 책과 함께 다시, 그때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두려운 시간 속으로 더 걸어가려고 합니다. 어떤 영혼의 작용 같은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여기 있습니다. 이 책이 누군가의 외로움을 향해 조심스럽게 내미는 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여름
이승우

책 속에서

소설가는 소설을 쓰기 전에 이미 한 편의 소설을 가지고 있었다고 시작하면 어떨까.
--- p.12

“그러면 이제 안녕, 내 치욕의 시간들아. 다시는 너에게 돌아가지 않으리.”
--- p.88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의 정도, 또는 있고 없음이 아니라 그 방향이다.
--- p.103

모든 과거는 기억된 과거일 뿐이며, 모든 기억은 검열된, 또는 취사선택된 기억일 뿐이다. 시간은 독하고, 나의 자아는 너무 많은 층으로 둘러싸인 거대한-작은 우주다. 층마다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은 그 층에서만 진실이다.
--- p.128

우리는 운명을 보여줄 수 없다. 그러나 운명적인 것은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운명은 여기 있거나 저기 있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발음하는 그 자리에 있다.
--- p.174

하지만 작품과 작가의 삶이 겹치는 부분을 만날 때 독자들은 당연히 호기심을 느낀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삶을 사실 그대로 베끼지는 않는다. 그러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수도 없다. (…) 사실 그대로 쓴다고? 누가 그럴 수 있을까? 기억되거나 말해진 사실은 결국 발췌된 사실일 뿐이다. 선택과 배제를 통해 ‘사실’이 구성된다. 거기에 굴절과 왜곡이 끼어든다. 그것이 작품이다.
--- pp.218~219

삶, 즉 사실이 없으면 소설도 없다. 따라서 소설 속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것은, 파편들 속에 감추어둔 작가의 내밀한 음성이지 파편들을 꿰맞춘 사실들의 복원이 아니다. 그러나 독자는 책 밖에 있고, 작가가 쓴 글들은 책 속에 갇혀 있다. 독자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독자는 한 작가가 써놓은 소설들을 읽음으로써, 그 각각의 소설들에 드러나 있거나 감춰져 있는 파편들을 찾아내어 자기의 경험과 상상력에 의존하여 조합함으로써 나름대로 한 작가를 만든다. 그런 뜻에서 소설이 없으면 삶, 즉 사실도 없다.
--- pp.220~221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사로움에 의미를 부여하겠는가.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상상할 수도 없는 뜻밖의 감격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겠는가.
--- p.248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면, 사랑이야말로 그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배우지 않을 때, 종종 사랑은 흉기가 되어 사람을 상하게 한다.
--- p.303

그의 글쓰기는, 그러니까 기도와 같은 것이었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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