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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의 눈물
서늘한 봄
들치기 소녀
붉은 혼례복과 손끝의 꽃송이
침묵
도성 밖으로
서러운 여인들
벽서와 돌멩이
그들 사이에 꽃이 피면
혼백의 당부
모진 세월
불타는 마을
그대 있으매
디딤돌
죽음 앞에서
우리의 조선
족두리 무덤

작가의 말
추천사 · 장경선 동화작가 / 청소년소설 작가
저자 소개
저자 : 김정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 문예창작학을 공부했습니다. 역사의 그림자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2003년 단편 「자꾸 뒤돌아보는 건 부엉이 때문이야」로 푸른 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탑돌이」로 한국안데르센상 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단편 동화 「금빛 여우」 「홍시」 「신비 소녀 아랑」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청소년 소설 『허황옥, 가야를 품다』 『신라 공주 파라랑』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꼬물래』 『공주와 열쇠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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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늘날 의정부 천보산에 있는 무덤, 조선을 위해 희생한 의순공주 안식처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필자가 창작한 가상의 서사 안에서만이라도 의순공주와 금림군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고 죽어야 했던 한 맺힌 삶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환향녀 의순공주가 사람으로 그리고 여인으로 온전한 삶 속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김정(작가의 말 중에서)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의순 공주와 명이의 케미입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명이를 통해 공주의 시선이 가장 낮은 이들의 거처, 돌아온 전쟁 포로 여인들이 모여 사는 ‘할미꽃 마을’로 향하게 됩니다.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는 동안 온갖 모함과 비난을 받게 되지만 공주는 굴하지 않습니다. 공주의 의연한 태도에서는 백송골의 힘과 용기의 기상이 넘쳐납니다.”
- 동화/청소년소설 작가 장경선(추천사 중에서)

‘역사적 상상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역사란 무엇인가?’
‘진실과 허구의 경계는 어디일까?’
‘역사란 실재했던 모든 것일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것들은 가끔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오랫동안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기도 한다.

김정 작가의 청소년 역사소설 『하얀 송골매』는 이런 논란에 또 하나의 의문부호와 함께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하얀 송골매』는 병자호란 이후 청 황실에 시집갔다 고국으로 돌아온 ‘의순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그녀는 다른 ‘환향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 그리고 조롱을 받고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지 6년 후 죽었다. 그러나 시대는 ‘족두리 무덤’ 이라는 전설을 만들어 그녀가 오랑캐에 시집간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강물에 몸을 던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작가는 의순공주를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을 견뎌내며 같은 처지의 환향녀들과 함께 ‘채화’를 통해 신분질서와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인물로 묘사했다. 또 의순공주가 청나라에 있을 적부터 환국한 이후까지도 그녀를 곁에서 끝까지 보호해 준 상인으로 묘사된 설강수와의 사랑을 통해 그녀를 봉건시대 신분질서의 낡은 틀을 깬 인물로 묘사했다. 또 환향녀의 딸로 들치기로 떠돌던 명이와, 청나라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사는 ‘할미꽃 마을’ 사람들을 창조해 자신처럼 멸시받고 조롱받는 낮은 이들과 함께하며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로 묘사했다.

병자호란으로 짓밟혀진 삶의 터전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당시 사람들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전쟁포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맞아주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의미의 ‘환향녀’를 몸을 함부로 다루는 불결한 여자라는 의미의 ‘화냥년’으로 변질시킨 것 또한 우리 시대였다. 이런 논리는 병자호란 이후에도 이어져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전쟁터로 끌려간 소녀들이 ‘위안부’ 또는 ‘정신대’ 또는 ‘성노예’라 불리며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살아가게 했다.

김정 작가는 “환향녀 의순공주가 사람으로 그리고 여인으로 온전한 삶 속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고백한다. 소설 속에서나마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고 죽어야 했던 한 맺힌 삶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시대가 의순공주를 “환향녀인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강물에 몸을 던진 여인”이 아니라 “신분질서라는 낡은 틀을 깨고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향해 하얀 송골매처럼 힘차게 날아오른 여인”으로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족두리 무덤’의 전설이 아닌, ‘하얀 송골매’의 전설로 기억되길 바란다.

저자의 말

이 작품의 역사적 사실은 의순공주가 열여섯에 예친왕 도르곤과 혼인했다가 6년 후 조선으로 돌아왔으며, 환국 6년 후인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의순공주와 그 아버지 금림군의 삶이 가여워 기록의 행간을 살폈고 허구의 다양한 인물들과 채화라는 소재로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역사 기록이나 야사는 금림군이 집안의 명예와 부귀영화를 위해 딸을 스스로 바쳤다고 했으나 필자가 자료를 검토하면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청이 요구한 임금의 딸 말고도 왕족과 고관 대신들의 딸이 수백 명이나 되었지만 모두 딸을 빼돌렸으며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필자는 의순공주 아버지 금림군이 가문 때문에 딸을 팔았던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도르곤과의 혼인을 승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날 금림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청 황제에게 딸을 다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딸자식 사랑이 깊었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의정부 천보산에 있는 무덤, 조선을 위해 희생한 의순공주 안식처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필자가 창작한 가상의 서사 안에서만이라도 의순공주와 금림군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고 죽어야 했던 한 맺힌 삶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환향녀 의순공주가 사람으로 그리고 여인으로 온전한 삶 속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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