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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신의 알바
유학생 고준하
지박령 열차
선녀 콤플렉스
콩
비의 경계선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김태호
대천 출생.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청소년 소설 『일 퍼센트』, 『별을 지키는 아이들』과 동화 『네모돼지』, 『제후의 선택』, 『신호등 특공대』, 『복희탕의 비밀』, 『아이가 여행가』 등을 썼고,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삐딱이를 찾아라』, 『아빠 놀이터』, 『엉덩이학교』, 『섬이 된 거인』 등이 있다.

그림 : 이예빛
진주 출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나왔다.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그림을 그린다. 2021년 ‘투명한 세계’, 2023년 ‘clear:none(비선명)’ 개인전을 열었다. 다양한 재료와 물성을 이용해 투명함을 물성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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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성장통’은 바로 변장한 ‘축복’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모두가 이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글에는 글쓴이의 사상이 들어가 있다.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로 돌아온 김태호 작가의 사유는 어디쯤 와 있고, 또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허망하게 사라져 간 아이들에게 묻지 못했던 삶의 선택을 「선녀 콤플렉스」 속 해라의 간절한 외침으로 답해 본다. “엄마, 나 살고 싶어!”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여섯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살아야 한다’이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유학생 고준하」처럼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처음’도 경험해 보고, 「콩」처럼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과 빈자리만 남기고 떠난 이별의 쓰라림도 느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의 알바」와 「지박령 열차」에서처럼 때론 뜻하지 않은 고난을 만날 수도 있는데, 그땐 지지 않고 맞서서 버티어 낼 용기도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하나씩 이뤄 나가는 삶도 좋고, 하루하루 생각 없이 즐겁게 지내는 삶도 가치 있다. 어떻게 살든 그건 내 삶이다. 내 인생은 오직 나의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말인데, 이 말의 의미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군자의 비현실적인 말이 아니다.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괴로운 과정에서 최선의 올바름, 아름다운 일상, 소중한 가치가 나온다. 십 대 때 겪는 ‘성장통’은 바로 변장한 ‘축복’인 셈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모두가 이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피해자에게 ’용서라는 고통’을 강요하지 않는 새로운 학폭 서사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표제작 「신의 알바」에서 수민이에게 괴롭힘당하던 영지가 마지막에 차갑게 내뱉는 대사이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고, 가장 추악한 모습은 자기를 모를 때 나타난다. 수민이는 자기가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수민이는 영지에게 “어릴 때 친구끼리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그런 수민이에게 영지는 “너한테는 장난이었지? 당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이라고 억울한 듯 쏘아붙인다.

그런데 수민이는 정말 몰랐을까? 어쩌면 학폭 가해자인 수민이는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사회가 그리고 친구가 자기 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수민이에게 영지는 나름의 방식으로 수민이가 알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기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경험하게 하는 것. 인간이 변하는 경우는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한다. 하나는 상대방이 저항할 때이고, 하나는 자신이 고통받을 때이다. 가해자 수민의 사유는 피해자 영지가 겪은 아픔이 자기에게 찾아올 때, 영지와 똑같이 피해를 당하고 억울함으로 가슴이 미어터질 때,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자기 힘으로 다시 삶의 주도권을 야무지게 움켜쥔 영지의 승리가 뭉클하다.

표제작 「신의 알바」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여느 학폭 서사와 다르다. 작가는 피해자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다. 분노의 시작은 억울함이다.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제는 ‘누구의 억울함인가’, ‘정당한 억울함인가’이다. 가해자의 피해의식이나 강자의 분노는 규범이고, 약자의 억울한 감정은 분노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 또는 약자는 분노를 표출해도 되는지부터 고민한다. 여기에 더해 용서를 강요당한다. 용서는 약자의 유일한 특권이기 때문이다. 영지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피해자 캐릭터와 다르다. 영지는 수민이를 용서하지 않고, 당한 만큼 똑같이 되갚아 준다. 피해자에게 용서라는 또다른 고통을 강요하지 않고, 처벌로 정의를 구현하는 서사가 새삼 귀하다.

