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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 6p

작가의 말 · 168p
프로듀서의 말 · 172p
저자 소개
저자 : 김청귤
게임이나 취미를 시작해도 쉽게 질리고 다른 걸 찾는다. 유일하게 글쓰기만 오랫동안 놓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배울 걸, 후회하면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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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해선 안 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재가 되다’, ‘물거품이 되다’. 어떠한 일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의미의 관용어구다. 《재와 물거품》의 주인공 마리와 수아에게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 그 이상이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재가 되고 물거품이 되기를 불사한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인데, 이렇듯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는 까닭은 마리와 수아가 정반대편에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상반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리는 섬에 사는 무녀로, 바다신께 기원을 드려 섬사람들의 뱃일이 무탈하도록 돕는다. 무녀의 아이는 다음 대 무녀가 되니 언젠가는 남자와 맺어져야 한다. 그런데 마리는 여자와, 심지어 인간도 아닌 인어와 사랑에 빠진다. 섬사람들은 둘의 사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인어인 수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신망을 얻은 뒤에도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냉대는 여전하다. 마리는 인간에 대한 증오를 쌓아 가지만, 본디 바다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수아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두 시선은 결국 갈등을 빚게 되는데 물을 다루는 수아와 불을 다루는 마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힘을 상쇄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품은 마음이 너무나 깊다.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자신에게 눈을 맞추고 애정을 쏟는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모습과 함께하는 시간을 묘사하는 마리와 수아의 감각적인 언어는 자신이 얼마나 고혹적인 상대에게 영혼을 빼앗겼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서로의 성격과 능력과 주변 환경이 모두 둘 사이를 말리는 것만 같아도, 마리와 수아는 어딘가에 돌파구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추진력으로 삼아 거침없이 나아간다.

나를 지키고 남을 위할 때 얻게 되는 것
《재와 물거품》은 판타지 로맨스의 외피를 두르고 소수자와 약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젊은, 여자. 이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해도 갖가지 멸시를 당한다.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주인공들의 처지야 말할 것도 없다. 매력적인 존재에게 끌리는 마음은 저절로 일어나며 연령과 성별은 뜻대로 바꾸지 못한다. 그럼에도 무례한 남자들은 마리와 수아의 곁을 함부로 넘보고, 입방아 찧기를 즐기는 이웃은 두 사람이 파렴치한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며 거리를 둔다. 그저 타고난 대로 살아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마리와 수아는 자기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몰두해 봐야 헛일이다. 둘은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보다 ‘이런 나로서 상대를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그 덕분에 《재와 물거품》의 독특한 구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각 장에서 마리와 수아는 비슷한 악조건을 배경에 두고 사랑을 지키려 하는데,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꺼내 든다. 그리하여 새로운 장마다 작은 변화와 뜻밖의 결말이 기다리는 흥미로운 구성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마리와 수아가 아무리 변화를 시도해도 각자가 지닌 한계가 있으니 둘은 결국 재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걸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는 인어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결말로 유명하지만, 실제 작품 속 인어는 짝사랑하던 왕자와 그의 배우자인 공주의 행복을 빌어 주고 불멸의 영혼을 약속받는다. 보답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을 아꼈던 마음을 위로받은 셈이다. 《재와 물거품》의 두 주인공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 또한 상처를 가득 안고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데 이른다. 그곳으로 어떻게 나아갔는지 직접 확인해 본다면, 우리도 또다시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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