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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예미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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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4

여름 #365~#306 _10
가을 #303~#214 _66
겨울 #211~#122 _126
봄여름 #117~#3 _184

저자 소개
저자 : 박갑성
- 경남 남해 출생
- SK텔레콤(1992~2024)
- 들꽃아 피어라(2005, 비매품)
- 풍경소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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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명함 없는 삶으로 돌아갈 시간,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시를 짓고 글을 쓰는 직장인으로서 7년 전 시집 《풍경소리》를 발표했던 저자가 평생 일해온 직장을 떠나기 전 1년간의 소회를 담담히 기록하여 《정년, 그 깊은 독백》을 펴냈다.

《정년, 그 깊은 독백》을 쓴 박갑성 저자는 최근에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한 기업에서 32년간 근무한 직장인이었다. 노트북이 든 백팩을 메고 지하철과 버스 손잡이에 몸을 의지하고 출근해 하루를 살아내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삭막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변해가는 계절과 흘러가는 시간을 따뜻한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그의 글에서는 어린 시절 보고 자란 남해의 바다가 출렁거린다.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시인인 저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1년간의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새벽 출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바라다본 한강의 어스름한 불빛. 커피 한잔을 들고 사무실 창가에 서면 바라보이던 빌딩숲. 풀리지 않는 일을 붙잡고 새벽까지 씨름하던 나날들.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던 시간. 이 모든 것이 그리운 풍경이 되어 그의 노트에 쌓여간다.

인생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간다
정년을 앞둔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마음

“바람이 밤을 흔든다 쉽사리 잠들 수 없는 밤 불면의 베개에 이마를 묻고 뒤척인다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심한 현기증 같은 산다는 건 바람 같은 것인지도 몰라” (p.5)

저자는 제주 애월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느린 걸음과 마음을 연습해 보려 했지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쉽지 않다. 아늑하고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는 일은 숨이 멎는 듯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이제 남아 있는 365일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 책은 그 시간에 대한 흔적이다.

지금껏 회사의 명함에 기대어 살아왔다고 고백하면서, 저자는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낯선 날들에 대해 이렇게 다짐한다.
“이제부터 조금은 느리고 서툴고 지난하겠지만, 다발에 묶이지 않고 한 송이 꽃으로 (…) 타인의 삶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중년의 독백도 들꽃처럼 맑고 향기로워질 거라 믿습니다.” (p.279)

이 책은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각자의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어떤 울림을 전해주는 깊은 사유들로 채워져 있다.

책 속에서

정년 이후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자신과 오랫동안 마주하고 있어도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의 성(城) 안에서 누려왔던 혜택과 익숙함을 과감하게 지울 수 있을까?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노트북이 들어 있는 백팩을 메고,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오래전에 알고 있던 젊은이는 오간 데 없고, 낯선 사람이 덩그러니 남았다. (p.36, 여름 #339)

선배!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내게 묻는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생각해 둔 것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왔다. 이십여 년 전에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보면서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이 또한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난, 불확실한 긴 여행을 시작하는 자유인이다. (p.50, 여름 #321)

맨발로 지양산을 걸었다. 길 위에 밤송이가 떨어져 굴러다니고 가을 향기가 산을 덮자, 사람들의 얼굴에 가을이 물든다. 이런 날에는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숨어들고 싶다. 매 순간이 바닥이고 아픔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별처럼 빛난다. 이백구십사 일 남았다. (p.73, 가을 #294)

직장생활 내내 새벽 시간에 깨어 있었다. 첫 버스, 첫 지하철, 그리고 첫 출근. 언제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왔다. 정년 이후에 새벽 시간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종잇장처럼 구겨진 새벽의 시간을 다림질하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p.97, 가을 #244)

구순의 어머니 앞에서 예순의 아들은 여전히 어린 아이와 같다. 꼭꼭 씹어 먹어라, 이것도 먹어보거라, (…) 어머니의 삶이 매서운 겨울을 살고 있듯이 내 삶도 초겨울에 접어들고, 어머니는 자꾸만 낡은 시간이 그립다고 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과 이야기로 겨울밤은 깊어지고 있다. (p.131, 겨울 #206)

저녁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함박눈이 가로등 불빛 속으로 솜사탕처럼 쏟아져 내리며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산다는 게 저런 게 아닐까 싶다. 봄 속에 눈을 맞고 서서 존재 이유를 묻는다. 눈처럼 녹아 사라지는 집착과 기다림을 잡고 왜 그렇게도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는지. (p.174-175, 겨울 #130)

회사에서 받는 마지막 월급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정년퇴직 후 매월 들어오던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떤 느낌일까? 비워지는 곳간(庫間)을 시간은 잔인하리만큼 억누르며 불확실성은 그만큼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 거리에 많은 사람과 자동차가 강물처럼 흘러간다. 이제부터 삶의 역습을 경계해야 한다. 나의 경쟁자는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p.274, 봄?여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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