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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존엄보장센터 _남유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_원종우
친절한 존 _김이환
인간의 이름으로! _김주영
유일비 _김창규

대담 미래에서 오늘을 이야기하기

작품 출처
저자 소개
저자 : 남유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미래의 여자〉로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 우수상을, 〈푸른 머리카락〉으로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소설집 《다이웰 주식회사》와 창작동화집 《나무가 된 아이》, 호러 단편소설집 《양꼬치의 기쁨》 등을 지었다. 〈국립존엄보장센터〉는 2019년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 10월호에 번역, 소개된 작품이다.

저자 : 원종우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철학도, 록 뮤지션, 칼럼니스트였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만들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과 및 교양학부 외래교수이며 IT 기업의 메타버스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소설의 형식으로 과학을 말하는 SF 단편소설집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를 썼다.

저자 : 김이환
판타지·SF·동화·추리·미스터리·문단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재조합해서 소설을 쓴다. 《절망의 구》 《초인은 지금》 《엉망진창 우주선을 타고》 등을 지었고,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어쩌다 초능력》 《2035 SF 미스터리》 《팬데믹》 등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2009년 멀티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 : 김주영
단편과 장편, SF·판타지·라이트 노벨 등 길이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펼친다. 《열 번째 세계》로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시간 망명자》 및 여러 단편이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바 있다. 2021년 중국 CNY SF Gala 초청 작가이며, SF어워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U, ROBOT》 《아직은 끝이 아니야》 《별 별 사이》 등에 참여했다.

저자 : 김창규
SF 작가이자 번역가.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되며 데뷔한 후 4회 연속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작품집 《우리가 추방된 세계》 《삼사라》를 펴냈고 《이중 도시》 《뉴로맨서》 등을 번역했으며 《SF 크로스 미래과학》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떨리는 손》 등을 공동 집필했다. 소설 창작 및 SF 창작 강의를 하며 SF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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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상적 재난의 시대, SF 소설로 배우는 생존 수영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들이 기획한 ‘함께 읽는 소설’ 시리즈 첫 권.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고민하게 이끄는 작품들을 가려 엮은 테마소설선집으로, 효과적인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의 마중물이 되어 줄 책이다. 빛나는 상상력으로 사고의 관성을 허무는 우리 시대 SF 작가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영, 김창규의 작품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SF’의 세계에서 ‘자립’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극적인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 다섯 편의 소설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미리 떠올려 보게 한다. 실제로 막다른 기로에 섰을 때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어떤 기준으로 행동할지 스스로 사고하며 결정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하여 세월호·코로나19·심각한 기후 위기 등 일상적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요즘 청소년에게 ‘생존 수영’의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어
어딘가 그늘진 세계 속, 인간의 자립에 관한 이야기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에 번역, 소개된 〈국립존엄보장센터〉(남유하)에서 독자는 매끈하게 포장된 빈곤층 노인들의 죽음을 마주한다. 허울뿐인 존엄 앞에서 지워진 존재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보게 된다.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라는 센터의 메시지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선택을 직시하며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곱씹어 볼 수 있다.
곧이어 펼쳐지는 세계는 그 반대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원종우)는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자 세상이 스스로 거대한 무덤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종말을 제시함으로써, 죽음의 힘과 인생의 목적을 돌아보게 한다. 인공지능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한 사람의 일상을 그린 <친절한 존>(김이환) 또한 유토피아 밑에 잠복한 서늘한 공포를 드러낸다. 독자는 ‘존’이라는 존재가 과연 우리에게 축복인지, 주체적인 삶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
로봇이라는 새로운 타자를 둘러싼 인간의 애정과 혐오를 그린 〈인간의 이름으로!〉(김주영), 초미세먼지에 뒤덮인 지구와 버림받은 사람들, 온라인으로만 연결된 관계를 배경으로 한 <유일비>(김창규)는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섬찟한 폭력과 고독을 묘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와 다른 존재를 끌어안는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기억하게 한다. 주인공의 결단을 보며 ‘미래는 고정되어 있고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을 떨치게 해 준다.

