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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연금술은 패배한 과학, 화학은 승리한 과학이라는 편견 5

1부 연금술의 여명, 세계를 설명하려는 욕망
1장. 고대 그리스, 연금술의 두 뿌리 19
2장. 이슬람 연금술, 물질에 대한 체계적 학문이 되다 29
3장. 중세 유럽, 현자의 돌을 찾아서 40

2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연금술
4장. 연금술의 황금기, 우주와 인간의 구성 원리는 동일한가 55
5장. 로버트 보일, 회의적 연금술사 67
6장. 아이작 뉴턴, 완벽한 연금술사 79

3부 혁명의 발발, 과거에 대한 단죄
7장. 연금술과의 결별, ‘화학’이라는 것을 만들기 91
8장. 화학 혁명이 단두대에 올린 것은 102
9장. 이름 짓기와 수학화, 혁명을 완성하다 121

4부 원자, 세계의 근본을 설명하는 유구한 도구
10장. 세기 초 뜨거웠던 두 논쟁, 이론이란 무엇인가 135
11장. 돌턴의 원자설, 이미 도착해 있던 근대 화학 147
12장. 원자설은 모든 화학자를 설득했는가 159
13장. 베르셀리우스, 정확하고 정교한 화학 172

5부 오래된 난제, 생명의 물질
14장. 생명의 물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187
15장. 화학 삼총사 리비히, 뵐러, 뒤마와 새로운 이론들 201
16장. 리비히의 왕국, 화학을 확장하다 212
17장.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 224

6부 번영하는 화학, 연금술이라는 거울상
18장. 1850년대, 실재에 대한 탐구부터 산업적 성공까지 235
19장. 카를스루에 회의, 화학 최초의 국제 학술 대회 246
20장. 분자의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하다 260
21장. 누가 주기율표 탄생의 공을 가져야 하는가 272.

나가는 글 실용주의, 연금술, 화학 284

감사의 글 291
참고 문헌 293
주 297
그림 출처 311
찾아보기 313
저자 소개
저자 : 최정모
부산대학교 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과학사로 석사 학위를, 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에 부산대학교 화학과에 교수로 부임했고 2022년 대한화학회와 와일리Wiley 출판사에서 수여하는 ‘KCS-Wiley 젊은화학자상’을 수상했다. 생명의 물리화학적 원리를 연구하고 있으며 화학과 화학사를 널리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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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연금술과 화학은 한 번도 단절된 적 없다
완벽한 연금술사, 보일과 뉴턴
보일의 법칙을 발견한 로버트 보일은 현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세계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꾼 근대 과학의 거인이다. 그리고 이 둘 다 완벽한 연금술사였다.

보일은 연금술을 부정하고 합리적 화학을 시작한 과학자가 아니다. “보일이 제시한 원자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선배 연금술사의 논의를 확장한 것이었다.”(67쪽) 중세 연금술을 대표하는 가짜 게베르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원용하여 그의 4원소가 최소 입자를 이루며 이들이 결합해 황 입자와 수은 입자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이후 연금술사 안드레아스 리바비우스는 연금술 실험은 입자를 분리하고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세상을 작은 입자가 구성하고 있다는 원자론은 고대부터 16~17세기까지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의 주의를 끌었으며 그 사상적 표현이 바로 기계론 철학으로 발흥한 것이다. 역시나 물질의 구성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보일은 세상이 제일자연이라는 가장 작은 입자에서 시작해 조금씩 더 큰 입자로 계층적 체계를 이룬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생각은 모든 원자가 같은 재료로 구성되어 있기에 “은 입자를 쪼갠 후 다시 조립해 금 입자로 만들 수 있다”(76쪽)는 연금술적 생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화학의 아버지 보일은 금 변성을 계속 시도했다!