줄거리

신의 알바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고2 수민이는 알바 모집하는 직업소개소에서 중학교 동창이었던 영지를 만난다. 중학교 때 수민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영지는 어느새 수민이보다 키도 훌쩍 컸고, 예전처럼 수민이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정도로 마음도 단단해졌다. 중학교 때 기억만으로 영지를 만만하게 본 수민이는 알바를 하는 과정에서 영지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되고, “그냥 장난이었다고.”라고 말하며 영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영지는 그런 수민이를 차갑게 뿌리친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며 또다른 고통을 떠안기지 않는 서사가 통념을 깬다. 용서는 피해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런 말이 정말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까?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와 똑같은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 이것은 보복이 아니라 최고의 위로다. 이야기 속에서 잠깐 언급되는 카프카의 「변신」처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부조리와 맥락이 닿아 있는 주제성 또한 인상 깊다.

유학생 고준하
“너희들은 앞으로 처음 만나는 순간들이 넘쳐 날 거야. 그 순간순간 아주 소중히 기억해야 해.”
유학 생활 4년차. 중3이 된 고준하에게 부모님은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준하만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고준하는 자신만의 공간에 평소 좋아하던 같은 반 여자친구 이안을 초대한다. 그 소식을 들은 고준하의 두 살 많은 친구 주영만은 드디어 첫키스를 하게 되는 거냐며 난리법석을 떨고, 고준하는 그런 일 없다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다음 날 고준하는 이안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방 안의 불을 끄고 친구 주영만이 천장에 붙여 둔 야광 별을 감상한다. 마침 그때 가끔 들러 고준하의 먹을거리를 챙겨 주는 엄마와 고준하네 집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친구 주영만이 들이닥친다. 잠시 어색한 기운이 돌지만 이들은 곧 한 공간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안온한 시간을 보낸다. 조금 이른 나이에 부모로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생활을 꾸려 나가는 고준하의 우정, 사랑, 그리고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처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박령 열차
“널 까맣게 태워 버린 사람보다 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자신이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죽은 장소를 계속 맴도는 영혼을 지박령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태움’을 당한 한해정은 그들에 대한 원한과 자신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련으로 죽은 영혼이 하늘로 떠나지 못하고 2호선 순환열차를 따라 같은 자리를 맴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목숨을 버리려던 지민이는 지박령이 된 한해정을 만나 사연을 듣게 되고, 한해정의 원한을 풀어 그녀가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돕는다. 그러면서 지민이는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를 다시금 기억해 내고, 다시 살아가 보기로 한다. 지나간 한해정의 삶을 돌고 도는 순환 열차에서 마침내 내린 지민이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

선녀 콤플렉스
역기와 하나가 되어 땅을 짓누를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현대적으로 차용한 창작을 통해 끝내 엄마로부터 독립하고야 마는 청소년을 그린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에 묶여 가부장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성을 대표하는 엄마와 달리,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해라의 모습이 인상 깊다. 욕망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 외적이고 세속적인 가치에 우선하는 ‘자유’, 삶에서 뜻하지 않은 고난을 만났을 때 지지 않고 맞서서 버티어 내는 용기 같은 것이 슬픈 서사에 진하게 녹아 있다.

콩
“너도 매일 맞는다. 왜? 너는 그 애보다 키도 더 큰데.”
지방 소도시의 한적한 읍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호는 치국이라는 친구에게 담배 셔틀을 해 주며 우울한 날들을 보낸다. 어느 날 심사가 뒤틀린 치국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던 수호는 ‘콩’이라는 여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또 어느 날에는 험상궂은 남자들에게 쫓기는 콩이 수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콩은 수호네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는 한국계 베트남인으로, 종종 밥을 함께 먹기도 했던 사이다. 또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수호와 사회적 약자인 콩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은 볶은 콩처럼 톡톡 튀고, 빈 콩 껍질처럼 빈 자리만 남기고 떠난 콩과의 이별은 커피처럼 쓰다.

비의 경계선
“엄마랑 나 사이에는 경계선이 없거든.
학교에 있어도, 내 방에 숨어도, 어디에 있든 난 엄마를 벗어날 수 없어.”
수학 천재로 유명한 김이주는 수학 학원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 강현수의 제안으로 함께 ‘비의 경계선’을 찾아나선다. 평소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선로가 잠기고, 열차가 멈추는 등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김이주와 강현수는 그곳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한 가족과 할머니와 함께 도와가며 마침내 ‘비의 경계선’에 도착한다. 이주는 어디에 있어도 엄마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고 지쳐 엄마를 벗어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는 현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잠시 쉰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마음먹는다. 저마다의 이유로 비의 경계선을 찾은 이들이 잠시 선을 넘어 숨을 돌리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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