‘낯섦’이라는 감각을 배우는 장르,
SF의 매력부터 SF 즐겁게 읽는 법까지
심완선 SF 평론가와 교사들의 생생한 대담 수록

심완선 SF 평론가는 이것이 바로 사이언스 픽션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현실의 고민들을 이곳,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옮겨 탐구하는 일은 독자의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해요. 현실이 아니니까 자유롭게 이런저런 가정을 해 볼 수 있거든요. 몸과 마음에 ‘이건 사실이 아니니까’라는 보호막을 한 겹 두른 채, 여러 가지 상상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효과적일까?’ ‘저렇게 하면 나아질까?’ SF 세계에서 ‘사고 실험’을 하는 거죠. 독자는 사고 실험의 결과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어요. 소설 속에서 가능했다면,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거든요. SF는 ‘지금/이곳’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결국 우리가 작품을 읽으며 하는 생각들이 ‘지금/이곳’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 저는 참 멋지다고 봐요.”(146쪽)
이야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SF의 여러 재미부터 SF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소한 팁까지, 사이언스 픽션이 낯선 독자를 위한 친절하고 열정적인 안내가 펼쳐진다. SF는 ‘공상 과학 소설’이나 ‘이과 친구’들을 위한 소설이 아니며, ‘낯섦’이라는 감각을 배울 수 있는 장르이자,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힘’을 품고 있는 장르임을 밝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쁨,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사회의 구조를 전복하는 상상력으로 소수자·빈곤·양극화 등 자칫 지워지기 쉬운 문제에 주목하는 힘을 키워 줄 것이다.

-

책 속에서

[본문 속으로]
잘하는 짓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보름달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704호 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요. 아무것도….
필요하신 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어정쩡한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뒤통수에 틀에 박힌 인사가 박혔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남은 시간은 절대로 즐거울 수 없다고 확신했다. _〈국립존엄보장센터〉 중에서

“할아버지도 주사를 맞지 않아서 나이가 드신 거군요. 그래서 우피가 되신 거고요.”
“그렇단다.”
애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왜요? 늙는 게 좋아요? 죽는 게 무섭지 않고요? 다들 우피가 미쳤다고 말해요. 늙어 죽는 걸 원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자신을 돌보지 않아서 그렇게 됐고 우리에게 병을 옮길 거래요.”
“나도 늙는 게 싫단다. 죽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그보다는 이터너티의 부작용에 빠지는 게 더 싫었던 거야.” _〈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중에서

“안녕, 선동. 잘 잤어? 날씨가 좋아. 창밖의 화창한 여름 하늘 보여? 맑은 하늘만큼 즐거운 하루가 될 거야.”
아직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은 말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늘 같이 마법처럼 외우는 주문 있지?”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길.”
그는 대답했다. 오늘은 행복할 것이다. 존이 있으니까. _〈친절한 존〉 중에서

“자료를 훑어봤어. 늘 화가 나서 무엇에든 화풀이해야 하는 학생이라지? 그래서 양육 로봇도 부숴버린 거냐?”
말없이 학생부장을 노려보았다. 나의 눈빛과 분노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니. 이 선생은 정상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사실은 후회하지 않아?”
학생부장이 컴퓨터실 캐비닛을 힐끔 쳐다보면서 물었다. 나는 지나칠 정도로 보기 좋은, 말하자면 황금 비율에 가까운 학생부장의 이목구비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_〈인간의 이름으로!〉 중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른쪽 턱 밑에 붙어 있는 갈색 모듈을 켰다. 생활 도구로 가득 차 실용성밖에 남지 않은 작은 방의 모습을 하얀 화면이 뒤덮었다. 효성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 상단에 떠 있는 시계로 눈의 초점을 맞추고는 계산을 해 보았다. 외출복을 벗고 손과 얼굴을 씻느라 소모한 시간을 제외하면 집 밖에 머문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한 달 전까지 55분이 기록이었던 걸 생각하면 큰 발전이었다.
효성의 삶은 달라지고,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_〈유일비〉 중에서

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은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 읽다 보면 ‘세상은 너무 어둡고 답답해. 앞으로 뭘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거든요. 이때 현실 바깥의 규칙을 제시하는 SF 소설은 독자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랄까요. ‘아,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다른 결말을 우리가 만들 수 있겠다’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죠. _대담: 미래에서 오늘을 이야기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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