뉴턴은 금속의 변성, 의약품 만들기, 광물을 분류하고 추출하기 등 연금술의 모든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노트에는 연금술 이론에 관한 기록이 빼곡하다. 그럼에도 근대 과학을 상찬하는 신화 만들기에 빠진 사람들은 뉴턴과 연금술의 연결고리를 지워버리고자 했다. 최근의 역사학자들은 뉴턴이 그저 취미로 연금술을 했을 뿐이며 연금술은 그의 과학적 작업과 본질적으로 무관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뉴턴에게 연금술은 사이비 과학이 아니라 그저 과학이었다. “일례로 뉴턴의 연금술 노트 가운데에는 빛을 가지고 수행한 실험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흰색 빛이 사실 여러 색의 빛이 합쳐진 혼합물이라는 발견이 여기서 최초로 언급됩니다. 뉴턴은 연금술의 분석과 합성 기법을 흉내 내어 빛을 분리한 후 다시 합치는 실험을 수행해 이로부터 빛의 색은 바뀔 수 없고 그저 서로 섞임으로 다른 색을 만들게 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즉 뉴턴에게 있어 광학은 연금술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에게 광학 실험은 빛의 연금술이었던 것입니다.”(86쪽)

화학 혁명의 발발, 주기율표의 탄생까지
그러나 여전히 연금술이라는 거울상을 가진 화학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이 등장한 이른바 ‘화학 혁명’ 이후 연금술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사이비의 이미지를 뒤집어쓴다. 화학의 실험은 개선되고, 숫자로 된 데이터가 등장하며, 우리가 익히 아는 화학 명명법이 고안된다. ‘이름 짓기’와 ‘수학화’라는 외피를 얻자 화학자는스스로를 연금술사와 구별한다. “1737년 의사이자 화학자인 아브라함 카우Abraham Kaau(1715-1758)가 레이덴 대학교에서 ‘연금술사들의 기쁨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는데 그 연설에서 연금술은 ‘우둔함의 상징’이요, ‘과거의 유물’이며, ‘조롱의 대상’으로 언급됩니다. 이후 연금술이라는 이름은 학문 세계에서 터부시됩니다. 이 시기의 화학자들은 화학에 합리적 과학의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연금술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결국 그들은 성공했습니다.”(92-93쪽) 이 책의 3부부터 6부, 다시 말해 화학 반응을 설명하는 ‘친화력’이라는 개념의 등장부터 과학사에서 너무나 중요한 ‘주기율표’의 탄생을 다루는 장들은 화학을 만든 수많은 과학자와 사건들을 숨 가쁘게 추적하고 그 이면에 놓인 연금술적 전통을 끌어낸다. 조프루아, 라부아지에, 토르베르 베리만, 베르톨레, 프루스트, 돌턴, 게이뤼삭, 아보가드로, 베르셀리우스, 리비히, 뵐러, 뒤마, 케쿨레, 멘델레예프까지 현대 화학을 정초한 수많은 주인공은 물질의 ‘구조’를 파헤치고 이에 따라 원소의 독특한 성질을 분류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1860년대 말, 주기율표의 탄생은 젊은 화학자 세대가 원자와 분자를 정의하고 질량 분석법을 통해 각 원자의 원자량을 결정하며 구조 이론을 통해 원자들이 맺는 관계를 설명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래서 이제 연금술의 쓸모는 수명을 다했는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늘날에도 화학자들은 해결되지 않은 근본 문제를 두고 서로 갈라진다. 바로 원자가 ‘실재’하는가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누군가는 원자가 실재함으로 화학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누군가는 원자 개념 없이도 화학을 재구성할 수 있으므로 그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선다. 그 중간에는 원자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 개념은 유용하니 지식의 증진이라는 성과를 낸다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 화학을 이끈 바로 이 ‘실용주의’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연금술의 자장 아래 있다. 연금술사는 금속의 변성을 설명하기 위해 현상을 풍부하게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편견 없이 가져다 쓰고 혼합하고 발전시켰다. “이슬람과 유럽의 연금술사는 서로 경쟁하는 여러 연금술 이론을 만들었고 한 이론이 다른 이론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채 각축이 벌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열매가 맺혔죠. 이를 두고 연금술사의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286쪽)

지금도 화학의 상태는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화학자는 원자의 실재성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화학 결합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이론은 매우 복잡해 기초적 수준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에 현대 화학자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사용한다. 화학은 여전히 연금술의 실용주의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연금술사는 과거의 화학자이고, 화학자는 현대의 연금술사입니다.”(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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